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하지만 입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수험생과 학부모 모두 어느 대학에 지원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들은 될 수 있으면 많은 정보를 얻고자 하고, 이 때 주요 언론사에서 해마다 발표하는 '대학평가'는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대학을 단지 몇 개의 기준 – 취업률, 교수 연구 비중, 재정 상황 – 등으로 평가하여 순위를 매겨 발표하는 것은 과연 정당하고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고함20 대학팀에서는 대학평가의 현 모습을 조명하기 위해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먼저 대학평가의 역사와 문제점 등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 대학평가를 발표하는 주요 언론사 조‧중‧동의 대학평가를 집중적으로 분석해보았다.


가장 후발주자인 동아일보는 2013년부터 '청년드림대학'이라는 이름으로 대학평가를 하고 있다. 중앙일보나 조선일보와의 차이점이라면 교수 논문이나 연구실적 등 종합적인 평가가 아닌, 취업 지원 인프라 위주로 평가한다. 이미 경향신문에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되었던 ‘대학지속가능지수’ 평가에 이은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했던 동아일보에서, 맨 마지막 후발주자로서 선택한 키워드인 듯 하다.


교수신문의 김봉억 기자는 “현재 대학평가의 비판이 되는 지점은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동아일보에 대한 연구나 분석기사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과연 대학을 취업률이나 취업지원으로 평가하는 것이 올바른 행위인가?

 

ⓒ동아일보

 

 

'취업 지원 인프라' 위주 평가, 하지만 실질적으로 '취업률' 고려해 선정


동아일보 대학 평가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상담지원(139+108) / 정보지원(132+112+122) / 직간접 기회지원(132+86) / 교육과정 지원(78+90) 등 4개 항목으로 분류하여, 진로탐색(139)이나 취업기회(132), 교육의 정규과정 유무(78/90)에 따른 평가를 한다.(기사 참조). 그리고 각 대학별 재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실시하여, 단순한 객관적 지표가 아닌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현실적인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마지막으로 자체분석 2단계 자료와 대학알리미 사이트에 올라온 대학별 유지취업률을 교차분석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학생들의 취업,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학의 의지와 역량을 살펴보려는 취지'에 걸맞게, 10곳, 15곳, 24곳 총 49개 4년제 대학을 선정하여 발표하고 있다. 학교별 커리큘럼이나 프로젝트 또한 꼼꼼하게 적어놓았다.


종전의 경향신문에서 실시한 ‘대학지속가능지수’는 4년제 대학에서 상위 그룹에 속하는 30군데의 재학생 500여명 씩 총 15,000여명을 설문조사 하였다. 동아일보는 4년제 대학 198개 별로 재학생 100명을 심층 인터뷰하였다는 내용으로 미루어 이를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을 평가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공정성을 담보한 항목이지만 정작 어떠한 평가인지 모르는 셈이다.



기업 컨설팅 업체가 대학 평가를? '아이고 의미없다'


또한 동아일보의 경우 자사의 종편채널인 <채널A>와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와 공동 조사를 하고 있는데, 딜로이트는 회계법인 <안진>과 합작회사를 설립한 업체로 유명하다. 즉, 일반 기업의 회계나 컨설팅을 맡고있는 회사가 똑같은 기준으로 대학교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아있다. 기존의 대학평가는 언론사 산하 연구기관이나 대학평가 전문업체와 공동연구를 진행한 점과는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딜로이트 컨설팅 홈페이지에는 ‘전략, 운영, 인사 조직, 정보기술 및 리스크 관리와 같이 기업의 비즈니스에 있어 키 이슈가 되는 사항들에 대해 세계적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대학을 ‘시장’으로 평가하여 경영적 마인드로 접근하고 있는 듯 하다. 학문으로 승부해야 할 대학을 취업률로 경쟁을 유도시키는 과정은, 과거 교육부의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교육부에서는 대학평가에 ‘취업률’ 항목을 배정했었다.


평가 배점 부분도 문제가 된다. 1000점 만점의 배점 중에 자아/진로탐색 지원, 취업기회 정보, 직업체험 기회 지원 에 각각 130점대로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지표와 객관성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평가 항목에서 교육과정을 정규/비정규로 나누어 배점하는데, 취업이나 창업을 지속적 평가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는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왜 비정규 과정을 정규 과정보다 높게 쳐주는지, 그리고 이 평가 항목이 단순히 주최 횟수만으로 평가하는 것인지 자세한 설명이 없다. ‘학생조직활동지원’(86점) 또한 취업에 연관된 부분만 평가를 하고 있다. 기사에서는 동아대의 대기업 취업준비반인 '리더스 클럽' 등 학생들의 스펙을 쌓기 위한 활동에 비중을 두고 있다. 기존의 예체능 활동이나 문학회 등의 동아리는 배제한 채 오로지 취업 위주의 실용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곳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편향성을 지적할 수 있다.


대학교에서 취업은 졸업 이후의 사회에 진출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취업 자체가 대학의 목적은 아니다. 동아일보의 경우 다른 대학평가에 비하여 변별력이 높고, 선정된 대학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취업을 핑계로 대학교를 ‘취업 양성소’라는 편향적인 공간으로 전용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청년드림대학’의 3단계 분류 과정에서 ‘취업률’을 교차분석 한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기존의 대학평가 부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눈가리고 아웅’ 식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대학평가 보고서] 시리즈

언론사는 대학을 평가할 자격이 있을까

가장 오래됐으면 믿을 수 있나? 중앙일보

'취업 지원' 위주의 대학평가? 여전히 의미없는 분석, 동아일보

해외기관과 손잡아도, 반쪽짜리 조선일보 대학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