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전문점에서 파는 에스프레소 추출식 커피는 대표적인 ‘된장 품목’ 중의 하나다.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원두, 우유, 얼음, 컵 등의 원재료 가격 등을 분석해놓고 커피 전문점 업주나 소비자들을 비판하는 기사나 인터넷 게시글을 꽤나 자주 발견하게 된다. 고작 원가가 500원 남짓한 원가의 카페라떼를 3천원이 넘는 가격에 팔아먹는다며, 또 그런 말도 안 되는 가격의 커피를 마시면서 우아한 척 한다며 그들 사이의 사고 파는 행위의 비합리성에 문제를 제기하곤 하는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러한 비판은 아주 잘못된 인식에 기반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본래 모든 생산과 판매 행위는 ‘이익을 남기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가와 판매가 사이의 격차를 과장하여 부풀리는 식의 이런 원가 분석에는 많은 허점이 있다. 당연히 고려되어야 할 많은 항목이 빠져 있는 것이다. 초기 가게 인테리어비와 에스프레소 머신 등의 기계 구입/렌탈비와 임대료, 전기/수도세 등의 점포 운영비용, 그리고 원재료들을 실제 제품으로 만드는 사람들에게 들어가는 인건비, 즉 노동에 대한 비용이 원가 분석에서는 제외되는 것이다. 따라서 저렴한 원가를 기준으로 삼고 판매가가 그것의 10배에 가깝다느니 하는 비판은 ‘무리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원가가 30원 인상됐을 뿐인데, 커피 값은 300원 오른다는 식의 비판도 마찬가지다. 시간에 따라서 오르는 것은 원재료 가격뿐만이 아니라 인건비와 운영비도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 다음 댓글 캡쳐



세계 최대의 가구 기업인 이케아(IKEA)가 올 연말 광명점 오픈을 시작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로 한 것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의들에도 커피 가격 논쟁과 비슷한 오류가 눈에 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메인화면에 한 경제지가 작성한 이케아의 싼 가격의 비법에 대한 기사가 오르자, 댓글들은 이케아의 한국 입성을 환영하는 반응으로 가득했다. 그와 더불어 네티즌들은 “그간 대기업들이 얼마나 폭리를 취했는지”, “국민을 호구로 아는 쓰레기 한국 기업들”, “국내 가구업체 가격 뻥튀기” 등의 표현을 쓰면서 국내 가구업체들을 입을 모아 성토했다. 그런데 과연 이케아의 싼 가격은 일부 네티즌들의 말처럼 이케아가 국내 기업들보다 정직하거나 양심적인 기업이기 때문에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일까?

이케아의 역사를 보면 의외로 ‘비양심적인’ 기업 운영으로 인해 사회적 질타를 받았던 적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절세를 위해 국내 대기업들이 그렇게 하듯, 복잡한 지배구조를 만들어 많은 세금을 내지 않고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의 높은 세금을 피해 지주 기업을 네덜란드에 두고 있고, 소유주인 캄프라드는 (최근 스웨덴으로의 복귀를 선언하기는 했지만) 오랫동안 스웨덴을 떠나 스위스에 살았다.

특히 이케아의 노동 착취에 대한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하다. 이케아는 인건비가 싼 지역으로의 해외 아웃소싱을 통해 극도의 적은 임금으로 노동자들을 착취했다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25~30년 전 동독의 정치범 수감자들이 이케아 제품 생산에 강제로 동원되었던 사실도 있다. 고용의 비정규직 비율도 높다. 일본 이케아의 경우 최근 무기한 계약직으로의 전환을 선언하기는 했지만, 직원의 70%가 비정규직 신분이었다. 제3세계 아동 노동을 착취한 적도 있고, <이케아, 그 신화와 진실>이라는 책에는 이케아가 제품 생산에 있어서 생산자들에게 엄청난 압박을 준다는 내용이 적혀 있기도 하다.

물론 이케아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력이나, DIY 문화를 창조해가면서 조립비 등을 아낀 것 등 가격 절감 효과를 가져온 다른 요인들도 많다는 것은 충분히 인정한다. 그러나 생산의 전지구화를 이루어냄으로써 가장 싼 노동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을 찾고, 각종 수단을 써서 세금을 아낀 것이 지금 현재의 이케아의 싼 가격을 만들어낸 큰 원동력이었다는 사실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고 그저 ‘싸다는 이유’만으로 이케아를 좋은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는다면, 우리는 전지구적인 노동 착취에 자동으로 공모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케아 광명점 조감도 ⓒ 이케아 코리아



소비자 입장에서야, 가격은 싸고 품질은 좋아보이는 이케아의 가구를 당연히 구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생을 주장하며 이케아의 시장 진입을 막으려는 국내 가구 기업들의 시도가 아니꼬와 보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노동에도 가격이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저렴한 게 최고’를 외치는 소비 행태는 결국 자가당착이 될 수 있다. 적당한 노동 가격을 지불하지 않은, 즉 노동자를 착취하고 만든 제품들이 시장에서 팔리게 되면 노동 일반, 모든 노동의 가격이 함께 낮아지기 때문이다. 싼 제품을 소비하는 데 혈안이 된 우리 자신들의 가격이 함께 폭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의 가치가 높은 나라 중의 하나인 노르웨이에서 유학했던 친구의 이야기로 글을 끝맺으려 한다. 그가 노르웨이의 소비 생활에서 감탄했던 것은, 마트에서 판매하는 식재료 원가는 그렇게나 싸면서 요리사와 종업원의 손길이 들어간 음식점의 요리는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이었다. 그는 한국 돈으로 만 원이 넘는 학생식당의 밥을 먹으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대신 클럽에서 컵 닦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한 시간에 2만 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당장에야 싼 제품에 손이 가는 게 서민들의 소비생활 원칙이 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노동을 착취하는 것을 통해서 가격을 낮추고 그것을 통해 더 큰 이익을 얻어내는 이익들의 행태에 대해서 눈을 감지 말아야 한다. 노동에도 가격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