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원래 군대는 그래'라고 생각하는 군필자 주의


군 내부에서 선진 병영을 추진한다고 말한 지 15년이나 흘렀지만 군 내부 사건 사고는 여전하다. 최근 일어난 22사단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 28사단 윤 일병 사망 사건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이러한 개혁 실패의 원인에는 폐쇄적인 시스템이 있다. 군대는 보안이라는 명목하에 내부 사건 사고를 외부에 감춰 왔다.


ⓒ MBC 예능<진짜 사나이>

                                                                                          

2013년부터 방영된 MBC 예능 <진짜 사나이>를 통해 군대 문화를 받아들인 시청자들은 윤 일병 사건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진짜 사나이>는 8명의 방송인이 출연해 진짜 군인들의 훈련과 일상을 체험한다는 점에서 리얼리티를 표방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훈련소를 거쳐 실제 병사처럼 계급을 받고 군 생활을 한다. 출연진 중 훈련을 잘 소화하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지만 서로를 도와가며 훈련을 마무리할 때 시청자에게 웃음과 감동을 준다.


하지만 현실의 군대는 반 인권적이라는 불편함과 <진짜 사나이> 출연자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미화된 행동들은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현실 속 군대에서 후임병의 실수는 선임병의 질타 대상이 된다. 더 나아가 그 후임병은 윤 일병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사나이 속 후임병은 '독수리'를 '닭도리'로 말한 상황 속에서도 웃음으로 무마된다.


이러한 장면들은 과거 시트콤 <논스톱>을 떠오르게 한다. 시청자들은 <논스톱>을 보면서 대학만 가게 되면 찬란한 미래가 펼쳐질 줄 알았지만, 우리가 맞이한 현실은 참혹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경험해 보지 못하면 간접 체험한 것들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진짜 사나이> 제작진들은 이 방송의 목적을 '군대의 올바른 조직 문화 방향제시'라고 밝혔다. 하지만 군대를 경험해 보지 못한 진짜 사나이 시청자들은 미화된 연출 속에서 현재까지 끊이지 않는 군 내 가혹 행위에 대한 심각성을 모를 수 있다.


ⓒ애니메이션<창>

                                                                                                 

진짜 사나이와 대조되게, 폐쇄적인 군대 조직을 다룬 애니메이션이 있다. 애니메이션 <창>이다. 애니메이션은 정철민 병장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보통 생활관 문에는 창문이 있다. 창문을 통해 생활관 내 인원을 확인하거나, 가혹 행위를 막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정철민 병장의 생활관은 창이 없다.


엘리트 주인공 정철민 병장 분대 내에 관심 병사 홍영수 이병이 전입해 오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정철민 병장의 교육 아래 홍영수 이병은 관심 병사에서 벗어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홍영수 이병은 훈련 중 자신의 편의를 위해 원칙을 어기면서, 정철민 병장뿐만 아니라 생활관 내 모든 인원이 얼차려를 받게 된다. 결국, 정철민 병장은 창이 없는 생활관 내에서 홍영수 이병을 구타한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창이 없다는 것은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된 폐쇄된 공간의 참혹함을 보여준다. 겉으로 보기에는 홍영수 이병에 대한 분노를 표할 수 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내면에는 소통할 수 없는 군 내에서 가혹 행위의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피해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군대를 외부와의 소통을 통한 전반적인 개혁을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창>은 군대 내 폐쇄성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2012년도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군대 내 가혹 행위는 여전히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진짜 사나이>가 올바른 조직 방향 제시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취지를 가지고 있지만, 상처는 덮어 둔 채 긍정적인 취지만 방송한다면 군 내부 문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국군 장병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향의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방송을 시청하는 국민들은 군대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거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