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인 교수의 <편의점 사회학>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편의점 한 점포당 인구수는 2,000명 정도다. 우리보다 먼저 편의점 문화가 발달한 일본보다도 많은 수다. 한국편의점협회의 2012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20대가 전체 편의점 이용 고객의 약 31%로 1위를 차지한다. 고함20은 네 편의 기사를 통해 생활 속 깊숙히 침투된 편의점의 모습을 조명한다.


대학 근처에 자취하는 1인 가구나 주머니가 얇은 취업 준비생들은 편의점의 단골 고객이다. 대학교 앞에 자취하는 이희진씨(23)는 시리얼과 같은 식사 대용품으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기 위해 종종 편의점을 이용한다. 월세를 이씨 스스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용돈은 되도록 아끼는 편이다. 그 중에 가장 줄이기 만만한 항목은 역시 식비기 때문에 더욱 편의점을 찾게 된다. 비싼 외식 물가를 감당하기 힘든 자취생에게 편의점은 세상에서 제일 ‘착한 식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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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서 끝이 아니라 편의점은 학생들의 술자리까지 책임진다. 대학생 이소언씨(23)는 친구들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밤이 되면 편의점에 들러 술과 안줏거리를 자주 사간다. 왜 따로 술집에 가지 않고 굳이 편의점에서 술을 사서 마시느냐고 묻자 그녀는 “술집은 편의점 가격 보다 맥주는 2배 소주는 거의 3배에요. 거기다가 안줏값까지 나올 계산서를 생각하면 돈 없는 학생들한테는 편의점이 최고죠”라고 답했다.

 

20대가 편의점을 찾는 이유는 꼭 적은 돈으로 배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은 아니다. 24시간이라는 시간적 제약이 없다는 점도 많은 20대가 편의점을 찾는 이유다. “주로 PC방 야간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새벽에 편의점에 들러 허기를 달래요." 편의점을 언제 가장 많이 이용하느냐는 물음에 대학생 김지연씨(가명·22살)는 이렇게 답했다. 야간 아르바이트가 끝나는 길에 편의점은 필수 관문이다. 지연씨처럼 야간 시간대에 편의점을 찾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세븐일레븐에서 발표한 2014년 1분기 매출 자료를 보면 주간 시간대와 야간 시간대 이용자 수가 비슷할 정도로 밤의 편의점은 활기차다.



'멀티플레이어' 20대에게 준비된 편의점


지연씨는 낮에는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해 방학 동안 회계 자격증 학원에 다닌다. 하지만 학원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돈도 벌어야 했다. 그래서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선택한 것이 야간 아르바이트다. 그녀는 말 그대로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하다. 적은 시간이지만 밤에 일을 하다 보니 낮에 공부 능률이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당장 이번 방학에 자격증을 따두어야 인턴에 도전하기가 수월해진다. 인턴 과정도 취업을 위한 발판이다. 취업준비생의 굴레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그녀는 여전히 밤에도 ‘풀가동’ 중이다.


밤에 편의점을 찾는 20대는 야간 알바생 뿐만 아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밤샘 공부를 하는 대학생들은 새벽 시간대에 편의점을 찾는다. 중간고사 기간 동안 학교 앞 편의점은 낮 보다 밝은 밤 시간대를 보이는‘시험 특수’를 누린다. 편의점 관계자에 따르면 잠을 깨기 위한 에너지 음료나 커피, 라면이나 삼각 김밥 같은 야식 등이 학생들의 주요 구입 품목이다.


취업 준비를 위해 혹은 학점 관리를 위해‘삼포세대’가 포기한 밤의 여유에는 편의점이 존재한다. 24시간 편의점은 편리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동시에 밤낮 없이 사회에 뛰어들어 경쟁할 준비를 하는 20대의 서글픈 자화상도 함께 보여준다.


[편의점 기획] 시리즈

오늘도 20대는 24시간 편의점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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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통신사 제휴 할인, 점주는 에휴 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