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과외에는 여러 가지 ‘로망’이 가득하다. 이미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대학생 과외 선생님’이란 젊고 예쁘고 잘생긴데다 똑똑하기까지 한 선망의 대상으로 그려진다. 대학생들에게도 그것은 ‘꿈의 알바’자리다. 힘들게 커피를 내릴 필요가 없고, 걸레질을 하지 않으며 박스를 옮기지도 않아도 된다. 대신 옆구리에 책 한 권을 끼고 우아하게 앉아서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늘 선생님 소리를 들으며 시급도 세다. 그야말로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남들보다 높은 시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 모든 것이 그렇듯 과외도 로망과 현실은 다르다.


과외를 구하기 위해서 대학생들은 생각보다 어려운 과정을 거친다. 대학생들이 과외 자리를 얻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부모님, 동생과 친척들 등을 통한 인맥을 동원하는 것이다. “여기 괜찮은 학생 있는데, 한 번 맡겨보지 않을래요?” 와 같이 소개되고는 몇 다리 건너서의 아이를 맡게 된다. 두 번째 경우는 인맥에 의지하지 않고 직접 전단을 돌리거나, 알선 업체를 통하는 것이다.


전단을 돌리기 위해 대학생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일정한 광고비를 주거나 경비원에게 허락을 맡고 일정 기간동안 게시하게 된다. 또 자신의 생활 반경을 돌아다니면서 붙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보다는 편의를 위해 알선 업체를 이용하는 대학생들이 많다. 업체의 경우 수수료를 주게 되는데, 보통 첫 달 급여의 5~60퍼센트 정도를 주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이 때 첫 달만 하고 두 번째 달부터는 전체 급여를 가져갈 수 있지만, 첫 번째 달을 무사히 마치고 살아남는 경우는 생각만큼 많지 않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포스터

 

이렇게 과외를 힘들게 소개받았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대학생들에겐 더 많은 관문들이 남아있다. 먼저 부모님과의 통화다. 아이의 상황을 공유하고 시간과 급여 등 조건을 정한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은근히 애로사항이 많다. 얼마 전 새로운 과외를 구했다는 대학생 A씨는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어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영어 과외를 하기로 해서 수능 성적이랑 과외 경험을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다짜고짜 토익 점수랑 토플 있는지까지 물어봤어요. 회사 면접도 아니고.” 그리고 나서 A씨는 학생증 사본, 재학증명서와 가장 최근의 토익 성적표 복사본을 챙겨서 첫 과외를 나갔다고 한다. A씨는 자신이 과외를 구하기 위해서 도대체 어디까지의 정보를 제공해야하는지 모르겠고 갑자기 요구받아서 조금 불쾌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정보는 어디까지 공유되어야 하고, 어디까지 지켜져야 하는지 기준이 모호해서 벌어진 일이다.


첫 번째 수업도 어려운 미션이다. 대부분 과외에서 첫 번째 수업은 부모님과의 면담을 겸해서 시범 과외로 이루어진다. 시범이기 때문에 대학생들은 단 한 번의 시범 강의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절대 순탄할 리가 없다. 또 이러한 ‘한 번의 기회’는 무료라는 이유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시험 기간에 맞추어서 한 번의 시범 강의를 통해 보충이나 내용 정리 강의를 받고 과외를 받기 힘들겠다고 하는 수법이다. 대학생 B씨는 자신이 겪은 황당한 경험을 얘기했다. “수학 과외를 하기로 했는데 시험 기간이었어요. 그래서 시험 범위에 해당되는 부분을 훑어주고 문제를 풀어 줬는데, 바로 다음 주에 과외를 안 하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사정이 생기셔서라고는 했는데, 아무래도 좀 찜찜하죠.” 이런 황당한 일이 생겨도 항의할 곳은 대학생들에게 없다.


과외비를 받는 과정도 쉽지만은 않다. 정당하게 받아야 하는 돈인데, 자동이체처럼 매달 빠져나오지가 않기 때문에 정해진 날 받지 못할경우 계속 문자를 하고, 연락을 해야한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과정이 너무 힘이 들고 자존심이 상한다. 대학생 C씨는 3주 동안 과외비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었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바쁘다고 미안하다고 내일은 꼭 주시겠다고 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3주일이 지나 있었다며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3주일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급여를 요구하는 문자를 보낼까 말까, 내용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얼마나 망설였는지 모른다. 이렇게 일의 결과로 당연하게 받아야 할 급여를 요구할 때도 ‘을’인 대학생들은 계속 ‘갑’인 학부모들의 눈치를 본다.


본질적으로 ‘일’ 자체도 힘들다. 가만히 앉아있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과외를 해 본 대학생들은 입을 모아 과외가 엄청난 정신노동이라고 평한다. 끊임없이 신경 써야 할 일투성이다. 대학생 D씨는 시간 약속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얘기했다. “전 집에서 학교까지 통학하면 한 시간 반이 걸려요. 과외 학생이 집 근처에 사는데, 정해 놓은 시간에 맞춰서 허겁지겁 집에 가면, 30분 전에 문자로 취소를 통보해요. 보충 날짜 잡기도 힘들고 부모님한테 말씀드리기도 힘들고, 허무한 기분이었어요.” 이렇듯 아이와 학부모 사이에서 과외를 하는 대학생들은 지쳐간다.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잘린다.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무조건 ‘잘린다’. 대화를 해보려는 노력이나 문제가 있을 때 그것을 조정하려는 노력은 거의 찾을 수 없다. 파리 목숨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다. 이처럼 대학생 과외 선생님이란, 어쩌면 사교육 시장의 맨 밑바닥에서 떨어지는 찌꺼기들을 받아먹는데도 눈치를 보는 불쌍한 존재일 수도 있다. 이처럼 로망과 현실은 분명히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