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는 피해자다”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지만, 정작 언론 보도는 변하지 않았다
언론들은 에일리를 죄인으로 몰아가며, 성희롱에 가까운 발언 서슴지 않아

 

에일리 사건에 대처하는 네티즌들의 모습은, 과거 연예인들의 사적인 사진이나 동영상이 유출됐을 때와는 달랐다. 에일리를 명백한 피해자로 보고, 에일리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유출한 사람이 가해자이며, 벌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으며, 에일리를 웃음거리로 삼거나 ‘문란하다’며 비난하는 글들이 오히려 돌을 맞았다. 에일리가 광고모델인 한 치킨 회사에서 사건 이후에 에일리 사진을 없애자, ‘불매 운동을 하자’는 식의 강력한 반발까지 일어났다. 사람들은 분명 달라졌다.

하지만 언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피해자인 에일리를 마치 엄청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죄인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국제적 망신이라고까지 한다. 심지어 ‘정말 에일리 사진이 맞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있지도 않은 동영상을 언급하며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보도를 한다. 사람들은 달라졌는데, 언론의 저질 보도 행태는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처음 에일리의 누드 사진이 유출된 즉시 언론들은, "데뷔전 영상에 있던 집과 문고리가 일치하다"는 인터넷상의 말을 그대로 인용해서 독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했다. 에일리 측이 입장을 밝히지도 않았던 시점이었고, 유출된 사진이 확산되지 않게 주의해야 할 시점이었다. 그러나 언론들은 조회 수 높이기에만 열중했다.

 




이보다 한술 더 뜬 것은 MBN과 스포츠 서울이었다. MBN은 "봤더니"라는 말을 붙이며 선정적으로 제목을 지었고, 없는 영상까지 존재하는 것처럼 썼다. 스포츠 서울은 '누드 유출 논란'이라는 말을 붙이고 갑자기 과거에 찍었던 에일리 사진을 30장 넘게 올렸다. 현장 사진도 아니고, 오래전 사진을 뒤늦게 다시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일리' 검색순위가 높으니 이에 맞춰 조회 수를 올리려는 유치한 수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심지어 과거 티아라 지연이 몸캠 영상을 찍었다는 의혹과 연결시키며, '몸캠 스타' 운운한 언론도 두 곳이나 된다. 충격적이다. 이 정도면 성희롱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연예계 비평 매체'인 텐아시아조차 에일리 사건에 대해 '국제적 망신'이라고 말을 쓰면서, 과연 이들이 연예계를 비평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게 만들었다. 한편 상당수의 신문에서는 에일리 입국 현장을 보도하면서 "죄송합니다"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하지만 정작 공항에서 에일리는 한 마디도 안 했다고 전해진다. 에일리가 인사차 살짝 고개를 숙이는 장면에 그냥 임의대로 "죄송합니다"를 붙인 것이다. 에일리 입국장면에 저런 식의 제목을 단 기자들은, 아무 잘못없는 에일리가 죄송하다고 말하는 장면을 대중이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에일리 사건으로 본 언론들의 모습은 참혹했다. 소위 메이저 신문사부터 영세한 매체들까지 전부 다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저널리즘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생각 안 하는 내용과 제목의 기사를 썼다. 어느 한  두 매체나, 기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연예부 기자 또는 인턴기자에게 하루에 30~40개의 기사를 강요하는 행태, 소위 '검색어 기사' (검색순위 높은 키워드를 주제로 쓰는 기사)가 당연시되는 환경, '조회 수 대박'을 위해 연예인의 인권이나 사생활은 생각하지도 않는 분위기가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이다. 대중은 성숙해지는데, 언론이 오히려 그걸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언론의 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인터넷에서만 소비되는 선정적이고 질 떨어지는 '검색어 기사'만 난무하고 있다. 언론들의 자정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