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엠블랙이 서울대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다? - 엠블랙, 김수로 등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엠블랙, 서울대 가다(가칭)’의 제작이 알려지면서 서울대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서인영, MC몽, 니콜(카라) 등이 출연해 인기를 끌어온 케이블 채널 엠넷(M.net)의 ‘연예인 대학 가기’ 새 시리즈로 기획되어, 서울대 의류학과와 사전 촬영 협의가 이미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엠블랙


이 소식은 서울대학교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서울대 학내 구역, 서울대입구역 근처 등에서 프로그램 촬영 현장을 목격한 학생들의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모 잡지를 통해, 의류학과 소속의 지인을 통해 이미 소식을 접한 학생들의 댓글이 더해지면서 논란이 확산되었다. 스누라이프 상의 정보에 따르면, 엠블랙, 김수로 등은 서울대 의류학과 청강생 자격으로 2학기에 열리는 학과 패션쇼에 참여하는 등 캠퍼스를 누빌 계획이다.

현재 여론은, 대부분의 서울대 재학생들이 이번 촬영에 대해 반대하는 분위기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엠넷의 제안을 계속해서 거절해 온 서울대가 이제 와서 태도를 바꾸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학생들의 반대 근거는 매우 다양하다. 학생들과의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것,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받을 여지가 있다는 것, 국립대학의 재원이 상업방송의 영리를 위해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학내 학습 환경이 산만해질 수 있다는 것 등이다.

현재 스누라이프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촬영 저지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의류학과 학과장에게 메일 보내기, 의류학과 사무실에 전화하기, 서명운동 등 다양한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서울대는 현재 총학생회 선거가 부결되어 총학생회 대신 단과대연석회의가 학내 자치 업무를 수행 중이다.)에서도 사안의 심각성을 받아들여 대학본부와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곧 개강을 맞는 2학기에 서울대학교 캠퍼스에서 엠블랙, 김수로, 그리고 방송 스태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혹은 서울대 학생들이 이들의 진입을 막아낼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대학 내 방송촬영 논란, 이번이 처음 아냐

한편, 대학 내 방송촬영에 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이번에 논란이 된 엠넷의 ‘연예인 대학 가기’ 시리즈는 2008년 이후 카이스트, 가톨릭대 의과대학, 건국대 등에서 촬영을 하며 많은 논란을 빚었다. 방송을 통해서는 대학을 찾은 연예인들을 반기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재학생들만 묘사되었으나,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꽤나 많았을 터이다.


출처 : 엠넷 방송화면 캡쳐


대학 내 방송촬영을 학생들이 저지한 경우도 있다. 2003년 MBC 시트콤 ‘논스톱4’의 배경이 급작스럽게 바뀐 사건이 그것이다. 당시 ‘논스톱4’는 서강대학교를 배경으로 촬영을 해 왔으나, 학업방해, 통행방해 등의 이유로 제작 도중 촬영을 거부당했다. 학생들의 불만이 많아지면서 대학 측이 취한 조치였다.

과거와 비교하여 최근의 방송촬영 실태는 더욱 심각하다. 과거에는 대학 내의 장소만을 빌려서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이었다면, 요즈음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는 대학 내 여기저기에서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지나가는 행인들마저 렌즈에 담고 있다. 실제로 엠넷의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내려와’라는 프로그램에서는 훈남을 찾는다며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캠퍼스 캠퍼스를 누비며 학생들을 촬영하고 ‘과거에는 연대의 물이 더 좋았으나,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출처 : 엠넷,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내려와> 홈페이지


많은 대학 캠퍼스에 아름다운 장소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대학 내부는 매우 선호되는 촬영지였다. 하지만 학생들의 수업권 등을 고려하여 영화, CF 촬영 등은 학생들의 수업이 상대적으로 적은 주말에 진행하고, 평일에 촬영하더라도 학생들의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촬영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아무리 리얼리티가 대세고 막장이 대세라지만, 방송이라는 이름으로 일반 학생들의 일상에 마음대로 끼어들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