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20대'에 대한 인상비평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청년이슈팀의 [청년연구소]는 청년과 20대를 주제로 한 다양한 분야의 학술 텍스트를 소개하려 합니다. 공부합시다!


앞서 청년연구소(2014.10.10)는 청년세대의 세대담론을 다루는 한윤형 저서의 논문을 소개한 바 있다. 여기서 한윤형은 오늘날의 청년세대가 공통의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80년대의 젊은이들은 맑스를 이야기하고, 90년대의 청년들이 포스트모더니즘을 얘기했지만 오늘날의 청년들에게는 대화를 시작해나갈 공통의 화두가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청년들 대다수가 관심을 갖고 있는 철학 사조나 학문적 유행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면에서 한윤형의 주장은 일면 타당하다. 하지만 그것이 곧 청년들 대다수가 관심을 갖고 있는 무언가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청년들의 대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화의 소재는 ‘연애’다. 각 대학교 별로 익명으로 사연을 보내고 이를 소개해주는 페이스북 페이지인 ‘대나무숲’에서는 끊임없이 연애에 관한 고민이 올라온다. 연애와 관련된 사연은 매번 비슷한 내용의 반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페이지 이용자들은 익명의 사연을 자신의 고민처럼 여기며 정성스럽게 조언을 한다. 대나무숲 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연애에 관해 이야기꽃을 피우는 풍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청년세대에게 연애란 어떤 의미일까. 이번 청년연구소는 이러한 궁금증을 논문 <‘나’의 성장과 경험으로서 연애의 재구성: JTBC 마녀사냥 분석을 통해 본 청년 세대의 연애 담론의 풍경>과 함께 풀어나간다.



ⓒ JTBC


왜 마녀사냥인가


논문은 오늘날 청년세대의 연애 담론의 풍경을 살펴보기 위한 도구로서 JTBC의 인기 프로그램인 ‘마녀사냥’을 활용한다. 텍스트 분석이라는 연구 방법을 통해 마녀사냥의 내용을 분석하고, 분석 결과를 토대로 오늘날 청년세대에게 있어 연애의 의미를 살펴본다.


JTBC의 마녀사냥은 2013년 8월부터 방송을 시작해서 현재까지 지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마녀사냥 방영 초기, 마녀사냥은 방송가의 이슈로 떠올랐다. 마녀사냥은 다른 프로그램들과 달리 이제까지 방송에서 ‘금기’와 같이 여겨져 왔던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했기 때문이다. 연애를 하다 보면 섹스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무리 친한 친구끼리라고 해도, 한국사회에서 섹스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란 망설여지는 일이었다. 사적인 자리라고 해도 다소 부담스러운 이야기를 방송이라는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왔기 때문에, 마녀사냥은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마녀사냥은 모든 진행 과정이 시청자의 사연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1부의 ‘너의 곡소리가 들려’는 연애를 하면서 겪는 문제나 다양한 남녀관계 고민에 대한 사연이 주를 이룬다. ‘그린라이트를 켜줘’는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는 관계인지 아닌지 사연을 듣고 MC가 자체적인 판단을 내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부의 ‘그린라이트를 꺼줘’에서는 연애 중 위기를 겪고 있는 시청자의 사연을 듣고 연애를 지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판단하는데 도움을 준다.


마녀사냥이 인기를 끌면서, 마녀사냥에서 상대의 호감을 나타내는 뜻으로 사용되는 ‘그린라이트’라는 용어가 20대의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마녀사냥은 20대를 비롯한 청년세대의 연애관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연이 대부분 20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20대가 실제로 연애를 하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떤 느낌을 받는지 파악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논문은 마녀사냥을 텍스트 분석의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연애를 직접적으로 들여다보는 방법은 아니지만 실천을 반영하고 변동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연애의 의미를 살피는 데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설명한다.


오늘날 청년세대의 연애의 특성은 무엇인가


논문은 마녀사냥 텍스트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오늘날 청년세대의 연애의 특성 세 가지를 꼽는다.


ⓒ DONGWHA'S DIARY


첫 번째 특성은, 연애 과정에서의 모든 행동은 보편적인 연애의 단계 중 ‘나의 연애’가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썸’이 대중문화에서 중요한 코드로 자리 잡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썸은 서로 이성적인 호감을 가진 상태로 관계를 지속하지만 (아직) 연인은 아닌 관계를 뜻한다. 썸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연애에 어떤 단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다양한 행동들은 그 다양성과 상관없이 ‘코드화’되어 정리되고, 상황판단의 근거로 작용한다.


두 번째 특성은 연애의 효용이 강조된다는 점이다. 연애를 통해 무언가 얻는 만족감은 연애 때문에 겪는 고통이나 불편함보다 커야한다. 연애의 효용을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기 자신이다.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솔직한 대화는 가장 좋은 문제해결 방법이다. 한편 한 때 문화적 코드였던 ‘쿨함’은 솔직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신의 감정을 묻어두고 넘어가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또한 마녀사냥에서는 연애를 통해 얻는 효용을 강조하기 때문에 섹스가 아주 중요하게 다뤄진다. 연인 관계의 효용을 측정하는데 있어서 섹스가 중요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마지막 특성은 연애의 진정성이 강조된다는 것이다. 연애의 진정성은 연애를 지속할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연애의 진정성은 ‘나는 이 연애에 진정성 있는 감정으로 임하는가’, ‘연애가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닌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가’, ‘관계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가’라는 세 가지 질문으로 판단할 수 있다. 세 질문 모두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진정성 있는 연애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연애 관계에 진정성이 있다면, 연애를 지속하는데 위협을 가하는 어떤 외부적 요인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특성과 더불어 연애는 ‘자기 테크놀로지’라는 의미로 재구성된다. 자기 테크놀로지로서의 연애는 ‘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자아’와 ‘연애를 통해 그 기술을 연마하는 자아’라는 두 가지 자아를 상정한다. 자아는 관계를 자유자재로 맺고 끊을 수 있을 정도로 기술적이어야 하며, 그런 관계 조정의 기술은 연애를 통해 익힐 수 있다는 뜻이다.



아쉬운 점- 마녀사냥과 현실의 괴리, 습득해야 할 기술로서의 연애

논문은 청년세대의 연애의 풍경을 살펴보기 위한 도구로 마녀사냥을 선택했다. 마녀사냥이 의미 있는 분석의 틀이 되려면 마녀사냥에 나타나는 연애의 모습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마녀사냥에서 나타나는 연애의 모습이 현실의 경향성을 잘 반영하는지는 미지수다.


마녀사냥에서 나타나는 연애의 모습을 청년세대의 연애의 풍경으로 인식하는 근거는, 마녀사냥에서 나타나는 연애의 모습이 청년 시청자의 사연을 바탕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인식의 근거가 부족하다. 가령 섹스를 하지 않고 연인 관계를 지속하는 커플도 있다. 하지만 마녀사냥에서 MC들은 이러한 섹스리스 커플을 이해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문의 텍스트 분석에는 MC들의 의견이 포함된다. 이런 분석은 청년세대의 연애의 일반적인 모습이라기보다는 ‘MC들이 생각하는 청년세대 연애의 일반적인 모습’일 수 있다. 마녀사냥에 나타나는 연애의 모습은 ‘마녀사냥식 연애’이지 보편적인 청년세대의 연애가 아닐 수 있다.


ⓒ 민음사


연애를 하나의 기술로 분석한 점도 아쉽다. 이런 분석은 연애를 하고 있는지 아닌지의 여부가 하나의 스펙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매력 자본’이라는 말이 있다. <매력자본>의 저서 캐서린 하킴은 매력자본을 “아름다운 용모와 성적 매력, 자기표현 기술과 사회적 기술이 합쳐진 애매하지만 정말 중요한 자본”이라고 정의한다. 지극히 인간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매력마저도 하나의 스펙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애를 하나의 기술로 치부하는 논문의 분석도 ‘매력자본’과 맥을 같이한다. 이런 분석 하에서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어떠한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연애하지 않는 사람’을 인정하지 않고, 이들을 모두 ‘연애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매도하는 폭력이다. 연애하지 않는 사람에게 관계를 조절하고 통제하는 능력이나 사회성 등이 부족하다는 부정적 낙인이 부여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