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이른바 '폰팔이'(휴대폰 판매 아르바이트)로부터 '호갱'(호구 고객)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행된 법이다. 그렇다면 폰팔이들은 왜 호갱을 만드는지, 단통법 이후 정말 호갱은 없어졌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폰팔이를 한 김민규(25·가명)씨를 만났다.



ⓒ 연합뉴스


Q. 왜 휴대폰 판매, 이른바 폰팔이를 시작하게 되었나

작년 5월에 군대에서 전역을 했다.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인형 탈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한두 달 정도 일을 하자 폐렴에 걸렸다. 인형 탈 먼지가 몸에 쌓였기 때문이다. 퇴원하고 나니 그나마 벌었던 돈을 전부 병원비로 탕진하게 되었다. 몸도 안 좋은 상태에서 쉬운 아르바이트를 찾다 보니 폰팔이를 시작하게 되었다.


Q. 근무시간이나 임금은 어떤가

각자 매장마다 다르지만, 내가 일했던 매장 같은 경우에는 아침 10시에 출근해서 저녁 10시에 퇴근한다. 일주일에 하루 쉬고 한 달에 120만원을 받는다. 야간수당 같은 거 없다. 계산해 보면 시급은 3700원 정도에 불과하다.


Q. 근로 계약서를 작성 하지 않는가

거의 모든 휴대폰 판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고용할 때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 4대 보험도 적용 안 된다. 처음에 의아했지만, 인센티브가 커서 그런가 하고 넘어갔다. 


Q. 인센티브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센티브는 단말기를 팔았을 때 마진 당 10%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손님들에게 비싸게 팔수록 나의 월급이 커지는 것이다. 평균 20만원 정도 마진이 나서 손님당 2만원 정도 받는다. 많이 받는 사람은 한 달에 500만원까지 받는 사람도 있다.



'호갱' 만들어야만 살아남는 '정글'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될 여지 없이 반복


Q. 속히 말하는 '호갱'들은 어떤 고객인가.

휴대폰에 잘 모르고 들어오는 사람인 호갱에게는 더 많이 남긴다. 심하면 70만원까지 후려치는 경우도 봤다. 특히 판매점에서 주로 노리는 사람들은 5~60대가 아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20대 여성이 주 대상이다. 알아볼 시간도 없고 빨리 개통해야 하므로 덜컥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Q. 그런 사람들한테 미안한 마음은 없는가

죄송하다. 하지만 겨우 들어온 손님을 놓치면 그날 하루는 공친다. 더군다나 사장 눈초리가 매서워진다. 그런날은 공침과 동시에 사장의 욕이란 욕은 다 견뎌야 한다.


Q. 실적이 나쁠 때 사장이 폭언을 하나

엄청나다. 판매실적이 안 좋거나 손님을 놓치면 그날은 죽은 거다. 사사건건 꼬투리 잡는 건 물론이고 밥 먹을 때도 가만히 두지 않는다. '개새끼 ', '소새끼'… 세상에 있는 모든 새끼를 밥상머리에서도 들을 수 있다. 그래서 폰팔이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 알바천국 캡쳐

Q. '폰팔이'들의 연령대는 어떻게 되는가 

소규모 판매점 같은 경우 거의 20대 초중반이다.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한 달 월급 300’ 이렇게 쓰여있으니까 쉽게 찾아온다. 몸 편하고 돈 벌기 쉽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Q. 어떤 식으로 일하는가

일을 시작하는 날부터 폰팔이들은 지인들을 수소문한다. 자신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다. 친구와 가족 친구의 친구까지 범위는 다양하다. 그들에게 마진을 붙여 휴대폰을 팔고 그중 10%를 자신의 월급으로 받는다.



스팟 터질 때까지 견디자… 부담은 '폰팔이'에게 고스란히

단통법이후 더 심화된 구매 불평등


Q. 다단계와 비슷한 것 아닌가

그렇다. 그렇게 겨우겨우 해서 한 달에 300만원 정도 받는다. 그런데 평균 6달 정도 하면 인맥이 바닥난다. 그러면 이제 하루에 12시간을 일해도 한 달에 90도 못 받는다. 옆에서 사장은 실적 압박을 한다. 결국, 제 발로 걸어 나온다. 그래도 사장 입장에선 아쉬울 게 없다. 어차피 아르바이트생이 나가도 앉아서 300만원 번다면 하고 싶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새로운 폰팔이가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보고 들어온다. 다시 지인을 긁어모으고 또다시 나간다.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Q. 단통법 이후 바뀐 건 없나

처음에 단통법이 시행되면 50%의 판매점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20% 정도만 닫았다. 아무리 단통법으로 보조금을 규제해도 ‘지원금’이나 ‘판매 인센티브’와 같이 제2·제3의 보조금이 풀리기 때문이다. 지난주 일요일에 있었던 아이폰 대란만 봐도 그렇다. 단통법은 무용지물이다. 오히려 보조금은 규제를 피해 암암리에 '스팟'(보조금이 일순간 풀리는 상황)처럼 터지고 사라진다. 스팟만 터지면 판매점은 대박이다. 가게 임대료를 못 내도 스팟 한 번만 터지면 수백 명의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판매점은 이제 문을 닫지 않고 스팟이 터질 때까지 버틴다. 악순환이다. 


Q. 단통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어떤가

처음부터 말이 되지 않는 법이다. 아무리 보조금을 규제해도 통신사들은 고객을 유치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역부족이다. 그래서 자꾸 보조금은 음지로 숨게되고, 고객들이 알 수 있는 정보의 양은 더 적어진다. 보조금의 투명한 공시가 더욱 힘들어져 휴대폰 구매에 있어 불평등은 더 심각해졌다. 


Q. 마지막으로 폰팔이라 부르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이유가 어찌 되었든 간에 호갱을 만들었던 사람들에게 죄송하다. 그러나 이제 단통법은 전 국민을 호갱으로 만들고 있다. 이제 똑똑해지자. 단언컨대 스팟은 또 터진다. 기다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