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렐라 【명사】 12시가 되기 전 집에 가야만 하는 신데렐라처럼, 무언가를 하다가도 정해진 시간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하는 20대를 빗댄 신조어. 


왕자는 신데렐라가 흘린 유리구두 한 짝 덕분에 그녀와 재회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구두의 주인이 신데렐라였다는 것을 어떻게 안 걸까? 상상해보건대, 왕자는 신데렐라와 춤을 추면서 투명한 유리구두를 통해 그녀의 상처투성이 발을 보았을 것이다. 새어머니와 새언니들의 구박을 견디며 쉴 새 없이 집 안팎을 돌아다닌 탓에 크게 붓고 부르튼 그녀의 발을 왕자는 분명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시즌1을 마무리하고 새로이 시작하는 알바렐라2013에서는 일터 안팎에서 험난한 하루하루를 견디는 이 시대의 알바렐라들에게 유리구두 대신 체크리스트를 건넨다. 체크리스트의 단면을 통해 그들의 상처투성이 발을 사회를 향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알바렐라들이 행복한 결말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고함20과 독자들이 그 길을 터줄 수 있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소망해본다. 



알바생이 뽑아본 최고의 사장님, 최악의 사장님은 누굴까? 어떤 알바가 가장 일하기 좋을까? 계모와 그의 딸처럼 구박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유쾌한 동료가 있는 곳도 있다. 오늘 이야기를 해줄 김렐라씨는 산전수전 다 겪어본 알바계의 베테랑이다. 21살부터 시작해 알바를 쉬어 본 적이 없다는 그녀, 지금도 현역으로 알바를 뛰고 있는 그녀가 마주쳤던 좋은 알바와 안 좋았던 알바를 오늘 소개한다.


내가 꼽은 베스트 사장님, 워스트 사장님

Q. 만났던 사장님 중에 어떤 사장님이 제일 좋았나요?
전통 찻집에서 일 할 때 사장님이 저한테 정말 잘해주셨어요. 그곳이 TV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한 곳이라 사람이 굉장히 많이 오거든요? 여름이 성수기라 사람이 많은데 사장님이 아침부터 나오셔서 김밥도 싸주시고 오가며 먹으라고 고기도 구워주시곤 했어요. 국수도 말아주시고요. 그리고 거기에 가게에서 쓰는 대형 냉장고가 있거든요. 알바생들 아침 챙겨 먹으라고 항상 반찬들을 넣어두시고 밥이랑 먹으라고 하셨어요. 거기엔 실장님도 계셨는데 가게가 여름에는 엄청나게 바쁘거든요, 그럴 때는 실장님도 도와주셨어요. 좀 한가해져서 실장님께 "이제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하니까 너희도 힘들 텐데 좀 쉬라면서 자기는 좀 더 치우고 가겠다고 하시더라고요.
 
Q. 그곳에서 일할 때 다른 에피소드가 있나요?

한번은 저녁 늦은 무렵이었는데 손님 세 분이 오셨어요. 남자 두 분이랑 여자 한 분인데 남자 한 명이 직급이 높았나 봐요. 부하직원이 여기가 좋은 덴데 어쩌고 하면서 설명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이미 술이 좀 오른 거 같은 아저씨가 와인을 주문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갖다 드리니까 예쁘게 생겼는데 옆에 앉으라고 손을 잡아끌더라고요. 제가 그때 21살이었거든요. 많이 무섭기도 하고 그래서 옆에 앉은 부하직원한테 계속 도와달라고 눈짓하는데 자기 상사니까 우물쭈물하고 있어요. 그렇게 실랑이를 하고 있는데 사장님이 한참 지나도 제가 안 오니까 찾으러 나오셨어요. 곧장 그러고 있던 저를 데리고 들어가셨어요. 나중에 사장님도 "시대가 어느 땐데 저 사람은 여기가 무슨 요정인 줄 아나 보다"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월급은 항상 현금으로 주셨는데 꼭 반올림해서 주셨어요. 만약에 457,000원을 받는 다고하면 460,000원으로 채워주시는 식으로요. 항상 잔돈 안 남게 넉넉하게 주시더라고요. 어쩔 때는 수표로 주셨는데 우리(알바생들)은 수표를 처음 보잖아요. 이거 어떻게 쓰는 거예요? 은행에 어떻게 넣어요? 편의점에서 바꿔야 해요? 하면서 물어봤죠. (웃음)

Q. 그러면 최악의 사장님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제가 인사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일했거든요. 거기서 일 할 때는 정말 안 좋았어요. 일단 손님은 많은데 일하는 사람이 너무 적었어요. 그때 또 알바생이 나가서 3명이서 서빙을 보는데 손님이 부르는 벨이 울리는데 갈 수가 없는 거예요. 나중에는 이게 노이로제가 돼서 집에서도 계속 귀에서 벨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런데 더 문제는 그렇게 바쁜데 사장님이 카운터에서 하는 것도 없이 계속 앉아만 있어요. 바쁘면 도와줄 법도 한데 거기서 돈만 세고 있고… 음료라도 만들든가 손님을 받든가 할 수 있는 거잖아요?

한 번은 가게물건 배달이 왔는데 저 보고 가져오라는 거예요. 20kg짜리 쌀포대랑 이것저것 있는데 그때도 손님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저요?" 하니까 여기 너 말고 누가 있냐고 하더라고요. 길 한복판에서 쌀포대 낑낑거리면서 나르고 그랬어요. 그거 때문인지 다음날에는 몸살감기에 걸려서 출근하고 나서 오늘은 아파서 그런데 좀만 일찍 퇴근하면 안 되겠냐고 하니까 약 줄 테니까 계속 있으래요. 절대로 가란 말은 안 하더라고요.
 

계모 같은 동료들과 유쾌한 동료들

Q. 동료들 간에 트러블이 심했던 적 있나요?
 
정말 최악이었던 건 병원에서 일할 때에요. 제가 간호조무사로 일했었는데 병원이 진짜 분위기가 안 좋아요. 서로 진짜 사이가 안 좋고 제가 일했던 곳 중에 내과는 정말 안 좋아서 간호조무사 셋이서 밥 먹는데 말도 한번 안 해요. 어디 넓은 데서 먹는 것도 아니고 조그마한 테이블에서 셋이 먹는데 그래요. 일 할 때도 말도 한마디 안 하고요. 치과에서는 간호조무사랑 치위생사랑 기 싸움이 붙어서 힘들었고요. 이비인후과에서 일 할 때는 원래 있던 간호조무사가 텃세를 엄청나게 부렸어요. 환자한테 뭘 설명했어야 했는데 그분이 저 보고 "A가 B다."라고 말하라고 했는데 제가 "A가 ~해서 B다."라고 하니까 구석에 데려가더니 죽일 듯이 쳐다보더라고요. 세게 꼬집혀서 멍도 들고요. 이쪽은 이런 게 정말 심해요.

Q. 일하는 분위기가 좋았던 곳은 어디예요?
 
(인터뷰하고 있는 카페를 가리키며) 여기서 일 할 때가 진짜 재밌었는데. 제가 올해 7월까지 일했었는데 사정이 생겨서 어쩔 수 없이 관뒀어요. 사장님도 친구같이 친하게 대해주시고 좋았어요. 다 같이 재밌게 지냈거든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만들어 먹고. 같이 수다도 떨고. 그래서 알바가는 게 신났어요. 같이 일하던 언니가 라면을 정말 먹고 싶어해서 비 오는 날에 편의점에서 라면 사다가 부숴 먹었던 적도 있어요. 근데 사장님이 별로 안 좋아해서 양심에 찔리긴 했어요. 그 언니가 알바 출근하자마자 라면라면 노래를 불러서 빵 터졌었죠. 처음부터 그렇게 분위기가 좋았던 곳은 아닌데 제가 분위기를 그렇게 만들었어요.

Q. 다른 예비 알바렐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하고 계신 알바가 있다면 적어도 6개월 정도 하시는 게 경력에 조금 더 도움이 되고요. 여러 가지 짧게 한다면 짤릴 확률이 높아요. 금방 그만둘 거라는 인식이 심어지기 때문이에요. 직종을 바꾸지 마시고 서빙이면 서빙만 오래 하신다든지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개발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 더 좋은 건 아무래도 알바하는 내내 사장님이나 사모님 다른 알바생과 직원 간에 트러블이 없는게 가장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