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인터넷언론 '프레스바이플'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이계덕씨는 프레스바이플의 임금체납 문제에 대해 '오늘의유머'사이트에 폭로했다. 하지만 이계덕씨가 오늘의유머에 올린 글들은 프레스바이플이 기자들의 임금을 체납했다는 문제보다, 민주당 당직자가 프레스바이플 소속 기자의 취재와 편집권을 침해했다는 문제를 부각하는 데 작용했다. '을지로위원회 총괄팀장'이라는 민주당 당직자가 프레스바이플이라는 언론사의 기획위원을 겸하고 있다는 이계덕씨의 설명은 의혹을 더하기에 충분했고, 자극적인 소재였다.

ⓒ트위터 갈무리


이런 의혹은 다른 곳으로 확산했다. 한 트위터 유저는 인터넷언론 '미디어스'가 "언론의 탈을 쓴 기관지"라고 언급했다. 미디어스 역시 프레스바이플과 마찬가지로 "취재역량도 열악하고, 기자들도 대부분 통진당, 노동당 당원"이라는 것이 주장의 근거였다. 언론기자와 정당 관계자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의혹은 언론기자가 정당에 당적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뿌리내리게 됐다. 언론은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한다는 당위를 지녔다.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언론은 '객관성'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정당은 저마다 당론을 지닌다. 때문에 정당에 소속된 기자는 언론인으로서 객관성을 유지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언론인은 당적을 가질 수 없다. 이것은 10년 전까지 한국에 있는 다수 언론사가 사원에게 요구한 사규(社規)였다. 홍세화 '말과활' 발행인은 2002년 7월 한겨레 기획위원으로 있을 때, 한겨레 윤리위원회로부터 민주노동당을 탈당하라는 의결 내용을 전달받았다. 이에 홍세화씨는 윤리위원회 앞으로 질의서를 보냈다. 질의서에서 홍세화씨는 언론인의 정당가입과 정당활동을 막는 것은 "기자의 양심과 자율성에 맡겨두어야 할 부분을 침범한 결과"라고 말한다. 또한 기자가 지켜야하는 것은 불가능한 '기계적인 중립'이 아니라 '팩트' 그 자체라고 홍세화씨는 단언한다.

홍세화씨는 이후 당적을 포기하지도 않았고, 한겨레를 떠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는 같은 해 12월 대선을 맞아 민주노동당의 찬조연설자로 방송에 출연했다. 그리고 사규 위반이라는 이전과 같은 이유로 직무 정지 처결을 받았다. 이에 홍세화씨는 한겨레 편집위원장에게 ‘한겨레에도 힘의 논리가 관철되고 있다’는 제목의 공개질의서를 보내 언론인의 정당 가입과 활동을 금지하는 사규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진중권 현 동양대 교수 역시 ‘<한겨레>에 기고를 거부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한겨레가 사규를 근거로 언론인의 정당활동을 봉쇄하려는 것을 비판했다. 이후 언론인의 당적에 대해 명시한 사규는 유야무야하게 됐다.

홍세화씨는 존재자체가 멋있다. ⓒ한겨레


또 다른 예도 있다. 2004년 5월 제주MBC는 당시 소속 사원이었던 강봉균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이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선대본부장을 맡아 정당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6개월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2년 전 한겨레가 홍세화씨에게 직무정지 징계를 내릴 때와 마찬가지로, ‘사규 위반’이 징계의 근거였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제주지방노동위원회는 제주MBC가 강봉균씨에게 내린 6개월 직무정지 처결이 ‘부당 징계’라고 지적했다. 사규가 사원의 정당가입을 막고 있다 하더라도, 정당법 6조가 “다른 법령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누구든지 정당의 발기인 및 당원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명시했다.

제주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언론과 정당 활동에 대한 언급이다. 제주지방노동위원회는 언론의 중립성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정치활동 자유라는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즉 법률이 정한 제한된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는 정론직필이라는 언론관과 군부독재에 대한 저항의식으로 정치권과의 유착을 경계하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위해” 지나치게 언론인에게 정치와 거리를 두도록 하는 풍토를 지워나가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후 언론인의 정당가입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 것이 추세다.

보수정당에 당적을 지닌 인사가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기자가 되던, 진보정당의 인사가 한겨레·경향신문 등의 진보매체의 기자가 되던 그것 자체가 비난받아야 할 일은 아니다. 물론 그 반대라면 그만큼 한 편의 우스운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확실한 것은 기자의 당적 또는 당직 유무가 공정 보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효성만 문제인 것도 아니다. 이것은 개인의 가치관 침해와 자유의 제한과 결부된 문제다. 언론인을 정치와 무관한 정치바보로 만들 어떤 이유와 근거가 없다.
 

'중용'이 인간의 맛'일지 모르지만...ⓒEBS


일부 대중이 언론에게 기대하는 것은 순수한 중립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언론에게 필요한 것도 아니고, 당연히 실제로 가능한 일도 아니다. 주체성을 가진 개인은 당연히 각자의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그것을 인위적으로 끊으려하거나 부러 외면하는 것은 그것 자체로 현실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결과를 낳는다. 차라리 언론인도 정당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보장하되, 사실의 왜곡을 비판하면 될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홍세화씨는 2002년 한겨레 윤리위원회에 보낸 질의서에서 언론인과 당적의 상관관계를 명쾌하게 정리한다. "문제는 기자의 당파성에 합리성이나 균형 감각이 담겨있는가 없는가에 있다. 그리고 기자의 당파적 성격을 드러내는 것은 드러내지 않는 것보다 객관적 검증의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