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 막상 사주 얘기는 별로 없다
철철교주 : 그 남성이 사주에 들어있는 반쪽이 아니라는 것보다 경제권을 넘기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다. 외국에 나가서 사는 것도 큰 걱정거리는 아닌 듯하다. 벌써 해외에서 낳을 아이들의 삶까지 걱정하고 있지 않나. 현재는 남자친구가 어느 정도 외국에서 기반을 잡을 미래가 보이지만, 그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이 남자를 놓지 못하고 있다.
이빨 : 외국에 나가서 고생만 할까봐 그러는 건가
철철교주 : 그렇다. ‘대학원도 나온 나정도 되는 여자가 더 나은 남자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외국에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남자 뒤치다꺼리만 하다가 내 인생이 끝나는 것 아닐까.’ 라는 심리다. 질문자의 말대로 남자가 경제적인 부분에서 더 확신을 줬다면, 이 정도까지 고민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빨 : 사주를 많이 믿는 것 같지도 않다.
철철교주 : 사주를 완전히 믿으면 사주에 들어와 있는 반쪽을 기다리지 않겠나. 사주에 의존하려면 끝내야지. 사주는 핑계다. 남자에 대한 불안은 경제력에서 비롯한다. 경제의 불안을 사주에 덧씌우면서 마치 부모의 걱정을 내가 대신한다는 효녀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부모님에게 죄송하면 결혼고민이 아니라 취업을 해야지.
이빨 : 본인의 결혼관이 그렇다면 상관없지 않을까
철철교주 : 결혼관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다. 이 여성은 스스로도 자신의 고민에 완전히 접근하지 못했다. 경제력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그걸 본인이 인정해야 한다. 그러면 문제가 간단해진다.
이빨 : 남자친구 입장에선 여자친구가 사주를 이유로 경제권을 넘겨달라면 기분이 나쁠 것 같다.
철철교주 : 경제권을 넘겨받으려면, ‘사주가 이러니 경제권 다 넘겨’ 이렇게 말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부인이 가계부를 꼼꼼히 쓰는 등 체계적으로 자금을 관리하면 남자는 알아서 경제권을 맡긴다. 경제권을 넘겨도 될 만한 신뢰를 주는 게 우선이다.
이빨 : 곧 결혼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철철교주 : 헤어지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정도 고민이면 이 남자와 결혼해도 계속 이런저런 핑계를 댈 것이다. 이 사연만 해도 남자친구와 헤어질 핑계만 가득하다. 사주핑계, 부모님 핑계, 만나지도 않은 반쪽 핑계,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 핑계까지 댄다. 나중에 다른 남자를 만났을 때 ‘이 사람이 내 반쪽이었나?’라고 말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빨 : 마지막으로 질문자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철철교주 : 자신의 진짜 고민을 찾아라. 여러 가지 핑계를 없애고 지금 본인을 망설이게 하는 근원적인 하나의 이유를 찾아야 한다. 도와주자면, 먼저 부모님은 자식이 결혼해서 잘 살겠다면 결국 응원해주신다. 경제권은 노력해서 받으면 된다. 미래에 태어날 아이는 외국이든 한국이든 본인이 행복하면 잘 살 것이다. 사주에 있다는 인생의 반쪽? 지금 남자친구와 결혼해서 행복하면 어차피 못 만난다. 문제가 어느 정도 간단해지지 않았나. 이제 남은 이유가 그 남자와 헤어져야 할 이유인지 계속 만나야 할 이유인지 알아내면 된다.
* 고함20과 함께 연애상담을 진행할 '철철교주'는 'LBC 상담소'의 소장이다. 연애상담 팟캐스트 'LBC 닥치고연애'를 2년 넘게 진행 중이며, 대학 강의를 통해 학생들도 상담해주고 있다. 이 외에도 LBC상담소를 찾아오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며 상담경험을 쌓고 있다.
* <닥치고 연애> 팟캐스트 http://lbc2.iblug.com/index.jsp
* 고민 제보 : teeha197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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