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특정 성향을 강하게 띤다는 이유로 신문을 비난하곤 한다. 조중동은 파랗다고 손가락질하고 한경은 빨갛다고 외면한다. 과연 우리의 비난은 합리적일까? 20대는 자신이 읽는 기사가 어떤 신문사에서 내놓은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을까?

신문 블라인드 테스트는 이러한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신문 이용 행태를 기준으로 △신문을 읽지 않는 사람(A) △보수지만 읽는 사람(B) △진보지만 읽는 사람(C) △보수지와 진보지를 함께 읽는 사람(D) 등으로 범주를 나눠 각각에 해당하는 20대에게 기사와 사설을 읽게 했다. 보수지로는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진보지로는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한국일보를 선정했다(판매부수 기준 6대 전국종합일간지).

기사는 같은 날 같은 소재로 쓰인 것을 대상으로 했다. 5월 13일 각 신문지면에 실린 서울시장 선거 관련 기사가 평가 대상이었다. 사설은 같은 날 각 신문의 대표 사설(지면기준 맨 첫 번째) 하나씩을 선정했다. 기사는 신문사의 논조 차이를 극명하게 보기 위해서였고 사설은 각 신문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나 의제 설정의 차이를 20대가 파악할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함이었다.

 

 

 

 

진보적인 중앙일보, 보수적인 경향신문?

같은 소재로 쓰인 기사들의 이념성을 판단하는 문제에서 많은 참가자들은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을 헷갈려했다. 보수지(조선)만 구독하는 참가자 B(22) 씨와 진보지(한겨레)만 구독하는 참가자 C(22) 씨 모두 중앙을 진보적, 경향을 보수적이라고 평가했다. B 씨는 “경향의 기사가 조선이 기사를 구성하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C 씨는 “(경향이) 박원순 후보에 대한 보수 진영의 안보관 공세를 강조하고 있어서 보수지라고 생각했다”며 “중앙의 기사에 박원순 후보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진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 A(23) 씨도 중앙이 보수가 아닌 진보라고 판단했다.

4명의 참가자들은 모두 한국일보가 가장 중립적인 신문이라고 응답했다. D(22) 씨는 “정치 분야의 기사인데도 성향은 안 느껴졌고 단순한 정보가 나열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일보가 6개의 신문 가운데 중립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중립성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A 씨는 “기사가 무색무취인 느낌이라 읽기가 지루했다”고 말했다.

모든 신문을 구독하는 D 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같은 성적을 받았다. 하지만 신문을 읽는 B, C 씨와 그렇지 않은 A 씨는 판단 근거에서 차이가 났다. B 씨와 C 씨는 ‘안보관 공세’나 ‘정권 심판론’ 등 기사의 내용을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로 생각한 반면, A 씨는 조선의 기사에 한자어의 사용이 많다는 사실처럼 미시적인 부분을 통해 판단했다.

신문 안 읽을수록 사설 더 헷갈린다

사설은 해당 신문사의 논조를 가장 충실하게 반영하는 글이다. 정보 전달이라는 기능을 수행하는 기사에 비해 그 이념성을 파악하기 쉬울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보수지와 진보지를 모두 읽는 D 씨를 제외하고는 기사와 마찬가지로 판단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답의 종류는 기사와 달리 일관성이 없었다. 특히 보수지에선 동아, 조선, 중앙이 모두 한 번씩 오답의 대상이 됐다. 진보지의 경우 한국을 보수적이라고 판단한 참가자 2명, 경향을 보수적이라고 판단한 참가자가 1명이었다. C 씨는 “기사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사설은 거의 무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설 테스트 결과의 특징은 신문을 읽지 않는 참가자일수록 더 어렵게 느꼈다는 사실이다. 보수지와 진보지를 모두 읽는 D 씨는 보수지와 진보지를 정확히 구분했다. 반면 신문을 읽지 않는 A 씨는 일부 참가자들이 가장 보수적이라고 평가한 조선의 사설을 진보적이라고 평가했다.

 

 

 안 읽는 사람(A)

보수지만 읽는 사람(B) 

진보지만 읽는 사람(C) 

다 읽는 사람(D) 

 기사

 중앙을 진보로, 

한겨레를 보수로 

중앙을 진보로, 

경향을 보수로 

 중앙을 진보로, 

경향을 보수로 

 모두 맞힘 

 사설

조선을 진보로, 

경향을 보수로

중앙을 진보로, 

한국을 보수로

동아를 진보로, 

한국을 보수로

모두 맞힘

 

특정 이념 존재하긴 하지만…

신문을 읽는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모든 참가자들은 신문 기사와 사설이 가지는 이념성을 3분의 2 이상 정확하게 판별해냈다. 이는 우리나라 신문은 보수와 진보 성향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신문을 읽지 않는 A 씨는 “정확한 이유를 꼽기 힘들어도 어떤 성향인지 읽으면 대강은 느낌이 왔다”며 “특히 보수지 가운데 하나는 기사에서 보수 후보의 이야기만 써놔서 읽는 순간 알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참가자들은 입을 모아 “테스트가 생각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조선과 경향을 함께 구독하는 D 씨는 “매일 신문을 읽고 있어서 쉽게 맞출 줄 알았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C 씨는 “기사가 지면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비중이 보이지 않으니 맥락을 알아내기가 힘들어 고르기가 애매했다”고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종이신문 구독률은 20.4%다(2013년 기준). 신문을 규칙적으로 읽지 않는 사람이 읽는 사람의 4배에 달하는 상황에서 ‘조중동’과 ‘한경’이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무조건 비난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언론을 향한 비판에 힘이 실리기 위해선 단발성으로 흥미 위주의 뉴스를 소비하는 20대의 뉴스 소비 행태의 변화가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