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우연히 알게 된 친구 중에 독특한 녀석이 있었다. 나 ‘음악 한다’고 하는 그런 아이 말이다. 그냥 음악을 많이 좋아하는 줄로만 말았는데, 어느 날 앨범이 나왔다며 CD 한 장을 내미는 것이 아닌가. 그게 벌써 2년 전 일이다. 기자에겐 음악적 소울이 없는건지 아니면 구제불능의 귀차니스트인지 친구가 음반 작업에 참여한 앨범인데도 잠시 펼쳐만 보았을 뿐 고이 모셔놨었다. 드디어 친구가 몸담고 있는 밴드인 ‘메이앤줄라이’의 음악을 찾아서 듣기 시작한 건, 지난 1월 18일에 있었던 공연 영상을 본 후였다.



메이앤줄라이는 메일리스, 헤이줄라이, 우엉으로 이루어진 3인조 밴드다. 원래 메일리스와 헤이줄라이 두 명으로 시작했다. 팀 이름은 예상대로(?) 메일리스가 5월생, 헤이줄라이가 7월생이라서 ‘메이앤줄라이’가 되었다고 한다. 메일리스와 줄라이는 6년 정도 알고 지내던 차에 팀을 결성해서 활동하기 시작했지만,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어 새 멤버를 영입했다. 허전함을 채워줄 새 멤버 우엉은 2012년에 합류했다. 우엉은 메일리스의 보컬과 헤이줄라이의 기타 소리에 젬베의 리듬을 더하고 있다. 


메이앤줄라이의 음악은 맛있다. 이건 단지 먹을 걸 소재로 부르는 노래가 많아서만은 아니다. 네 번째 앨범 ‘과일가게’는 바나나, 자몽, 산수유, 사과를 소재로 한 노래가 각각 담겨있다. 과일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왠지 모르게 노래가 과일을 묘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세 번째 앨범인 ‘드립집’에도 먹을거리가 등장한다. ‘드립집’의 ‘양념갈비 먹으러갔어’에는 양념갈비와 삼겹살, 비빔냉면이 등장한다. 맛있는 음악과 함께하는 밴드, 메이앤줄라이를 만났다.



왼쪽부터 헤이줄라이, 우엉, 메일리스


헤이줄라이를 못 봐서 아쉽다. 지금 군대에 있다고 

메일리스 : 한 명 갔다 오니까 한 명 또 가고. 내가 고무신이야, 고무신. 절대 끊어지지 않는 스테인리스 고무신. 

우엉 : 고무신 41개월 해야되네. 메일리스 : 그러니까. 군대 때문에 애매해졌어. 


한 명 없을 때는 어떻게 공연하나? 

메일리스 : 우엉이 없을 때는 우엉이 하던 퍼커션을 내가 하고, 줄라이가 기타를 하고 그랬다. 포지션 조정해서. 


헤이줄라이가 없는 지금은 어떻게 하나? 

우엉 : 곡을 좀 바꾸던지 약간의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 아직 줄라이 없이 공연을 한 적이 없다. 어떻게 하지? 

메일리스 : 하면 돼. 열심히 해야지... 


2014년 10월 우엉의 전역으로 메이앤줄라이는 다시 완전체가 되나 싶었지만, 얼마 전 헤이줄라이의 입대로 메이앤줄라이의 완전체는 곧 깨지고 말았다. 두 멤버가 교대하는 듯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고무신'의 심정을 느낀다는 메일리스의 이야기를 들으니, 어디선가 '난'이라는 곡의 도입부가 들려오는 듯 하다. "난, 너없이 걷는 나는 어떡해. 우리 남은 추억들은 어떡해"



매 앨범마다 추구하는 느낌이나 컨셉이 일관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매번 작업은 어떻게 하는건지?

우엉 : 앨범 낼 때는 주로 있는 곡을 바탕으로 컨셉을 정해. 곡은 차곡차곡 쌓아놨다가, 우리가 내고자 하는 앨범 컨셉에 맞게 곡을 뽑아.


앨범 컨셉은 매번 어떻게 정하나

메일리스 : 일단 컨셉을 딱 정해. 그리고 미발표곡 중에서 반응이 좋은 곡을 타이틀곡으로 정하고 어울리는 곡을 채우는 방식. 어울리는 곡이 없으면 컨셉에 맞춰서 새로 쓰기도 하고. 예를 들면 과일가게라는 앨범은 '바나나'라는 곡이 메인이고, 나머지 곡은 앨범 작업하면서 새로 쓴 거야. '산수유'는 다시 편곡만 한 거고.


개인적으로 과일가게 앨범에서는 '자몽'이라는 곡이 좋던데

메일리스 : 뭘 좀 아시네.

우엉 : 헤이줄라이가 '자몽' 엄청 좋아해

메일리스 : '자몽'은 헤이줄라이가 거의 다 쓴거지. 줄라이가 70% 정도 쓰고 나머지는 내가 썼어.


메이앤줄라이의 4집 앨범, 과일가게


과일가게 앨범 컨셉이 독특하다. 앨범 자켓 사진이 처음 바뀐 곡이기도 하고, 이전 앨범에 비해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는 느낌이 들더라

메일리스 : 일부러 그렇게 짰어.

우엉 : 응.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메일리스 : 우리는 하이브리드한 걸 좋아해. 솔직히 발라드 가수 한 앨범에 있는 전곡 다 들으면 지루하잖아.

우엉 : 그렇지. 엄청 쳐지고.

메일리스 : 멜로디도 다 똑 같은 거 같고, 악기도 다 비슷하고. 악기가 똑같아도 분위기가 다르면 느낌이 확 다르잖아. 우리는 사실 그런 걸 추구해. 전 앨범들은 1집 같은 경우는 빠른 곡끼리, 2집은 느린 것끼리 이렇게 묶였는데, 한 번씩 섞을 때가 됐다는 생각도 들었어.


노래에 음식이 많다. 평소에 멤버들끼리 자주 모여서 맛있는 거 먹는지?

메일리스 : 우엉이 요리를 잘 해서 매일 얻어먹어.


우엉이 자주 해주나보다

메일리스 : 우리가 재료를 사 들고 가서, 우엉이한테 해달라고 해. 우엉이 양념장 막 하고, 요리하는 모습 보면 강레오 같아.

우엉 : 힘들어.

메일리스 : 먹여 살리기 힘들지?


 

ⓒ 우엉 페이스북. 우엉이 직접 만든 음식들


뮤지션이 아닐 때 일상적인 모습은 어떤가

우엉 : 나는 그냥 여느 대학생들이랑 똑같아. 방학을 맞아서 잉여롭게 지내고 있고, 알바 하고. 알바하고 알바 짤릴까봐 노심초사하고. 메이앤줄라이로 활동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냥 대학생. 이제 곧 복학생.

메일리스 : 난 직딩. 나도 별반 다를 바 없어. 쉬는 날에 자고싶고 술 마시는 거 좋아하고. 약간 다른 건 돈을 좀 더 쓰는 직장인? 혹은 돈을 덜 모으는 직장인?


메이앤줄라이의 재정을 담당하고 있나보다

메일리스 : 메이앤줄라이의 금고. 술값은 다 여기서 나온다.

우엉 : 형한테 엄청 얻어먹지.


메이앤줄라이에게 음악은 어떤 것인가. 일인지 취미인지 아니면 그 어디쯤인지

메일리스 : 그냥 음악이 생활이야. 

우엉 : Music is my life?

메일리스 : 그렇지. 일인가 취미인가를 떠나서 생활이지. 잠자고 눈뜨고 깨는 거랑 같은. 쉬는 날은 당연히 악기 점검하고 기타 치고. 취미랑은 다른 것 같아.


우엉은?

우엉 : 취미라기엔 깊이 파고든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어디 가서 자신있게 "나는 잼베 치는 사람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고. 일이라고 생각하면 즐겁게 못 할 것 같아. 나한테는 그냥 ‘깊은 취미'.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뭔가?

우엉 : 곡 만들 때 내가 별로 참여를 많이 안 해. 그런데 그나마 참여를 많이 한 게, 미발표곡 '우엉송'. (유튜브에 검색해보면 나와요) 내가 아직 형들이랑 어정쩡하게 친할 때. 메일리스 형이 나보고 너도 가사 좀 써보라고 종이 내밀면서 기타 쳐주고 그랬어. 사실 써보라고 해서 억지로 썼는데 해보니까 재밌더라. 가사 들어보면 좀 오글거리긴 한데, 형이랑 막 신나서 녹음도 하고 노래 끝나고 나래이션도 하고. 내 친구들은 그거 은근히 좋아해. 메이앤줄라이에서 우엉이라는 이름을 쓰는데 내 이름이 들어간 노래이기도 하니까 애착이 가기도 하고. 내가 처음으로 곡 만드는 데 참여한 노래니까 의미있지.

메일리스 : 나는…. 뭐가 있지…. (진지하게 고민) 다 애착이 가긴 하는데, 나는 '산수유 같은 남자'. 곡은 한참 전에 써놓고, 과일가게 앨범에 넣을 때 편곡한거라 원곡이랑 느낌이 좀 달라. 원곡은 좀 발랄하고 깨물어주고 싶고.

우엉: 그것도 좋은데.

메일리스 : 앨범 버전은 좀 강렬하게 했어. 침대 위에서 잡아먹을 듯한 느낌으로. 편곡하고 나니까 느낌이 오히려 잘 살더라. 가사도 더 잘 들리는 것 같고, 요즘은 그게 젤 애착이 가. 변태 같은 사람들(?)이 그 노래 좋아해.


아까도 말했지만 난 자몽이 좋아

메일리스 : 산수유가 19금이면 자몽은 29금인데? 과육이 터지고 막 과즙이 흐르는데?

그게 뭐?(초롱초롱)




12년도부터 꾸준히 활동해왔는데 팬층이 두터운 편인가

메일리스 : 팬들 있지. 공연할 때 매번 오는 팬들도 있고. 나는 팬들이랑 친해서 팬들 이름 다 외우고 공연장에 있으면 이름 불러줘. 가족같이 지내. 발렌타인데이 때 선물 사 들고 공연에 와주기도 하고. 뒤풀이 할 때 먹으라고 통닭 한 6마리 사 들고 오는 형님도 계시고.

우엉 : 많다기보다는 깊은?

메일리스 : 응. 양적으로 많다기보다 깊은 관계. “이번 노래 처음 듣는데 너무 좋아요” 하는 팬보다는 “이번 노래 좀 별론데?”라고 할 수 있는 팬이 좋아.


같이 공연하고 꾸준히 교류하는 뮤지션이 있는 것 같다. 간단히 소개해줄 수 있나

우엉 : PTM이라는 곳이 있어. PTM이라는 데가 활성화됐을 때, 그 때 같이 하던 사람이 많은데 지금 다 없어져 버렸네. 나는 군대 가기 전에, 그러니까 2년 전에 열심히 활동했던 사람인데, 그 때 하던 사람들은 지금 없어졌거나 아니면 너무 유명해졌으니까.

메일리스 : 프로튜어먼트라고 숭실대랑 인천대 학생들이 합쳐서 아마츄어를 위한 매니지먼트를 만든 거야. 소속사는 아닌데 어느 정도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단체로 만들어서 사업자 내고 왕성하게 활동 중. 초창기에 거기가 아티스트를 키우려고 아티스트를 모집을 했어. 네 팀 정도 있었고, 우리가 그 중에 한 팀이었어. 그런데 지금은 다 해체했거나 메이져로 갔거나 아니면 따로따로 활동해. 남은 팀은 우리 팀밖에 없어.


거기서 알게 된 뮤지션들과 교류가 잦은 편인가보다.

메일리스 : 거기서부터 알게 된 뮤지션이 많긴 하지. 느루, 싱어송라이터 허지영, 비온후갬, 어라이브소울, 라우들리데시벨, 손수정밴드. 이 친구들은 알고 지내고 같이 공연하기도 하고 그래. 그리고 헤이줄라이가 실용음악과라서 주변에 활동하는 아티스트이랑 같이 공연할 기회가 많기도 하고. 최근에 공연했던 신촌음악당 주인도 헤이줄라이 대학 동창들이야.




메이앤줄라이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우엉 : 내가 밴드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인데, 고등학교 때 정말 좋아하고, 음반도 막 살까 고민할 정도로 좋아하던 밴드가 있었는데, 그 밴드랑 같은 무대에서 공연을 하게 됐을 때. 난 거의 아이돌스타 본 기분이었는데, 형들은 정작 모르더라. 나는 혼자 공연 보면서 뒤에서 떼창하고. 막연히 좋아하던 사람이랑 무대를 같이 선다고 생각하니까. 좋았지. 정말 기억에 남아. 첫 앨범 나왔을 때도 기억에 남아. 우리 앨범 나왔다는 그 말 한마디 하는데 진짜 뿌듯했어. 주변 사람들도 다 놀라고. 내가 이렇게 활동하는 게 내 자랑이 되는 게 기쁜 일이라면 기쁜 일이지.

메일리스 : 나는 사실 음악 하는 걸 집에서 많이 반대했어. 내가 벌어서 내 돈으로 한다고 하긴 했지만 제대하고 나서 팀 활동 한다고 하니까 집에서 별로 안 좋아했어. 어찌어찌 벌어서 하다 보니까 우엉이가 말했듯이 앨범 나오고 네이버에 검색하면 나오고, 유튜브에 동영상도 올라오고 하는데 그 때 쯤에 어머니가 벨소리를 내 노래로 바꾼 거야. 그 때 기분이 살짝 좋았지. 인정 받은 기분이었어. 어머니가 계모임 나가시면, 일부러 전화 걸어보라고 하시고, 전화벨 울리면 “이게 우리 아들 노래야”하면서 자랑하시고. 기분 정말 좋았어.

우엉 : 앨범 있다고 하면 주변에서 진짜 놀란다. 다들 막 사투리 나오고.

메일리스 : 맞아.


음악적인 고민이 있나?

우엉 : 나는 내 실력이 고민이야. 전문적으로 아는 지식도 부족한 것 같고. 젬베 자체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어. 나는 햇수로 한 3년인가? 형들은 대체 몇 년을 한거야. (거의 십년) 이런 사람들이랑 같이 하니까 나 때문에 손해보는 것도 많을 거 같고...

메일리스 : 나는 우선 큰 형으로서 끌고 나가는 게 걱정. 사실 우리는 인디밴드로서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하고 있어. 그런데 생각보다 그 반향은 크지가 않아. 큰 반향을 바란다기보다는 진심으로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고마운 거긴 한데. 사실 우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서 음악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게 목표인데, 아직 그런 것 같지는 않아서 좀 고민일 때가 있지.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메이앤줄라이의 차원에서도 좋고, 개인적으로도 좋고

우엉 : 나는 이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는데, 음악을 할 때 생각 없이 하는 편이라. 하면 즐겁고 생각 없이 해서 딱히 '음악이 이런거다'라고 생각한 건 없어. 그런데 이 질문 듣고 생각해보니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생각 없이 해도 즐거운 음악.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 사실 서울에서 과 친구들 보다는 메이앤줄라이 형들이랑 더 친해. 형들이랑 만나서 노는 것도 좋고 음악을 통해서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하다 보니까. 즐겁게 할 수 있는 음악이 하고 싶은 거 아닐까. 듣는 사람도 즐겁고 나도 즐거운 그런 음악.

메일리스 : 나는 새로운 거 도전하는 게 좋아. 사실 팝이 하나의 장르가 아니라 범주가 굉장히 다양한데, 그 안에서 비슷비슷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니까. 아쉬운 면들이 있지.


새로운 거 예를 들면?

메일리스 : 힙합비트에 어쿠스틱을 넣어본다든지. 왜 요즘 감성힙합 많이 나오잖아. 또 굳이 어쿠스틱으로 반주만 하는 게 아니라 어쿠스틱기타로 화려한 솔로인 곡을 만들 수도 있는 거고, 라틴음악도 섞어볼 수 있는 거고. 새로운 시도를 자꾸 해야 한다고 생각해. 안 그러면 자꾸 고인 물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