“눈이 참 맑네요,” “어제 좋은 꿈 꿨나 봐요.” 대학로를 거닐다 보면 한번 쯤 듣는 말이다. 대학생 권유리 씨(가명, 22세)도 이 말을 자주 들었으나 무시했다. 그랬던 권 씨가 2012년 여름, D성도회에서 제사를 지냈다. D성도회 측은 대학생인 권 씨가 진로 문제로 고민한다는 점을 이용해 전도했다. 놀라운 건 전도자도 대학생이라는 점이다. 권 씨는 또래가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손쉽게 마음을 열었다. 권 씨가 D성도회에 다녀온 경험은 대학생이 사이비 종교에 발 들이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다음은 권 씨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친한 선배 소개로 D성도회에 간 권 씨, 의심도 거절도 못해
진로에 대한 불안감 크던 중 따라가


D성도회에 어떻게 가게 되셨나요?
학교에서 취업 관련 특강을 듣다가 학과 선배와 친해졌어요. 서로의 꿈에 관한 대화를 하던 중 나는 뭘 하고 싶은 지 잘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놓았어요. 어느 날 선배가 카톡으로 자신의 멘토가 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멘토는 서울대에 다닌다고 했어요. 학교 직속 선배가 소개하니까 이상한 사람일 거란 생각을 전혀 못했어요.

대화를 하다가 느낀 이상한 점이 있나요?
네. 멘토를 만났을 때 제 이름을 말하자 자기가 이름 풀이를 해주겠대요. 제 팔자는 복은 많은데 업이 있다고 했어요. 조상님께 제사를 드려야 업을 풀 수 있다고 했어요.

왜 이상하다고 느끼고도 따라갔나요?
선배가 옆에 있으니까 함부로 못 하겠더라고요. 같은 과니까 수업을 듣다 보면 언젠가 마주칠 거 같아서 걱정이 됐어요.

바쁘다고 핑계를 댈 수 있지 않았을까요?
앞에서 계속 들으니까 ‘아, 내가 정말 복이 있는데 업이 많아서 안 풀리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까지 선배를 통해 만남이 이루어지는 건 무슨 뜻이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어요. 아는 사람이 소개하는 거니까 납치, 인신매매는 아닐 거 같고 제사 정도면 한 번 지내도 될 거 같았어요. D성도회가 사이비 종교로 유명하다는 걸 알았다면 따라가지 않았을 거예요.

당시 심적으로 힘들었나요?
그 때가 진로에 대한 불안감이 컸을 때였어요. 내가 뭘 원하는지 잘 모르겠던 때였어요. 제사를 한 번 지내면 내 인생이 더 잘 풀릴 수도 있을 듯 했어요. 






제사상 차린다고 대학생에 30만원 요구
텅 빈 방인데 “자리가 좁다,” 황당무계한 언행들


언제, 어디서 제사를 드렸나요?
멘토를 만난 다음 날 잠실에 있는 D성도회 건물에 갔어요. 가보니까 제사 준비가 한창이었어요.

제사를 지내기 위한 금전 요구는 없었나요?
제사상을 차려야 한다고 해서 55000원을 줬어요. 제사상에 올라가는 사과, 배, 닭다리를 사는데 55000원을 쓴 거예요. 사실 처음에 돈을 내라고 했을 때 30만 원 정도가 좋다고 했어요. 돈이 없다고 하자 55000원만 받은 거예요. 돈을 더 많이 내고 성의를 들일수록 좋다고 했어요.

제사는 어떤 식으로 드렸나요?
제사 지내는 방에 들어가서 한복을 입고 제사를 지냈어요. 방의 앞쪽에서 제사를 주로 드리는 분이 계속 절을 해요. 무슨 말을 하면 저도 절을 해야 되요. 오른쪽에서 선배 언니도 계속 절을 해요. 절이 끝나고 나면 제사를 드린 음식을 다 같이 먹어요.

신도들의 말이나 행동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제사 방에 있는데 “자리가 좁다”고 했어요. 조상님의 혼이 주변에 모여 들어서 자리가 좁다고 했어요. 제사를 지내는 물을 육각수라고 불렀어요. 원래 수돗물의 입자가 사각인데 제사를 지내고 나면 육각이 된대요. 그러면 수돗물 맛이 사라지고 정화가 된다고 했어요.


전도 받아 D성도회에 발 들인 대학생들, 전도 활동에 자발적 동참


거기엔 어떤 사람들이 있었나요?
다들 괜찮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었어요. 제사를 주로 올리던 분은 중앙대, 멘토는 서울대를 나왔어요. 거짓말인진 모르지만 제 앞에선 그렇게 말했어요. ‘왜 다들 알아주는 대학 다니면서 이러고 있지’란 생각이 들었어요. 대체로 2~30대였고 대학생이 되게 많았어요.

그 분들은 어떻게 들어오게 된 거래요?
선배는 서점에서 책 읽다 전도 받고 따라왔대요. 5년 전에 선배가 수능을 망쳐서 힘들었는데 업을 풀어야 된다는 말을 듣고 왔대요. 이제껏 부모님한테 말씀 드린 적 없대요.

부모님이 D성도회를 믿는 사람은 없었나요?
한 분은 온 가족이 모두 믿는다곤 했는데 그 외엔 잘 모르겠고, 전도를 받아서 온 거 같았어요.


처음엔 제사만 지내면 된다더니 말 바꿔
계속 나오는 것 거부하자 아르바이트 하는 곳까지 찾아와 겁 줘


제사를 드린 이후론 다시 안 나갔나요?
네. 처음엔 제사만 지내면 된다고 하더니 말을 바꿨어요. 매일 와서 업, 조상에 대한 D성도회 책을 보고 공부해야 된대요. 가족이나 친구한테 제사 지낸 걸 말하면 안 된다는 말도 했어요. 이상해서 집에 와서 찾아보고 여기가 이상한 집단인 걸 알았어요.

붙잡지 않던가요?
안 나간다고 했더니 제가 아르바이트 하던 곳에 선배와 멘토가 양해도 구하지 않고 찾아왔어요. 제사만으로 충분한 거 같다고 했더니 지금 제 옆에 원한이 서린 귀신이 있다고 했어요. 제사를 드리고 안 나와서 노해서 붙은 거라고 했어요. 계속 안 나오면 귀신이 많이 달라붙어서 인생을 망칠 수 있다고 했어요. 아는 언니가 앞에 있으니까 화는 못 내겠고 최대한 예의 있게 거절했어요. 포기한 줄 알았는데 계속 전화가 왔어요. 저를 겁이 많고 한심한 사람으로 몰아가더라고요.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선 더 이상 연락이 안 왔어요.

선배는 왜 전도한 걸까요?
그 언니가 전혀 D성도회를 믿을 사람이 같지 않았어요. 그런데는 느낌이 꺼림칙한 사람이 갈 거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굉장히 밝고 쾌활한 언니였어요. 멘토도 서울대를 나왔고 아버지도 교수라고 했어요. 저만 해도 주변 사람들이 제가 그런 곳에 갔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을 거예요. 겉만 봐선 몰라요. 멀쩡한 사람들이 가서 그러고 있다니까요. 
 
어떤 손해를 입었나요?
일단 돈 55000원을 날렸어요. 시간도 많이 빼앗겼어요. 말도 안하고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찾아온 건 정말 충격이었어요. 집 주소라도 알려줬으면 큰일 났겠죠.

사이비 종교가 입히는 피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카페만 해도 사업자 등록을 해서 국가에서 위생 관리를 하러 나오는데 종교도 그런 걸 했으면 좋겠어요.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종교 집단인지, 폭력이나 비정상적으로 얻어내는 건 없는지 감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 피해를 입지 않은 20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나요?
요즘 세상이 위험하니까 길에서 붙잡혀 따라가진 않을 거예요. 그렇지만 아는 사람이라면 믿고 따라갈 수 있어요. 아무리 친하더라도 종교 집단은 한 번쯤 의심해보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