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20대'에 대한 인상비평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청년이슈팀의 [청년연구소]는 청년과 20대를 주제로 한 다양한 분야의 학술 텍스트를 소개하려합니다. 공부합시다!


선거철이 되면, 20대는 “투표도 하지 않고 놀러갈 궁리만 하는 한심한 세대”라는 오명을 쓰며 낮은 투표율로 비난받는다. 1970~80년대의 학생 운동을 이끌었던 세대들은 부조리한 정치에 맞섰던 그들의 뜨거운 가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지, 정치에는 관심도 없고 스펙 쌓기에만 열중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재의 청년들이 박약하고 무력해 보이는 모양이다. 이들은 청년들이 보수화되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청년들이 무조건 정부를 비판하는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도 한다. 어느 쪽이 맞는 것일까? 대부분의 세대론은 청년들의 정치의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강풀의 투표독려만화. 이런 만화는 주로 청년들을 겨냥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청년연구소는 이길환 박사의 ‘청년 유권자들의 정치적 무관심?: 부산 소재 대학생들의 정치의식 분석’을 통해 청년들의 정치적 관심에 대한 오해와 진실들을 풀어보고자 한다. 본 연구는, 부산의 대학(경성대,동아대,부경대,부산교대)의 대학생 400여명을 표본으로 정치적 관심, 정치적 참여, 정치적 신뢰, 정치적 효용감을 주제로 한 설문지 응답을 통해 진행되었다.  


Q. 청년들은 정치적으로 보수화되었나?

A: False


최근 한국 사회 대학생들의 정치의식의 특성을 ‘탈정치화’와 ‘정치적 보수화’로 보는 시각이 존재해왔다. 이것은 대학 사회 내의 비운동권 학생회의 등장, 급진적 학생운동의 소멸, 여당에 대한 상대적 지지의 증가 등의 근거로 현실에서 어느 정도 설득력 있는 주장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정치 성향을 자가 평가(self-placement)한 결과를 분석했을 때, 자신을 ‘진보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35.5%였으며, 중도적이라 응답한 비율은 49.9%였다. 자신을 ‘보수적 성향’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4.7%에 불과하였다. 청년들의 정치의식 변화의 추세는 ‘보수화’가 아니라 ‘중도적 입장을 취하는 무당파’에 방점이 찍혀 있다.     


Q. 청년들은 정치적 이슈에 전혀 관심이 없다?

A: False


연구자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기에 앞서, 정치적 관심과 정치 참여는 구분해서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적인 관심이 높아도 정치적 참여는 낮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투표나 선거 운동과 같은 전통적인 정치 참여에 있어서만 소극적인 것인지, 아니면 토론, 시위, 데모와 같은 비전통적인 정치 참여에도 무관심한지, 그 영역을 구분해서 청년들의 정치 참여 수준을 가늠해보아야 한다.


신문의 정치면을 꼭 읽거나 TV시청 시 정치에 관한 뉴스에 관심이 많다고 답한 학생은 전체의 30~40% 정도였으며 타인과 정치사회적인 이슈에 관하여 토론을 자주 한다고 답한 학생은 전체의 55%로 나타났다. 아마도 학교에서 수업과 학습 등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대학생들이 신문이나 TV와 같은 대중 매체를 접하기 보다는 자주 대면하는 학생들과 정치적 토론을 할 기회가 많을 것이다. 매체를 통해 정치적 보도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상호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청년들이 정치적 이슈에 어느 정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Q. 청년들의 정치적 성향은 진보 또는 보수이다?

A: False


연구자는 청년들의 정치 성향을 검증하기 위해 진보와 보수를 판별하는데 사용되는 변수로 네 가지를 선택하여 제시한다. 이 주제에 대한 견해를 질문했을 때, 청년들의 정치적 입장은 일견 모순적인 면모를 보였다. ‘국가 보안법 폐지’와 ‘인도적 대북 지원’에 반대하는 청년의 비율은 남성과 여성 모두 찬성의 비율보다 다소 높았다. 그러나 ‘부자 증세’에 찬성하는 남학생의 비율은 86.7%, 여학생의 비율은 90%로 반대 의견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 해체’의 경우 ‘부자 증세’만큼 찬성의 의견이 지배적이지는 않았으나, 어느 정도 청년들이 재벌에 대한 부정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이중적 견해는 청년들의 정치성향을 진보와 보수라는 고정된 프레임으로 분류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청년들은 분야에 따라 혹은 그들이 중시하는 가치 기준에 따라 각기 다른 정치적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이를테면 청년들이 ‘북핵 문제’를 경험하면서 국가 보안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다면, 경제적으로는 우리 사회에 분배적 가치를 고려해서 진보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Q. 청년들은 투표에 대한 관심이 적다?

A: True


중앙 선거 관리 위원회는 작년 6.4 지방선거의 선거인 명부를 근거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투표율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60대 투표율이 74.4%로 가장 높은 반면에 20대의 투표율은 48.4%에 불과했다. 투표율의 세대별 양극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난 것이다. 논문에서도 청년들이 ‘투표 참여를 국민의 의무’로 여기는 응답이 전체의 6.5%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선거에 자발적으로 투표한다고 답한 대학생은 13.7%였고, 나머지 청년들은 주변의 권유에 의해 투표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Q. 청년들은 정치가 자신의 삶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여기는가?

A: True


청년들의 ‘정치효용감’은 낮은 수준이다. 청년들은 정치가 그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응답자의 67.1%는 “일반적인 정치 문제가 청년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답했고, 개인의 투표참여가 정부정책의 결정에 영향을 준다고 답한 사람은 16.2%에 지나지 않았다.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얻는 이익이나 효용이 없다고 청년들 스스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 설문에 대한 응답 결과는 왜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라 평가받고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볼 수 있다. 


청년들이 전혀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며, 그들의 대화 속에 정치적인 주제를 끌고 들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청년들은 그들이 정치에 관여함으로써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우리의 정치적 현실이 과연 청년들에게 설 자리를 내주고 있는가? 청년들이 중장년 세대에게 정부를 지지하는 보수적인 세대라고 낙인찍는 것이 옳지 않듯이, 청년들 모두를 정치에 무관심한, 정치와는 거리가 먼 세대라고 낙인찍는 것 또한 옳지 않다. 어쩌면 청년들을 가로막는 것은 이러한 ‘낙인’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