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에서 군대 문화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예술대학의 군기 논란은 몇 년 전부터 이어져왔지만 여전히 여러 학교에서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똥군기’가 아직도 남아있는 대학에 다닌 사람을 만나 인터뷰해 보았다. 다음은 서울에 있는 예술대학에 다니고 있는 김영서(가명, 22)씨와의 대담 기록이다.


ⓒMBC '라디오스타' 갈무리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대학교에서 음악예술학부에 재학하다 1학년 마치고 현재는 군복무 중인 군인이다. 지금은 휴가를 나온 상태다.


휴가에 시간을 내주어 감사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과인가?

음악예술학부에서 특히 공연에 관한 분과에 재학했다. 무대 기술이나 무대 장치에 대해 배우고, 공연을 올리는 스텝을 양성한다. 음향이나 무대 소품을 다루기도 한다. 주로 연극과 관련된 기술을 배우는 과라고 보면 된다.


과내 선후배 간 기강이 심한 편인가?

그렇다. 그렇지 않다면 인터뷰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보통 어떤 일을 당하게 되나?

수업이 몇 시에 끝나든 6시에 ‘모임’이라는 이름의 집합이 있다. 1, 2학년은 빠질 수 없는 집합이다. 6시에 모임이 시작되는데 신입생은 30분 전에 와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5시 30분까지는 와있어야 하고 30분까지 오려면 20분까지 오게 되는, 시작과 동시에 40분이 낭비되는 집합이다.


항상 ‘모임’을 가지는지 궁금하다.

항상 그렇다. 선배가 아파서 오지 못하거나 팀 회식이 있거나 하지 않는 이상 매일 하게 된다.


모임에서 어떤 일을 하기에 매일 모이나?

취지는 알림 사항을 전달하는 것이다. 1, 2학년 오늘 하루 돌아보기 정도? 1, 2학년에게 숙지해야 할 것, 알려줘야 할 것을 선배가 전달해주는 시간인 것이다. 하지만 숙지하지 못한 것을 지적하는 시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름표를 붙이지 않은 경우, 선배에게 먼저 인사 하지 않은 경우를 빌미로 과대들이 머리를 박거나 맞게 된다.


학내 폭력 수준이 심각하다. 이름표도 붙이고 다닌다고?

1학년 1학기 때는 이름표를 달고 다닌다. ‘몇 기, 00전공 000’이라고 적힌 이름표다. 없으면 모임 때 혼나니까 1학년 과대는 매일 몇 개씩 들고 다니면서 놓고 온 애들에게 나눠준다.


모임 말고 다른 집합은 없나?

학장이 직접 소집하는 경우도 있다. 분기 당 2번 정도 일어난다. 팀 출석률이 낮거나 자주 수업을 빠지면 몇 일 몇 시 대극장으로 모이라는 공지가 내려온다. 극장에 모이게 되면 총 책임자들부터 내리 맞는다. 학장이 직접 1학년 과대를 주변에 있는 극장 소품으로 때리는 것으로 시작을 알린다.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건가.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전에 한 동기가 수업을 빠진 경우가 있었다. 전공 수업은 무서워서 못 빠지고 교양수업을 빠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걸리는 바람에 집합이 걸렸다. “1, 2학년이 수업에 많이 빠졌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래도 되는 거냐?”로 시작해서 “누가 나이 제일 많나? 엎드려라, 몇 대 맞을 거냐”라는 식으로 진행된다. 숨도 못 쉬는 상황에서 전개된다. 학장이 진행 하는 것은 이 정도고 학장이 내려가면 조교, 학생회장 순서로 올라와서 똑같이 갈굼이 이어진다.


학장이면 교수? 교수가 직접 때린다는 건가.

맞다. 교수이자 학과장이다. 학내 권위주의를 조장하는 중심에 서 있다. 나이 많은 사람이 제일 많이 맞는 식이다. 학장은 태도보다는 수업과 관련해서 소집한다. 아니면 학생회장을 불러서 애들을 관리하라는 식이다. 그러면 학생회장이 모임에서 학장의 말을 전달하며 갈구는 방식이다. 교수들이 생각을 바꾸지 않아서 체계가 공고히 유지되는 것 같다.


경우가 두 가지인 것 같다. 학장이 직접, 학장이 간접적. 그 외에는 없나.

이외에도 팀에서 혼나기도 한다. 모임 끝나면 집에 가는 것이 아니라 팀 연습에 참여한다. 팀 연습 시간에 청소나 정리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혼나기도 한다. 이건 비정규적으로 혼나는 경우다. 모임에서 혼나는 것이 정해진 갈구기라면 팀 내에서 혼나는 것은 우발적인 경우다.


연극계도 이런 식인가?

비슷한 방식이라 들었다.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연극은 작품을 혼자 만들 수 없는 협업이라서 더 문제가 된다. 디자인의 경우에는 혼자서 기업에 취직하는 방식이고 문창과도 전대미문의 작품을 혼자서 쓸 수 있지만, 연극은 혼자서 연극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각 파트 별로 분업화되어있기 때문에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래서 학부에서부터 줄이 있다. 학부 때 일했던 선배랑 졸업한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경험을 중시한다는 것은 배타적인 것과도 연관되어 있을 듯하다.

맞다. 의사나 간호사, 변호사들은 자격증으로 진입장벽이 완벽하게 세워져있지만 연극은 그런 것들이 없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경직되어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연극계의 경직성이 권위주의를 유지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연극의 경우에는 비 연극학과 출신을 거의 보기 어렵다. 어떤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인맥, 연줄로 밥그릇이 유지되니까 문제가 생긴다. 비 연극학과 출신도 할 수 있게 되면 연극학과 학생을 쫄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교수의 경우에도 자신들이 연극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의지가 있다. 그와 맞물려서 권위주의가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정리해보자면 공연계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학내 권위주의가 해결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있지 않는 예술 분야라 권위주의에 대한 강박이 있다. 게다가 연극학과 특성상, 연극 쪽 말고는 진로가 불투명해서 인간관계 그러니까 선후배관계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쉽게 공론화되지 않는 것도 이와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인터뷰에 응해줘 감사하다.

아니다. 한번 외부에 말해보고 싶었다.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