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으니 아프리카 학생이 참가하는 행사를 취소시켜야 한다.” 지난 주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여론이다. 해당 행사를 개최한 덕성여대는 인기검색어 상위권을 유지했다. 네이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 첫 번째로 ‘덕성여대’가 나오기까지 한다. 덕성여대 측이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병한 나이지리아 학생들의 참가를 취소했다는 소식에도 행사 취소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아프리카에 퍼진 에볼라 바이러스를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 학생이 들여올까봐 불안하니, 행사를 전면 취소해야만 한다는 네티즌의 원성이 이어졌다.

 

청와대 자유게시판에는 덕성여대 행사를 취소해달라는 게시글이 240개 넘게 올라왔다.

 

이제껏 ‘한국정부의 문제 해결 방식’이라는 게시물과 종종 마주해왔다. 전 국민이 모두 알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터질 때마다 정부에서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들의 낮은 수준을 풍자하는 글이었다. 정부에서는 청소년 게임 중독을 막겠다며 셧다운제를 시행해서 게임 접속 자체를 막아버리는가 하면, 부산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진행 중에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가 난 후에는 학생회 단독 주관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금지시켰고, 세월호 참사 후에는 수학여행을 전면 금지시켰다. 문제 발생 상황에서 눈에 띄는 특정한 대상을 아예 없애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고방식이다. 그럴 때마다 악의 근원으로 전락하는 희생양이 생겨난다. 희생양을 골라내는 과정에서 사회에 만연하는 편견 또한 드러난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악의 근원을 만들어내려 하다 보면 자연스레 편견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덕성여대 행사 취소 논란을 보면 ‘한국정부의 문제 해결 방식’이라는 제목을 ‘한국사회의 문제 해결 방식’으로 바꿔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다고 해서 아프리카인이 참가하는 행사 자체를 없애버리겠다는 발상은 비아냥거림의 대상이었던 ‘한국정부의 문제 해결 방식’과 놀랍도록 흡사하다. ‘에볼라 바이러스 국내 감염자 발생’이라는 잠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프리카인의 국내 방문’을 악의 근원으로 규정지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넓디넓은 아프리카 대륙의 크기는 무시됐다. 아프리카를 잘 모르니 “아프리카면 다 거기서 거기”라는 편견이 개입된 셈이다.

 

'아프리카=에볼라 바이러스'라고 말하기 전에 아프리카 지도를 한 번이라도 보자. ⓒ뉴스1

 

이탈리아에서 심각한 바이러스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그때 스웨덴인의 입국에 대해 이토록 비난할까? 유럽의 면적은 아프리카의 1/3 정도밖에 안 되는데다가 인구밀도는 2배가 넘지만, 스웨덴인의 입국을 비난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만약 비난을 하더라도 “유럽에서 바이러스가 창궐했으니 유럽 사람이 참가하는 행사를 취소시켜야 한다”는 식의 비약이 가득한 말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생한 각 국가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아프리카라는 거대한 대륙 이름으로 퉁치는 발언 일색인 상황만 봐도, 아프리카에 대한 한국사회의 편견을 엿볼 수 있다.

 

괜히 호들갑 떨지 말자. 덕성여대 행사 취소 요구는 에볼라 바이러스로부터 한반도를 지켜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굳이 의미를 찾자면 애꿎은 행사를 취소시키는 것에 가깝다. 마치 정부에서 애꿎은 게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수학여행에 화살을 돌렸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