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법치를 확립하고 역사 교육도 보편적인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배워야.” 엔하 미러, 싸이월드, 디시인사이드를 출처로 둔 역사 교과서도 검정교과서로 인가해주는 정부 수장의 말. “정부가 국민 신뢰를 얻으려면 공직 부정부패를 없애고 공정한 법질서 확립으로 법치를 세워야 한다.” 정부 지지율과 국가 신뢰도가 하락 추세에 있는 최고행정권자의 말. “어떤 경우라도 헌법을 부인하거나 자유민주주의를 부인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단호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 대선 이후 1년 동안 불법 선거 논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당선자의 말. 

ⓒSBS힐링캠프 갈무리


각하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대한민국만큼 법치를 강조하는 나라도 없다. 법가사상을 집대성했다는 한비자가 지하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을 본다면, 시종일관 법치를 강조하는 정부를 보고 웃을까, 아니면 허울뿐인 법치로 세상을 도탄에 빠트린 정부를 보고 분노를 터트릴까.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입을 비집고 나와서, 하릴없이 허공을 맴돈다. 법치를 강조한다는 세상은 어지럽고 혼잡할뿐이다. 정세는 피 튀기는 난세요, 사람들은 세상을 말세라며 혀를 끌끌 찬다.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군중들은 의문을 갖고 대화를 요구한다. '법치주의' 정부를 향한 끊임없는 질문. 그러나 부재하는 대답.

‘법치’를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가 처음 등장한 2013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불법’이다. 법으로 국민을 통치하려는 정부에게, 용인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도 많았다. 박근혜 정부는 해직자의 노조 가입 허용을 빌미로, 전국공무원노조와 전국교직원노조를 ‘법외노조화’ 결정했다. 이어서 전국철도노조가 철도 민영화를 비롯한 현안을 이유로 파업하자, 정부가 내놓은 답은 간단했다. “철도노조 불법 파업 엄정 대처.” 듣기 싫은 말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법부터 들이대면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바로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법치’다.

하지만 채동욱 혼외아들 논란에서 제기된 ‘불법’사찰 문제, NLL 포기 논란을 야기한 몇몇 기밀 유출 의혹,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여전히 설명하지 않고 있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문제에 대해서는 ‘법치’를 말하지 않는다. 왜, 도대체 왜 때문인가요. 다시 한 번 질문. 그러나 여전히 부재하는 답. 사실 답은 각하께서 이미 주셨다.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배워야” 우리는 고민을 “해결” 할 수 있는 ‘법’. 각하가 알려주는 역사적 사실이란 “구국의 결단”을 통해 헌정을 뒤엎은 박정희의 5·16 쿠데타, 그리고 유신헌법이다. 바야흐로 새로운 유신의 시대, 이제 각하의 말씀이 곧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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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은 사회를 잘 그려내곤 합니다.



“비정상화의 정상화 기본은 법치.” 이 역시 각하의 말씀. 비정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법’으로 ‘통치’해야 한다. 이 시대의 ‘법’이란 각하의 말씀, ‘통치’란 왕을 향한 백성의 복종이다. 각하의 말씀에 거부하는 자에게는 ‘불법’이라는 낙인을 찍어준다. blasphemer! 불경스럽다. 새 시대의 법을 따르지 않고 불복하는 자, 법으로써 용서하지 않는다. 처벌과 응징을 통해, 모든 것은 ‘법’이라는 이름으로 해결한다. 박근혜식 법치주의, 다시 한 번 blasphemer! 불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