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조례,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시 정부의 책무와 의지 구체화 작업으로 의의


조례안 없는 조례제정 공청회, 논의 제한적이어서 아쉬워…


지난 10일 오후 4시, 서울특별시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서울특별시 청년발전 기본조례’(이하 기본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 날 공청회는 기본조례 제정의 의의와 내용을 제안하고, 조례안에 대한 청년당사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공청회에는 서울시의회 의원과 전문가, 청년단체 및 청년당사자를 포함한 150여 명이 참석했다.

조례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기능과 사무에 관해 정하는 자치법규를 말한다. 기존에도 청년과 관련된 조례가 있었으나 주로 취․창업 영역에 국한되어 있었다. 이번 청년발전 기본조례는 고용영역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청년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 정책을 만들어내기 위한 기반을 규정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 날 공청회는 참가자들에게 기본조례 초안을 공개하지 않은 채로 진행됐다. 조례제정 공청회에서는 조례안을 가지고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상식적이지만, 참가한 청년당사자들은 조례안을 받아보지 못하는 특이한 상황이 벌어졌다.


조례안이 없이 공청회를 진행했기 때문에 토론의 방향은 ‘기본조례의 성격’에 관한 논의에 그쳤다. 논의는 기본 조례를 ‘포괄적인 권리장전’의 형태로 할 것인지, 포괄적인 권리장전이더라도 청년이 당면한 문제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여 일면 구체화할 것인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공청회에 참가한 청년당사자 임경지(여)씨는 이러한 논의 진행에 대해 “논의가 본질을 흐리고 있지 않나”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임 씨는 “그저 구체적이면 안 된다, 포괄하면 (집행부가) 일 하기 편하다는 식의 논의는 여기에 와 있는 청년들이 더 큰 절망감을 안고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공청회 일정이 끝난 후, 다른 관련자 없이 청년들만이 참여한 간담회가 진행됐다. 간담회는 기본조례의 초안을 직접 만든 청년단체들(청년유니온, 민달팽이유니온,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의 주도 하에 진행됐으며, 공청회에 참여한 청년들에게 조례안 없이 공청회가 진행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조례안 없이 조례제정 공청회가 진행된 이유는 구체적인 조례항목을 놓고 청년단체와 시 집행부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권지웅 서울시 청년명예부시장은 “조례안에 대해 몇 가지 논점이 있었다. 논점에 대해 어떤 관점을 취하고 그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언해버리면 나중에 이를 뒤집기가 더 어렵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논의하지 않게 되었다”고 밝혔다.


조례의 구체적인 사항을 둘러싼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조례에서 명시적으로 나타내는 청년발전에 대한 서울시의 책무의 강도를 어느 정도로 설정할 것인지의 문제 △‘주거’ 및 ‘신용’ 등 구체적으로 청년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언급할 것인지 포괄적으로 할 것인지 △청년이 참여하는 거버넌스의 형태를 조례에 명시할 것인지 여부이다.


조례안을 만든 청년단체는 “주거나 신용이라는 말이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지 않으면 기본 시책을 책정함에 있어서 그것들이 쉽게 빠져버릴 우려가 있고, 법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주택정책실을 만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의 토론에서 엄연숙 서울시 일자리정책 과장이 “기본조례인 만큼 구체적인 정책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집행부의 입장으로서 부담스러움을 표한 것과 대비된다.


간담회에서는 오늘 공청회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서울시 청년허브 관계자는 “구체적인 조례안과 관련하여 쟁점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조례 제정에 대한 필요성과 대략적인 시기는 합의가 되었고 오늘 공청회를 통해 시의원들이 청년들의 열망을 확인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견해를 표했다. 반면 간담회에 참여한 한 청년은 “시의원이나 집행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히려 청년들의 어려움이나 절박함에 대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는 의견을 밝혔다.


공청회는 서울특별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의 주최로 이뤄졌다. 주제발표는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의 발제로 이뤄졌다. 패널토론에는 서울시 이신혜․맹진영 의원, 엄연숙 서울시 일자리정책과장, 이태형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 권지웅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