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대한민국, 지금 이 시대에는 다양한 모습의 가족이 존재한다. 증조할머니와 손주들이 모여 4대가 함께 살던 것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다. 아이 없이 사는 부부, 한부모 가정, 홀로 사는 1인 가구까지. 모두 뿔뿔이 흩어져 제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시대에 ‘가족’의 의미란 무엇일까.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이에 대해 생각해보기 위해 ‘가족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영화 <가족의 탄생>은 개성 넘치는 세 가족의 얘기를 그린 김태용 감독의 작품이다. 첫 번째 가족은 집 나간 동생을 기다리는 누나 미라(문소리), 5년 만에 돌아 온 남동생 형철(엄태웅), 그리고 그의 애인이자 20살 연상녀인 무신(고두심)의 얘기다. 두 번 째 가족은 각박한 세상살이에 여기저기 치여 사는 현실주의자 선경(공효진)과 항상 낭만을 꿈꾸는 로멘티스트 엄마인 매자(김혜옥)를 다룬다. 세 번째 가족은 얼굴도 예쁜데 마음까지 착한 채현(정유미)과 타인에 대한 그녀의 과도한 선함이 항상 불안하고 불만스러운 채현의 남자친구 경석(봉태규)의 위태위태한 사랑얘기다.

이렇게 각기 다른 가족들의 에피소드는 옴니버스 형식을 통해 관객을 만난다. 이 영화의 묘미는 이 개별적인 가족들이 모두 교묘하게 얽히는 결말이다. 모두가 자신만의 상처와 아픔이 있는 이들이 생면부지인 다른 이와 가족이 되는 모습은 <가족의 탄생>이라는 제목을 관객에게 곱씹어 보게 한다. 이 영화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가족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있을까?

 

 

 

 

참으로 이상한 이름, 가족

치열한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생존전략은 합리적 사고이며, 세상살이의 기본은 손익계산을 통한 자신의 이익 극대화다. 이는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회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관계란 이런 손익계산을 바탕에 둔 ‘조건적 만남’이 대부분이다.

이런 합리주의가 예외가 되는 곳이 있다. 가족이다. 손익계산을 따져보면 대부분 마이너스가 분명한데도 가족들은 단지 가족이기에 아무런 조건 없이 불이익을 껴안는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물 불 안 가리는 부모님들의 눈물겨운 투자를 생각해보라! 이는 비단 혈연관계에 근거한 가족만을 위한 얘기가 아니다. 가족이란 집단은 혈연적 관계가 없는 이들까지도 구태여 자신이 떠맡으며 손해를 키운다. 이는 영화도 마찬가지다. 자기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올케가 부담스러운 미라부터 항상 투덜대던 경석이까지 결국 모두가 ‘가족’이 되어 오순도순 얘기를 나눈다. 이 결말은 우리가 사회에서 겪는 일반적 인간관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가족만의 성질을 보여준다.

 

 

남겨지고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가장 큰 쉼터, 가족

영화는 상처가 있는 가족들의 얘기이자 그들이 그 빈 자리를 채우는 방식에 관한 얘기다. 그들의 빈 자리와 상처는 곧 가족들로 치유된다. 심지어 혈연적 관계도 없는 새로운 ‘가족’을 통해 말이다. 영화 <가족의 탄생>은 이런 식으로 우리 시대의 가족들이 가지는 의미와 그 가족의 ‘탄생’이 어떻게 일어나는 지 색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즉, 가족은 우리 사회가 전통적으로 중시했던 혈연관계와 현대 사회의 필수품인 합리성을 초월한 조금은 이상한(?) 집단이다. 그러나 영화 <가족의 탄생>이 그리는 이 이상함은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오히려 미처 생각 못했던 그 특별함에 관객은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품으며 소소한 감동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