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지대 대방동을 향한 발걸음에는 소리가 딸려온다. 서울시 동작구 주말농장에 자갈이 깔린 주차장 한편, 무중력지대 대방동이 있다. 열다섯 발자국이면 사르륵거리는 자갈 소리가 멎는다. 이윽고 오렌지색에 사로잡힌다. 12개의 컨테이너로 만들었다는 공간은 비대칭적이면서 통일성을 이루고 있다. 무중력지대 대방동을 이루는 해상운송용 컨테이너는 유동성을 상징한다. 설계가는 청년세대의 특징을 공간으로 구현해낸 것이다. 


무중력지대 대방동의 외관. 밝은 오렌지빛은 이용자들의 마음을 환화게 비춘다. ⓒ무중력지대 대방동 페이스북. 


청년들을 위한 공간인 무중력지대 대방동은 지난 4월 28일 개관했다. 무중력지대는 어떠한 실적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가진다. 시작은 2012년 박원순 시장이 주최한 토론이었다. 청년들은 창업이나 취업이라는 압박에서의 ‘무중력지대’를 요구했다. 우리 사회에서 청년 실업자는 300만 명이 넘는다. 청년들이 꽃을 피울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씨앗 사업의 하나로 공간은 탄생했다. 이 공간은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하다.

 

1층은 상상지대다. 50명이 책상에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다. ㄱ자, ㄴ자, ㅁ자로 붙어 있는 책상은 일행들이 이용하기 좋았다. 책상 간 간격은 의자 2개가 들어갈 정도다. 높은 천장도 자랑거리다. 여유 있는 공간 활용은 ‘상상’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상상은 더 나은 ‘함께’를 상상한다. “대방동은 영등포, 노량진과 가깝습니다. 지역 특성상 외로운 1인 가구가 많죠. 무중력지대 대방동에서 함께 밥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연대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정수현 센터장은 취사도구가 마련된 나눔지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상상지대 한편에는 나눔지대가 있다. 함께 음식을하고 나눠 먹는 것도 연대다. ⓒ무중력지대 대방동 페이스북.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아 마음이 편해요.” 동작구에 거주하는 권지영 씨(23)가 말했다. 친구들과 공부 모임을 하는 그녀는 이전에는 카페를 주로 찾았다. 자유롭게 공부할 공간을 찾아 좋다는 그녀는 또 다른 기대를 하고 있다. “이곳에 여러 활동가분들이 있어요. 함께 밥도 먹으며 교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지영씨는 무중력지대에서 제공하는 사물함도 신청해두었다. 


밝은 채도, 높은 천장은 이용자들의 마음에 여유를 가져다준다. ⓒ고함20


상상계단을 올라갔다. 왼쪽 벽면에서 지형섭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선으로 복잡한 구성을 이루고 있다. 여덟 점의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2층, ‘함께지대’다. 이곳엔 아트컴퍼니 길, 어썸스쿨, 서울소셜스탠다드, 청년연대은행 토닥, 청년마을네트워크 5곳이 입주해있다. 극단, 대안학교, 은행, 공공건축 등 분야는 다르지만, 이들이 지향하는 바는 같다. 바로 ‘연대’가 강한 사회다. 그래서인지 입주단체의 사무실은 개방적이다. 벽과 문이 없다. 책장이 곧 경계선인 이곳은 ‘함께지대’라는 이름값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 


상상계단에서 내려다 본 상상지대. 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상상지대의 공간 활용은 여유롭다. ⓒ고함20.


무중력지대 대방은 2016년 12월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 시장의 청책(聽策)으로 태어난 이 공간의 최대 약점은 정치 리스크다. 정수현 센터장의 고민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정권과 관계없이 이 공간을 지켜야 한다. 정 센터장은 청년들의 주인 의식을 역설했다. “무중력지대를 이용하는 청년들이 이 공간에 대해 애정을 가지는 게 우선이에요. 이 과정에서 주인의식이 생기겠죠. 저는, 시민으로서 청년세대가 정치권에 요구하는 그런 협의체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액 공공예산으로 조성된 청년 공간. 동아시아에서는 무중력지대가 최초라고 한다. 얼마 전 무중력지대 대방에서는 한차례 소란이 일어났다. 노인 한 명이 “노인을 위한 공간이 없는데 어째서 이런 공간을 만들었냐”라며 행패를 부렸다고 한다. 해프닝으로 끝난 이 사건은 청년들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보여준다. 하지만 청년이 발아하고 발화할 사회적 토양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취업과 같은 짐이 무거운 중력으로 작용한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무중력지대 대방’은 안식처가 될 터다. 여기 청년들을 위한 오렌지빛 무중력지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