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20대'에 대한 인상비평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청년이슈팀의 [청년연구소]는 청년과 20대를 주제로 한 다양한 분야의 학술 텍스트를 소개하려합니다. 공부합시다!


*캥거루족 : 독립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경제적 정신적으로 부모에게만 의존하는 젊은 세대

*패러사이트 싱글 : 일본에서 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지 하는 사람을 부르는 말

*자라증후군 : 캥거루족과 유사한 말로 부모의 곁을 떠나려 하지 않는 자라의 특성을 빗댄 말   (출처 : bnt뉴스)


이번 주 청년연구소에서 다루고자 하는 연구는 청년의 독립에 관한 내용이다. 정민우, 이나영의 <‘가족의 경계에 선 청년세대 – 성별화된 독립과 규범적 시공간성>은 현재 청년 세대가 가지는 결혼과 가족의 의미를 통해 청년 세대의 독립을 서술하고 있다.



ⓒ KBS뉴스


청년세대의 가족과 독립


청년세대를 부르는 말이 많아졌다. 캥거루족, 패러사이트 싱글, 자라 증후군 모두 청년세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단어들은 독립을 하지 못하고 부모에 의존하는 청년들을 의미한다. 물론 사회적 관점에서 청년기는 독립의 시기이다. 그러나 최근 취업의 어려움과 주거 등 구조적인 문제들로 인하여 독립은 청년 세대에서 점점 멀어져가고만 있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뒤로 한 채 청년들은 ‘부모의 등골을 빼먹는’ 독립성이 부족한 문제의 존재들로 여겨지고 있다.


논문은 독립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의 속사정을 말한다. 많은 미디어들이 청년세대가 독립을 포기한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여러가지 형태로 독립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독립의 유형과 방식은 가족과 무관하지 않다. 저소득층의 경우 가족 계급의 전이에 대해 저항하며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독립하고자 한다. 가부장적 구조를 경험한 여성들은 본인에게 전가되는 어머니의 역할에서 벗어나고자 독립을 꿈꾼다. 이들은 일종의 ‘탈출’로 독립을 실행한다. 하지만 경제 불평등, 청년 실업, 주거 현실에 의해 탈출은 좌절되며 잠시나마 독립을 하더라도 결국 가족에게 돌아가기도 한다.


가족을 '전략 기지'로 생각하며 독립을 꿈꾸는 청년들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독립이 유예된 고시생, 취업 준비생들로 가족을 조력자로 인식한다. 완전한 독립을 위해서 일정한 지위를 차지할 때까지 부모의 투자가 이루어진다. 이 때, 가족은 청년들에게 ‘닻’이 된다. 닻은 안락함을 제공하는 지원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돌아가야 할 곳이며 가족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제한된 독립의 개념을 시사한다. 결국 정신적, 경제적으로 온전히 나 자신을 책임지는 독립이 아닌 셈이다.



변해가는 청년들의 주거와 독립


독립은 주거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독립에 대해 떠올리는 이미지는 안락하고 깔끔한 원룸에 거주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주거공간은 얻기 쉬운 것이 아니다. 많은 청년 세대들이 고시원이나 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반지하를 전전한다. 불편한 독립의 경험은 표준화된 주거공간에 대한 열망을 심어준다. 그러나 경제 여건이 수반되지 않은 청년들에게 표준화된 주거공간은 이룰 수 없는 꿈에 불과하다.


주거 공간은 많은 청년들이 독립을 소망하지만 탈출의 대상이거나 전략 기지인 가족을 떠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때로 청년들은 주거공간의 확보를 위해 결혼을 통한 가족의 재생산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청년들은 결혼을 어쩔 수 없는 또다른 의존으로 인식한다. 


논문의 저자는 여기서 변화해가는 청년 세대의 독립의 의미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청년 세대에게 독립은 주거 공간의 문제이자 구성원의 문제가 된다. 누구와 사는지의 문제는 주거에 대한 경제적 부족으로 인해 출발한다. 사회 분위기의 변화와 함께 떠오르는 동거와 셰어하우스는 문제들의 대안으로 작용한다. 청년 세대는 기존의 독립과 가족 재생산의 규범을 해체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멀기만 한 그 이름 '독립'


독립은 청년 세대에게 가해지는 의무이다. 일정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립하지 못하는 청년들은 유약하고 의지가 없는 존재로 묘사된다. 하지만 최근 ‘사회’로의 진입장벽은 점점 높아지고 청년 세대의 독립은 요원하기만 하다. 독립의 필수 조건인 취업 시장은 최악을 갱신하고 있다. 경직된 부동산과 주거 양극화로 인해 청년들은 고시원과 같은 불안정한 주거 환경으로 밀려나고 있다.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계속 독립의 기로에 서있다.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청년 가구의 30%가 주거 빈곤 상태이다. 이들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저주거기준에 한참 미달하는 주거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뒤늦게 청년 임대 주택 등의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주거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은 기준 미달의 삶을 지속하거나 원가족에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청년들이 독립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청년들은 독립 규범을 내재화 하고 있다. 누구보다 자신의 독립을 원한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과 독립의 의무 속에서 무력화되었을 뿐이다. 현실에서는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캥거루, 자라, 기생이라는 말로 모든 상황과 문제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독립의 문제도 청년 세대 개인의 의지 문제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독립을 꿈꾸며 현재의 의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빛도 들어오지 않는 고시원 생활을 감내하는 것도 청년 세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