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서는 지만원 박사의 '북한군 600명설'과 '북한의 5.18기념일, 영화, 음악'에 관한 논리를 해부해보았다. 2부에서는 전남도청에 설치된 TNT 폭탄이 북한군에 의해 조립된 것이라는 지만원 씨의 '북한군 폭탄 조립설'부터 반박해 보겠다.  


일베야, 또 잘 들어봐 ⓒMnet


#북한군 폭탄 조립설


지만원 씨는 북한군이 8톤 분량의 TNT와 40km 길이의 도화선을 탈취한 뒤 전남도청 지하에서 폭탄을 조립했다고 주장한다. 당시 TNT로 만든 폭탄을 해체할 수 있는 전문가가 우리나라에 한 명밖에 없을 정도로 고도의 폭탄 제조 기술이 사용됐다는 이유에서다. 지만원 씨는 당시 도청 지하에 설치된 폭탄 조립 실력을 봤을 때 이는 광주시민이 아닌 고도로 훈련된 북한군의 실력이라고 주장한다.


5.18 관련 사건 수사결과 ⓒ검찰청


얼핏 보면 상당히 그럴듯하다. 그러나 검찰기록과 안기부기록 어디에도 TNT 8톤의 내용은 발견할 수 없다. 대신 검찰기록에서는 TNT 10여 상자를 탈취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렇다 하더라도 TNT 10여 개가 8톤에 달한다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 TNT 10여 개가 8톤이 되려면 상자 하나에 대략 0.7톤에서 0.8톤의 무게가 나가야 하는데 이는 웬만한 경차 무게에 달한다. 아래에 쓰겠지만 당시 전남도청에서 폭발물을 관리한 광주시민은 13명이다. 그 13명이 어벤져스(!)가 아닌 이상 경차 무게의 상자를 광업소에서 빼낸 뒤 도청으로 가져가는 것부터가 말이 되지 않는다. 만약 가져갔다 치더라도 경차 무게의 TNT 상자를 다시 도청 지하로 가져가 폭탄으로 조립하는 것 역시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지만원 씨의 주장에서 부분적으로 맞는 부분이 있다면 도청 지하에서 폭탄을 제조했다는 것이다. ‘광주매일’에서 발표한 ‘正史5.18’에 따르면 김영복 씨를 포함한 13인은 계엄군에 대항하기 위해 자신들이 일하던 광업소에서 다이너마이트를 빼 왔다. 13인은 지만원 씨의 주장과 달리 TNT가 아닌 다이너마이트와 뇌관, 도화선 등을 옮기는데 8톤 트럭을 사용했다. 13인이 '8톤 트럭으로 다이너마이트'를 옮긴 것을 지만원 씨는 이를 ‘8톤가량의 TNT’라고 왜곡하거나 오인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여기서 지만원 씨의 편을 조금 들겠다. 지만원 씨가 ‘8톤 트럭’을 ‘8톤가량’이라고 주장한 것은 왜곡이라고 생각할만한 여지가 있지만, 다이너마이트를 TNT로 오인한 것은 단순 지만원 씨만의 문제로 보기 힘들다. TNT와 다이너마이트는 만들어지는 성분부터가 다르지만 위의 검찰기록이나 아래의 안기부 기록에서는 TNT와 다이너마이트를 혼용해서 사용했기 때문이다. 


*아래 기록에서 TNT ‘3,000상자’라고 기록했는데 ‘3,000개’를 잘못 쓴 것으로 추정된다. ‘5.18 正史’ 속 13인의 증언과 당시 폭탄 뇌관 해체 작업을 진행한 배승일 문관의 증언에 의하면 2,000개가 넘는 다이너마이트가 있었다고 한다.




빨간 밑줄 친 부분, “TNT 3,000개(상자)를 적치 마지막까지 극렬 저항하는 폭도 17명을 부득이 희생시키고 탈환 후 광주시 장악 질서 회복” 

ⓒ1985. 5. 光州事態, 狀況日誌 및 被害現況


다시 지만원 씨의 ‘북한군의 폭탄 조립설’로 돌아가 보겠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폭탄을 만들었다고 해도 폭탄 제조 행위를 북한군의 소행으로 돌릴 수는 없다. 당시 다이너마아트 작업에 착수한 13인은 광업인이었고 직업의 특성상 다이너마이트를 제조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13인은 석탄을 캐기 위해 매일같이 다이너마이트를 만들고 폭파하던 사람들이다. 지만원 씨가 폭탄 제조를 북한군이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正史 5.18‘에 등장하는 13인을 북한군이라고 여기는 것과 같다. 또한 지만원 씨의 주장대로 TNT는 폭탄으로 조립된 게 아니라 단순히 '적치(쌓아 둠)'되어 있었다.


덧붙여 당시 전남도청에서 폭탄을 관리한 13인은 다이너마이트를 만들 때 불을 붙일 수 있는 도화선만큼은 조립하지 않았다고 한다. 실수로라도 불이 붙으면 시내 전체가 불바다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도화선을 연결한 '척'한 다이너마이트를 도청 지하에 쌓아놓음으로써 계엄군이 시민들을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게 했다.  


#탈북 군인 증언


이쯤 되면 일베 사용자들이 내세울 만한 증거라곤 탈북 군인 증언뿐이다. 지만원 씨도 탈북 군인 증언을 ‘북한 개입설’의 근거로 삼았다. 탈북 군인 모임인 ‘자유북한군인연합’의 회장인 임천용 씨는 자신이 광주 민주화 운동에 개입한 북한군이었다고 주장하며 자신을 포함한 북한군 일동이 광주 민주화 운동이 발생한 이후 광주로 개입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1부에서 지만원 씨의 '북한군 600명설'의 근거였던 "소수의 북한군이 광주로 꾸준히 투입되거나 사건 이전에 미리 잠입해 있었다"와도 어긋난다. 게다가 1부에서 언급했듯 계엄군이 봉쇄하고 있는 광주에 북한군 다수가 진입했다는 증언 역시 믿기 힘들다.


또한 다른 탈북 군인 모임인 ‘탈북군인협회’에서도 DailiyNK와의 인터뷰를 통해 “5.18 광주에 북한특수부대가 투입되었다’는 주장들도 현실과 맞지 않다”며 임천용 씨가 회장직으로 있는 ‘자유북한군인엽합’의 '북한 개입설'을 반박했다.


임천용 씨 외에도 자신을 탈북 군인이라고 소개한 김명국 씨와 이주성 씨도 채널A를 통해 자신이 광주에 투입되었다고 밝혔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50명에 달하는 북한군이 5월 21일 북한에서 우리나라 서해안 어느 곳을 향해 배를 통해 이동했고 서해안 도착 이후 23일에는 광주로 잠입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명국과 이주성 씨가 남파하기 전인 5월 17일부터 우리나라는 전국 계엄령이 내려져 광주뿐 아니라 전국에 군사적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특히 광주는 2만이 넘는 계엄군에 의해 더욱 강력히 봉쇄되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군 다수가 투입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빨간 밑줄 윗부분, “계엄군 3명이 사망하였음” 

5.18 관련 사건 수사결과 ⓒ검찰청


관대하게 봐서 그들의 투입이 가능했을지라도 김명국과 이주성 씨가 5월 27일 오전 9시에 계엄군 3명을 총격해 죽였다는 증언으로 인해 그들은 자가당착에 빠진다. 검찰이 발표한 ‘5.18 관련 수사결과’에 따르면 27일경에 계엄군 3명이 사망한 사실이 있긴 하지만 그 시간은 오전 5시 15분 이전의 일이다. 김명국과 이주성 씨가 시간을 착각했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들이 계엄군을 살해한 오전 9시는 그들이 북으로부터 철수명령을 받은 직후였다. 새벽 5시와 철수명령을 받은 오전 9시를 착각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순간포착으로 찍힌 광주시민의 걸음과 북한식 제식 걸음의 유사성을 '북한 개입설'의 근거로 제시하는 지만원 박사. 

그 치밀함에 일베 사용자들은 선전 및 선동당할 수 밖에 없었다 

원래는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게시글을 캡쳐한 사진이었습니다만, 

시스템클럽 측의 항의로 2015년 5월 18일 12시 47분에 사진을 대체, 수정했습니다


#쌍지팽이론


지만원 씨는 자신이 5.18 민주화 운동이 북한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할 때마다 5.18 세력이 ‘쌍지팽이’를 들고 소송을 걸거나 린치를 가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만원 씨는 5.18 세력이 북한이 개입되었다는 주장에 ‘쌍지팽이’를 들며 반발하는 이유가 그들이 북한을 옹호하는 빨갱이이기 때문(?)이라는 신박한 논리를 다시 한 번 펼친다. 편의상 이 논리를 '쌍지팽이론'이라고 칭하겠다. 



지만원 박사의 쌍지팽이론


그러나 쌍지팽이론은 'A. 북한이 개입했다는 주장에 반발하는 사람은 북한을 옹호하는 사람이다'라는 전제부터 틀렸다. 예를 들어, 나는 북한이 개입했음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북한 3대 세습의 패악을 비판하며 언제나 "북한 ***!"를 외칠 준비가 된 사람이다. 북한을 옹호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나같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5.18 민주화 운동을 받아들이는 대부분의 우리나라 국민이 그러하며 심지어 보수논객인 조갑제 씨도,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역시 5.18 사건을 민주화 운동이라고 칭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만원 씨의 쌍지팽이론을 옹호한다면 조갑제 씨와 박근혜 대통령도 북한을 옹호하는 빨갱이가 돼버린다. 


또한 지만원 씨의 논리대로라면 아래 그림과 같은 논리도 성립할 수 있다. 



일베 츤데레설. 츤데레 돋네..


위의 '일베 츤데레설'은 지만원 박사의 쌍지팽이론에서 '북한'을 '광주시민'으로, '5.18 세력'을 '일베'로 바꿨을 뿐 그 논리 구조는 동일하다. 지만원 씨의 쌍지팽이론'에 깔린 논리를 수긍할 수 있다면 같은 논리를 적용한 일베 츤데레설 역시 타당한 논리가 된다.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일베의 과도한 '쌍지팽이질'이 사실은 광주시민을 옹호했던 것임을 꿈에도 상상 못 했다.


5.18 당시의 광주시민을 옹호하는 일베인으로서 이제는 과도한 '쌍지팽이질'보다는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 줄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이 어떨까? 예를 들어 5·18 기념재단에 대한 후원이라든지 이 기사를 쓰는데 고생한 고함20을 위한 정기 CMS 후원이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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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베 사용자 중 이 기사를 통해 쌍지팽이론과 일베 츤데레설에 깔린 논리가 옳지 않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 지는 더욱 간단하고 명확하다. 5.18 세력이 빨갱이라는 논리가 오류임을 받아들이고 지만원 씨의 '북한 개입설'에 대해 좀 더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