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총학생회 ‘고대공감대’가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중립을 지켜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특정 후보와 연락해 선거운동을 돕고 규정된 분량 이상의 홍보물 인쇄를 용인했다는 것이다. 카카오톡 등을 이용해 불법적으로 특정 후보에 대한 투표를 독려했다는 의혹 역시 제기됐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해 총학생회장단 선거에서 고대공감대 선본의 선거운동본부장이었던 신강산(교육학과09) 씨가 2일 오후 1시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고발글을 통해 알려졌다.


해당 글에 의하면 지난해 총학생회장이자 지난 총학생회장단 선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었던 황순영 씨는 ‘고대공감대’ 후보단과 메신저를 주고받는 등 별도로 연락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 씨가 올린 캡쳐화면을 참고하면 2012년 ‘고대공감대’ 선본으로 출마해 총학생회장을 지낸 박종찬 씨 역시 이 대화방에 포함돼 있다.


ⓒ신강산씨 페이스북


이들은 선거운동본부장이던 신 씨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황순영 씨의 “신강산 모르게”라는 발언 참고) ‘고대공감대’ 선본의 선거운동을 도운 것으로 보인다. 신 씨의 글에 의하면 원래 선거운동을 위해 나눠주는 홍보물은 각 선본당 4차에 걸쳐 10000부씩 인쇄할 수 있지만 이들은 모의를 거쳐 3차 때 12000부의 홍보물을 주문했다.


ⓒ신강산씨 페이스북


중앙선거관리위원장뿐 아니라 선거운동본부원들 역시 투표를 불법적으로 독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강산 씨가 올린 캡쳐화면에서는 당시 선거운동본부원이자 현재 ‘고대공감대’의  기획국장인 신유정 씨가 “투표율이 낮으면 우리가 질 확률이 높아”, “열 명씩 독려한다고 생각하고 전화 돌려”, “너희는 선본원이니까 너희가 말했다는 게 알려지면 안 된다는 것 유념해라” 등의 발언을 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선거기간 동안 특정 선본에 속한 사람의 투표 독려는 불법이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 행위가 일회성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012년 총학생회장이자 2013년 총학생회장단 선거의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었던 박종찬씨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고대공감대’ 선본의 홍보물 디자인을 담당했다는 의혹 역시 함께 제기됐기 때문이다.



ⓒ신강산씨 페이스북


신 씨가 올린 캡쳐화면을 보면, 올해 홍보물 디자인에 대해 “작년보다 퀄(퀄리티)이 확실히 좋네”라고 누군가 말하자 박종찬 씨는 “작년에 내가 뭐 하면서 만들었는지 잘 생각해보도록”이라고 답했다. 박 씨가 말한 작년, 즉 2012년에 박 씨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직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요약하면 박종찬 씨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자리에 있으면서 특정 선본의 홍보물 디자인을 도맡아서 했던 셈이 된다.


또다른 문제는 부정선거 의혹이 총학생회의 임기가 끝나가는 11월에 공개되면서 사실상 이들을 처벌하기가 애매해졌다는 것이다. 신 씨가 고발글을 쓰기 이틀 전인 10월 31일 현 ‘고대공감대’의 중앙집행부원들은 이 사실을 알고 전원 조기사퇴한 상태다. 이 때문에 대학평가 반대 관련 포럼 등 총학생회가 준비하던 사업의 일부는 흐지부지됐다. 사퇴한 중앙집행부원 중 한 명은 “당사자들이 사과하고 다음 선거 때 이들이 중선관위에서 배제되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박종찬 씨는 고려대 인터넷 커뮤니티 ‘고파스’에 글을 남기고 “후배들을 올바로 지도해야 할 입장에서 잘못을 거들기까지 했다”며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짤막한 사과문을 남겼다. 고함20은 이나영 부총학생회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했으나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