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20대'에 대한 인상비평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청년이슈팀의 [청년연구소]는 청년과 20대를 주제로 한 다양한 분야의 학술 텍스트를 소개하려합니다. 공부합시다!


어느덧 멘토 열풍도 시들해진 듯하다. 한때 브라운관에 쉴 새 없이 등장하던 멘토나 특강 프로그램은 자취를 감췄다. 눈에 보이는 유행은 지났지만 여전히 멘토들은 존재하고 특강 또한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여러 대학에서 행해지는 ‘선배’라는 이름을 내건 강의와 기업들이 청년들을 대상으로 주관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얼마 전 SBS <힐링캠프>도 ‘내 인생을 바꾼 물음’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 CBC뉴스

 

현재 청년세대들에게 ‘자기 계발’이라는 말은 지겨울 정도로 익숙하다. 경쟁의 논리와 성공을 향한 압박에 내던져진 청년세대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조언자를 찾는다. 청년세대의 필요에 부합하는 자기계발서가 흥행했고 멘토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청년들은 엇비슷한 자기계발서와 멘토 열풍 속에서 공허함과 무력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토록 원하던 조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청년들은 자기계발서와 특강에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김은준의 <당신은 우리 언니가 아니다: <김미경쇼>에 대한 담론 분석과 2034세대가 그녀를 읽는 방식>을 살펴보았다.

 

내겐 너무 완벽한 당신, 멘토

 

논문 저자는 자기 계발 프로그램과 멘토에 대해 느끼는 불편함의 원인을 멘토와의 위계관계에서 찾는다. 위계관계는 여러 차원에서 설정된다. 대부분의 특강은 멘토와 그들에게 성공의 비결을 전수받는 청년들로 이루어진다. 논문에 등장하는 <김미경쇼>의 경우 멘토를 ‘드림 워커’로 방청객과 시청자를 ‘드림 인턴’으로 부르며 위계 관계를 가시화한다.

 

물론 위계 관계가 단순히 가르침을 받는다는 사실이나 지칭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멘토의 사회, 경제적 위치는 위계관계를 더 공고하게 한다. 특강을 진행하는 멘토들은 부와 명예를 가진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성공 이면에는 고학력, 해외경험과 같은 화려한 스펙이 있다. 성공의 비결을 얻기 위해 온 청년들은 멘토들의 남다른 스펙과 경험의 벽 앞에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 부러움의 눈길을 보낼 뿐이다. 

 

청년들에게 너무나 완벽한 멘토의 배경은 좌절감으로 이어진다. 청년들은 각자 자신의 배경과 멘토의 배경을 비교하며 위축된다. 그 결과 멘토에게 공감하지 못하며 동일시는커녕 멘토를 본인과 다른 세계의 사람으로 여긴다. 이 때, 멘토는 조언자가 아닌 범접할 수 없는 스타가 된다.


ⓒ tvn <김미경쇼>

 

무조건 꿈과 노력만을 강조하는 멘토들의 말하기 방식

 

청년들의 공허한 이유에 평범하지 않은 멘토의 배경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김미경쇼>뿐만 아니라 특강을 대부분을 진행하는 멘토들은 단호한 어조로 ‘해야만 하는 것’들에 대해 언급한다. 그들은 방청객과 시청자들에게 꿈을 가지기를 강요하고 꿈과 성공을 위해 현실을 참고 견디라고 말한다. 당연하다는 듯 한 멘토의 말에 각자의 배경, 경제 여건 등은 모두 힘을 잃고 청년들은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한심한 존재가 된다.

 

무조건의 도전과 희생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적인 조언은 없다. 결과를 부각하는 특강의 방식 속에 멘토들의 화려한 성공과 무용담은 쉽게 그려진다. 성취의 과정은 노력과 꿈이라는 말들로 희미해진다. 과정이 제시된다 하더라도 그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거나 ‘하면 된다’라는 말로 결론지어진다. 뜬구름을 잡는 것 같은 이야기들은 청년세대들이 당장 필요로 하는 방법과 조언과 동떨어져 있다. 논문에서 <김미경쇼> 참여자는 멘토들이 마치 ‘마법사’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멘토들의 조언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성공한 멘토들의 말은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의 말하기 방식이다. 멘토들이 나름의 배경에서 성공을 거두었듯이 청년들 각자에게도 현실과 사정이 있다. 쌓여만 가는 학자금 대출, 당장의 생계 때문에 멘토들이 말하는 꿈을 위한 도전과 희생은 꿈도 못 꾸는 청년들도 존재한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멘토들의 조언 속 참고자료는 그들의 삶이나 책과 같은 것들뿐이다. 그들은 지나치게 적은 참고자료로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모르는 청년들의 인생을 속단하고 호통치고 있다. 남과 비교하지 말라면서 자신의 경험과 청년들의 인생을 비교한다.


퍼포먼스가 아닌 조언, 스타가 아닌 진짜 멘토

 

계속 새로운 멘토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현실을 말해주겠다고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 방식은 이전의 것과 같다. 질문을 하면 막힘없이 완강한 어조로 ‘답’을 이야기한다. 대체 무엇이 문제이냐는 식으로 호통을 친다. 내용도 이전과 같다. 결국은 꿈을 가지고 노력하고 당장 행동해야한다는 내용이다. 퍼포먼스가 다를 뿐 결국 똑같다. 

 

이름만 다른 멘토와 똑같은 조언에 대한 실망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멘토가 진행하는 특강 프로그램은 인기를 끌고 자기계발서는 팔린다. 불확실한 미래와 불안정한 현실은 청년들을 다시 멘토에게로 인도한다. 청년들은 매번 같을 것을 알면서도 일말의 희망을 갖는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말만 번지르르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스타가 아니라 현실을 제대로 들어주고 도움이 되는 말을 해줄 수 있는 진짜 멘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