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월 1일, 노동절이다

노동자이지만, 노동자로 여겨지지 않는 이들이 있다. 알바연대는 어제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알바생이 아니다. '알바노동자'다!"라며 올바른 표현을 사용할 것을 촉구했다. 임시로 일하는 어린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진 알바생이라는 용어에는 알바생을 얕잡아 보는 인식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알바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을 받으며 장시간 일하고, 법에 명시된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아르바이트 노동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다. '아르바이트 노동'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과 고충을 확인하기 위해 네 명의 알바노동자를 만났다. 피오나(24), 뽀미(22), 아나오란(26), 블루프린트(2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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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 그라운드 자기소개 하기

 

알바 경력 소개 부탁한다. 언제부터 어떤 알바들을 해 보았는지.
피오나: 스무 살 때 알바를 시작해서 이마트 보안요원 일도 하고, TGI에서 서빙도 했어. 그 후로 지금까지는 맥도날드에서 1년 넘게 일하고 있어. 

블루프린트: 나는 주로 프렌차이즈 카페 알바를 했어. 중간에 과외랑 다른 알바도 하긴 했는데 제일 많이 한 건 카페 알바야. 

뽀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과외를 시작했어. 중간에 빵집, 카페, 예식장에서도 일해 봤는데 주로 한 건 과외랑 학원 알바야. 특히 과외는 지금까지 3년 동안 한 번도 안 쉬고 했어. 중1에서 고3까지, 과목은 국영수 다 해봤는데 주력과목은 수학이야.

아나오란: 나는 짧게 짧게 여러 알바를 했어. 한 오십 개 정도? 첫 알바는 고2 방학 때. 근처에 출판단지가 있어서 친구들이랑 물류창고에서 택배상하차를 했어. 뷔페 알바도 했고. 성인이 되고 나서는 단기 알바 위주로 많이 했어. 단기 알바를 모집하던 관리자 형이랑 친해져서 박람회나 행사 알바를 뛰면서 전국을 돌았지. 실내 수영장을 지키는 일도 했고, 마트 알바도 했어. 농협에서는 캐셔, 이마트에서는 과일류, 곡류 담당으로 일했어. 돈 진짜 급할 때는 공연설비 무대 설치 일이나 노가다도 해봤어. 제대하고는 친구들이랑 이벤트 업체에 가서 봉고차랑 인형탈 빌려다가 서울 경기 방면 어린이집을 다 돌면서 캠프파이어도 하고 공연도 해줬어. 가장 최근에는 고양에 있는 공공문화재단에서 도슨트 일을 했어.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언제든 다시 구할 수 있는 상태야.(웃음) 

 

알바를 하는 이유는? 시작하게 된 계기나 계속하는 이유가 있나?
뽀미: 대학생이 되니까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어. 

피오나: 당연히 돈 때문. 생계유지를 위해 알바를 할 수밖에 없어. 

아나오란: 아빠가 전기회사를 하셔서 어릴 적부터 인부 아저씨들이랑 어울리는 게 거리낌이 없었어. 아빠 회사에서 일도 많이 했고.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본격적으로 알바를 시작하게 됐어. 처음에는 용돈 벌이였고, 군대 갔다 와서는 집에서 돈을 받기가 싫다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했지. 특히 배낭여행을 가고 싶은데 자금이 필요해서 1년 정도 휴학하고 정말 빡세게 알바하러 다녔어.

블루프린트: 스무 살 때부터 집을 나와서 살았는데, 부모님께 돈을 받기 눈치 보여서 스스로 돈을 벌어야 했어. 학자금 대출 문제도 있고. 뭔가 당연히 알바를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있었어. 주변에서 많이 하기도 하고. 

 

아르바이트와 돈,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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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로 어느 정도 일해서 얼마나 돈을 버는가.
피오나: 방학 때는 많이 일하니까 50만 원 정도. 개강하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서 훨씬 덜 벌게 돼. 방학 때 번 돈을 모아두고 개강하면 그걸 쓰는 식으로 살고 있어.

뽀미: 과외는 다른 알바에 비해 돈을 많이 받아. 지금 과외 하나에 미술 학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이번 달에는 합해서 90만 원 정도 받을 거야. 방학 때에는 시간이 많으니까 알바를 더 구해서 돈을 더 많이 벌어.  

아나오란: 주말 내내 일해서 한 달에 30만 원 가까이 벌었어. 

블루프린트: 때에 따라 달랐어. 주말에 카페 알바랑 과외를 병행할 때는 돈을 꽤 많이 벌었는데 너무 힘들더라.

 

알바비는 어디에 쓰는지 궁금하다.
피오나: 말 그대로 생계유지. 부모님께 용돈을 받지 않아서 알바비가 곧 한 달 생활비야.

뽀미: 집에서 한 푼도 안 받아. 알바로 돈을 벌어서 등록금, 통신비, 생활비, 교통비 다 내가 내고 있어. (저축도 하나?) 비정기적으로 적금을 넣고는 있는데 많이 넣지는 않아. 힘들게 돈 벌었으니까 버는 족족 쓰는 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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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으로 생계유지가 가능할까?
뽀미: 사실 과외나 학원 같은 알바로는 생계유지가 충분히 가능해. (내 기준에) 한 달에 40만 원 정도 있으면 생활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최저임금으로는 힘들 것 같아. 카페나 빵집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일했는데 할 게 못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피오나: 힘들어. 누가 했던 말인데, 사람이 정상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하루에 10만 원 정도 벌어야 한대. 근데 최저임금으로는 하루에 벌 수 있는 게 3~4만 원 수준이잖아. 게다가 학기 중에는 매일 일하지 못하니까 버는 돈이 더 적고, 그러다 보니 포기해야 하는 게 생겨. (고함 : 무엇을 포기하나?) 통신비나 교통비같이 필수적인 것들을 빼면 식비와 문화생활비가 남잖아. 그걸 줄이는 거지. 이런 상황에서 연애까지 하게 되면 (한숨) 

블루프린트: 처음에 알바를 할 때는 용돈을 계속 받았어. 거기에 알바비를 합쳐서 생활비로 쓴 거지. 최저임금이 너무 낮으니까 그거만으로는 돈을 모으면서 생활하는 게 불가능해. 혹은 극히 일부만 그렇게 살 수 있을 거야. 나도 처음에는 알바를 하면서 적금을 여러 개 들었는데 순서대로 깼어(웃음) 모으다가 너무 힘들고 허무해서, 다 깨고 그때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돈을 써버렸는데 후회는 없어. 

아나오란: 여행 자금을 모으느라 알바를 빡세게 하던 때가 있었어. 최저임금을 주는 곳이었는데 어땠냐면, 정말 나의 욕구를 다 억제해야 했어. 1년 안에 7~800만 원을 모으려면 그냥 일만 해야 해. 친구들이 주말에 술 먹자고 하는 것도 안 가고 안 쓰고 이랬어. 여행 다녀와서도 알바를 계속했는데, 사실 내 씀씀이가 그렇게 크지는 않거든? 가끔 친구들이랑 술 한잔 하고, 가끔 내가 좋아하는 음반 하나 사고. 근데 그럼 알바비가 그냥 끝나. 모을 수가 없고 모은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어.

 

일부에서는 최저임금을 만 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피오나: 최저임금이 갖는 의미는 상당히 커. 최저임금이 임금의 기준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비정규직 직원으로 채용되었는데도 최저임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거든. 우리나라는 사람값을 너무 싸게 취급해. 정말 먹고 살기 위해 알바를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아직 알바를 생계와 관련지어 생각하는 게 부족해서 최저임금이 낮은 상황이지. 최저임금 인상은 사람의 노동력에 대한 인식의 재고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 같아.

아나오란: 우리나라는 알바의 임금을 생계와 연결 지어 생각하지 않아. 지금 최저임금은 정말 최~소한의 생계유지에만 맞춰져 있는 느낌이야. 너무 사용자 입장에만 맞춰져 있는 거지.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는 없는데 그걸 고려하지 않잖아. 물가상승률이라도 제대로 반영해서 올렸으면 알바만으로도 생계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말이야.

뽀미: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도 중요한데, 그거보다는 알바들의 기본 권리를 잘 지켜주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카페알바 할 때 사장이 시급을 100~200원 정도 더 주고 주휴수당이나 야간수당은 안 받는 거로 하더라고. 이런 거에 대한 감독이 잘 이루어져야 해.  

블루프린트: 사람을 쥐어짜는 것 같아. 최저임금 2만 원 됐으면 좋겠다...(한숨) 근데 우리나라에서 만 원도 될지 모르겠네. 최저임금을 책정할 때 아르바이트를 임시직이라고 여기는 게 없어졌으면 좋겠어. 알바 노동자들은 그날 벌어 그날 쓰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고 돈을 조금 주잖아.

 

알바 노동자를 위한 법적 장치, 근로기준법

 

알바를 시작할 때 근로 계약서를 작성했나?
피오나: 거의 다 썼어. 사실 계약서를 안 쓰는 곳이 정말 많아. 대기업이 법적 절차를 더 잘 지키는데, 그게 내가 주로 대기업에서 알바를 한 이유야. 딱 한 곳, TGI에서 근로 계약서를 안 썼는데 패밀리 레스토랑이라 정신없이 바빠서 어영부영 넘어갔어.

아나오란: 문화재단에서 했던 알바랑 단기 알바들은 체계적으로 되어 있어서 계약서는 잘 썼어.
블루프린트: 반반 정도였어. 사무직 아르바이트랑 다음에서 일할 때는 계약서 썼어. 그때는 막 1월 1일에 최저임금 올랐다고 계약서 다시 쓰기도 했어.

뽀미: 한 번도 쓴 적 없어. 과외나 학원은 보통 구두계약이라 계약서를 안 썼고, 서비스업 알바를 할 때는 사장들이 쓰자고 한 안 하더라고. 카페나 빵집 알바를 할 때 보건증만 가지고 있으면 일단 법에 딱히 걸리지 않으니까 계약서 문제는 대강 넘어가는 거지. 

 

법에 따라 알바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았나? 주휴수당이나 마감수당을 비롯한 기타 수당을 챙겨주고, 쉬는 시간이나 식사 시간 주는 것들.
피오나: 맥도날드에서는 주휴수당이랑 마감수당 같은 거는 다 챙겨 받았어. 

뽀미: 카페랑 빵집에서 일할 때 주휴수당 같은 거 전혀 없었어. 사장이 시금 100원 정도 더 주는 대신에 그런 거 안 챙기기로 했거든.

아나오란: 식대는 안 챙겨 주는 경우가 많아. 캐셔할 때 식대가 없고 그냥 식사 시간만 있는데, 근처에 밥 먹을 데가 푸드코트밖에 없어서 밥값이 너무 나가는 거야. 문화재단 때도 식대는 안 받았는데, 최저임금으로 하루에 8시간 일하면 4만 원 버는데 식대 안주니까 밥 사 먹으면 하루에 3만 5천원 버는 거야. 단기 알바 같은 경우는 먹는 거나 쉬는 시간은 잘 챙겨줬어.  

블루프린트: 주말에 알바 할 때 식사시간을 주긴 하는데, 뭔가 눈치가 보였어. 식사 시간 안 주는 곳도 있었는데, 대신 파는 커피나 아이스크림을 먹었어. 밥 안 주는 데에서는 알바하면 안 돼! 그래도 내가 다닌 데는 밥은 잘 줬던 것 같은데, 이런 건 그날그 날의 운에 달린 듯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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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중에 법적으로 부당한 일을 겪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피오나: TGI에서 임금이 체불된 적이 있어. 노동청에 신고하기 직전까지 갔다가 돈을 받았어. 다른 부당한 경험은 맥도날드의 꺾기 노동?

뽀미: 솔직히 말하면, 과외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라 아쉬울 게 없었어. 최저임금 주는 데에서 부당한 상황이 생길 것 같으면 그냥 그만두고 나왔어. 

아나오란: 임금이 3달 정도 체불된 적 있어. 노동청까지 갔었지. 동아일보에서 어린이 대상으로 곤충 전시 같은 걸 하는데, 하청을 맡겨서 일이 진행됐어. 나는 그 하청의 하청 업체에 들어갔는데, 내가 알바한 업체가 너무 체계가 안 잡혀 있는 거야. 노동자 관리나 근로 구조 자체가. 정말 엉망진창이니까 알바생들이 모여서 우리가 규칙을 짰어. 어떻게 일하고 언제 쉬고 이런 것들을. 근데 그 공연이 망한 거야. 회사들끼리는 법정 싸움까지 했는데, 하청 업체가 돈을 못 받아서 망했어. 그런 상황이다 보니까 마지막 달에서 일 한 150만 원 정도를 못 받았고, 2달 정도 기다렸다가 결국 신고했어.

 

당한 일을 겪었을 때, 알바 노동자들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피오나: 알바생이 노동을 한 것에 대한 증명 수단이 많아. TGI 같은 경우는 지문인식기로 출퇴근을 표시하고 있고. 이런 거 다 모아다가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면 체불된 임금을 받을 수 있어. 그런데 고용노동부에서 일을 대강 처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근로감독 수가 적은데 민원이 많으니까. 임금체불은 그래도 잘 해결되는 편인데 산재같이 다른 문제로 가게 되면 보상받기 힘들 수도 있어. 

뽀미: 그런데 현실적으로 돈 주는 사람을 신고하는 건 힘든 것 같아. 그만둘 각오를 해야 세게 나갈 수 있는 거지.

아나오란: 나는 노동청에 신고했잖아. 임금이 체불 돼서 신고할 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 일단은 사장이 사정이 안 좋은 걸 내가 아니까 신고하는 것도 좀 찜찜한 게 있었고. 알바끼리도 원래 같이 신고를 하기로 한 건데 그 과정에서 서로 배신(?)하는 경우도 생기고, 사람 관계까지 틀어지니까 정신적으로 힘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