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이 고함당을 창당했다. 고함당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20대를 대변한다. 참신한 정책제안과 숨어있는 정책 아이디어 발굴을 당의 목적으로 삼는다. 노동, 문화, 복지, 창업, 주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정책의 빈틈을 찾아내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고함당은 20대를 위한 정책의 공론장을 자처한다. 고함20의 기자와 독자 사이의 활발한 의견교류를 기대한다.


쭉빵 미녀 NPC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부동산 NPC를 바란다. ⓒ마비노기 공식 사이트



RPG 게임에 접속하면 뉴비를 처음 맞이하는 사람은 튜토리얼 NPC다. 친절한 이 분은 아무것도 모르는 뉴비가 게임 세계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생존에 필요한 스킬을 알려주는 것에서부터 무서운 몬스터들에게 뉴비를 지켜주는 것까지. NPC는 뉴비의 선생님이자 보호자로, 뉴비가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뉴비 옆에 딱 붙어서 뉴비를 돌봐준다. 게다가 뉴비가 독립하고도 뉴비에게 어려움이 생기면 찾아와 뉴비를 도와주기도다. 고함당은 게임처럼, 현실의 대한민국에도 부동산 NPC를 마련해 줄 것을 정중히 요구한다. 고함당이 생각하는 부동산 NPC의 역할은 총 두 가지다. 부동산 계약의 자문위원, 부동산 분쟁의 중재자 역할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한 미미는 이제 집을 구하려 한다. 미미는 마트에서 물건 사는 것처럼, 집도 쉽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등기부 등본, 확정일자 등등 듣도 보도 못 한 법률용어가 미미의 머리를 치고 갔다. 무엇보다 미미를 괴롭힌 건, 부동산 사기에 대한 불안감이다. 미미는 "제대로 거래하고 있는걸까"라는 조바심이 들었지만, 미미 주변엔 이를 확인해줄 사람은 없었다. 학교는 사회에서 필요한 것들은 알려주지 않았다.


자립하는 데 필요한 것은 공교육의 국영수사과가 아니라 부동산 계약하는 법, 밀린 월급 받아내는 법이지만, 학교는 이를 알려주지 않는다. 부동산중개인을 의지할 수도 있겠지만, 뉴스에서 종종 들려오는 부동산 중개 사기를 떠올리면 중개인을 100%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론 인터넷 검색을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인터넷이란 게 정보는 많되 믿을 정보, 좋은 정보는 적은 곳이 아닌가. 이를 위해 부동산 NPC가 부동산 계약을 하는 뉴비들의 든든한 자문위원이 돼줄 것을 제안한다. 부동산 전문가인 NPC를 통해 부동산 계약에서 궁금한 점도 해결되고, 계약도 제대로 되고 있는지 점검도 해주어 사기에 대한 불안도 뾰로롱 없어지길 바래본다.
 


사회초년생 철수(가명, 25)는 직장생활을 위해 자취방을 구했다. 입주의 즐거움도 잠시. 멀쩡한 부동산과 중개인은 물론 집주인도 함께 증발해버렸다. 말로만 듣던 ‘사기꾼’의 먹잇감이 된 것이다. 집은 경매로 넘어갔다. 그래도 방법은 있었다. 확정일자가 적힌 문자만 있으면 피해보상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철수의 현실도 시궁창. 철수는 확정일자를 적어 두었던 문서를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법률구조공단의 조언은 단호했다. 확정일자가 적힌 문서가 없는 이상 더는 도와주지 않았다.


다행히 철수는 확정일자 문서를 찾아서 법원의 조치를 기다리고 한다. 만약 철수가 끝까지 문서를 찾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그는 제대로 도와줄 사람 아무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표류하고 있지 않았을까. 이렇게 기댈 곳 없는 현실에 부동산 NPC가 등장해 철수를 도와주길 바란다. 철수처럼 부동산 분쟁이 휘말린 임차인들의 법적 문제를 단순 조언의 차원을 넘어, '적극적으로' 해결해주길 바란다.


전국세입자협회, 민달팽이유니온,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가 발표한 <6.4 지방선거 세입자들을 위한 5대 주거정책>에 따르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노동위원회, 환경분쟁조정위원회 등 각종 영역에서 조정제도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여전히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없다고 한다. 즉, 임대차분쟁 전문조정위원회가 아직 없기 때문에 부동산 관련 분쟁이 생기면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뉴비들의 팍팍한 경제사정을 고려한다면, 변호사는 그림의 떡이다. 게다가 어찌어찌해서 변호사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소송은 돈뿐만 아니라 시간도 필요로 한다. 주거권은 하루라도 없으면 치명적인 생존의 문제에 속하지만, 법원의 소송은 그리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


요약하면, 임대차분쟁의 경우는 조정이라는 편리한 제도 대신 모든 절차를 밞아야 하는 재판을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차인은 문제 발생으로 한 번, '복잡하고 긴' 문제 해결 과정에서 또 한 번 타격을 받게 된다. 이에 고함당은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임대차분쟁조정과정에서 부동산 NPC가 나서서 임차인을 도와줄 것을 요구한다.


2014년 6월 6일
한껏 정중해진 고함당 주택대책위원장 릴리슈슈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