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웹툰이 10주년을 맞았다. 네이버 웹툰은 다음과 파란에 이어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하루 620만 명이 이용하는 명실상부한 웹툰계의 지존이다. 네이버는 전인미답의 영역에서 요일제나 아마추어 승격제도,  유료화 등의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는 현재 웹툰시장을 굴러가게 하는 기반이 되었다. 출판만화보다 한 수 아래, 혹은 하위문화로 취급받던 웹툰이 독자적인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런 네이버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적극적인 홍보와 체계 확립을 통해 시장의 크기 자체를 키웠고, 이에 따라 콘텐츠의 질과 웹툰산업의 위상이 동시에 높아졌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방향을 제시하면 타 포털이 따라가는 상황에서, 향후 10년 역시 네이버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

 

 

 

네이버 웹툰 10주년 기념 페이지 ⓒ네이버

 

 

 

네이버는 다음 달부터 자사의 라인 어플을 이용해 웹툰을 본격적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유럽의 유명 도서전에서 웹툰부스가 크게 흥행했고, 미국의 웹툰포털에서 이미 한국의 웹툰이 연재되고 있으며, 대만과 태국에서 웹툰 출판요청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세계시장에서 웹툰 수요층이 이미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웹툰 한류’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네이버 웹툰의 해외서비스는 시작과 동시에 급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웹툰의 세계화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두 가지 요소가 있다.

 

번역은 웹툰 수출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그림이 아무리 훌륭해도 대사를 이해할 수 없으면 무슨 소용인가.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의 영문판은 통번역 대학원을 졸업한 프로 번역가들이 일을 맡았음에도 조악한 번역 때문에 작가가 직접 재검수를 요청해야 했다. 만화 번역은 함축적 대사와 효과음 등의 요소 때문에 만화와 현지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번역 시장이 가장 큰 영어조차 번역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면, 네이버가 수출을 시도하고 있는 중화권과 유럽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번역은 특성상 작가가 개입할 수 있는 정도가 굉장히 제한적이다. 결국 번역가의 자질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웹툰을 전문적으로 번역하는 번역가의 발굴, 육성이 중요하다. 이미 엄존하는 해외 웹툰 수요층을 대상으로 웹툰 번역가를 찾는 방법이 빠르겠지만, 향후 수많은 작품이 수출될 것임을 감안하면 웹툰 번역 매뉴얼 구축이 가장 시급하다. 번역에 따라서 작품의 성공여부가 판가름 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곡소리인 '아이고'를 AIGO'로 번역한 장면. 각주도 있다 ⓒ주호민

 

 

 

현지화 또한 작품을 수출하기 전 치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수출 과정에서 양국 간 문화적 차이 때문에 캐릭터 및 배경이 바뀌는 경우가 있는데, 번역과 더불어 작품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다. 현지화에 집중할 경우 작품의 문화적 정체성이 흔들릴 우려가 있고, 현지화를 외면해도 해외독자가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다행히 현지화는 작가가 해당 국가의 문화에 대해 공부를 충실히 한다면 번역에 비해 개입할 여지가 많다. 작가와 현지 문화에 해박한 전문가가 협력하여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뛰어난 작품이 현지화의 실패 때문에 재미가 반감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웹툰의 세계화는 웹툰 시장의 향후 10년을 지배할 화두다. 웹툰 수출은 다른 웹툰 포털도 시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네이버의 해외진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수출규모 자체가 압도적일 뿐더러 웹툰계에서 네이버가 차지하는 위치 때문이다. 유료화나 요일제 시스템의 경우처럼, 해외진출 역시 네이버가 개척한 길을 타 포털이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번역과 현지화는 웹툰을 수출할 때 신경써야 할 거의 유일한 요소다. 출판비용도 필요하지 않고 그림도 이미 그려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이에 대해 노하우를 축적해나간다면, 타 포털 역시 이를 참고하여 웹툰 수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고 궁극적으로 웹툰 시장이 비약적으로 커질 수 있다. 웹툰이 대한민국의 대표적 콘텐츠로서 세계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기까지 네이버의 선도적 역할을 기대한다. 웹툰계의 큰형님으로서 총대를 메고 향후 10년을 헤쳐 나갈 네이버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