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그리고 여성주의]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대학 내 여성주의 단위를 만나 인터뷰하는 기획입니다. 이 기획은 격주로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관악 여성주의 학회 달'(이하 '달')은 비교적 최근 생긴 학회이다. 달은 세미나, 연대성명 등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서 이끌어 나가고 있으며 학내 사건에도 대응하고 있다. 대학 여성주의 단위 인터뷰를 이어나가고자 여기저기 연락을 하던 중 가장 먼저 반갑게 답해준 곳이기에 첫 번째로 올린다. 다음은 달의 배지연 학회장과의 일문일답.

 

관악 여성주의 학회 달 로고. ⓒ 관악 여성주의 학회 달 페이스북

 

우선 달에 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관악 여성주의 학회 달은 서울대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주의 학회입니다. 2012년 사회대 여성주의자 모임으로 시작해서 지금의 관악 여성주의 학회가 되기까지 꾸준히 세미나, 연대활동, 간담회, 영화제, 여성주의 축제, 친목 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해 왔고 앞으로도 여력이 되는 한 학우들과 함께 꾸준히 여성주의 활동을 해 나가려 합니다.


달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는지, 혹은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궁금합니다.

달은 태양과 대조되어서 보통 여성을 대표하는 의미로 쓰이니까요? 사실 별다른 의미는 없고 상징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여성을 대표하는 의미로서 달이라는 이름을 달고 활동하는 것이 자칫하면 여성들만의 여성주의를 표방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까 해서 약간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이름의 상징성 때문에 계속 쓰고 있습니다. 딱히 다른 아이디어도 없고. (웃음)


학회는 언제 설립된 것인지, 혹은 그 전에 이어지던 것을 이어받은(?) 부분도 있나요?

이전에 ‘공간’이 있었는데, 관악 여성주의자 모임으로 존재했고 여기에서 이어지는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 대책위 사건(관련 링크) 등의 문제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요. 그 이전에는 쥬이쌍스라는 여성매체가 있었습니다.

 

서울대 내에서의 여성주의 움직임은 지속해서 관악이라는 지역을 내걸고 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 궁금해졌어요.

학내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지역 차원의 연대는 없지만 학우대중과 관련 있는 사안이라면 연대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을 것 같네요. 아직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활동 내용은 없습니다.


‘새로운 여성주의를 학습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봤습니다. 달이 생각하는 새로운 여성주의는 어떤 것일까요?

여성주의 운동에서 여태까지 분명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문화적 또는 미시적인 실천에 국한된 실천들만을 하는 여성주의 조류가 있었고 이로 인해 여성주의는 갑갑한 것, 소소한 것까지 규제하는 생각이라는 인식이 있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생물학적 성별에 근거한 대결구도를 양산하는 실천도 있었습니다. 저희는 좀 더 대중과 접할 수 있고, 대중 속으로 들어가서 사람들과 유리되지 않는 여성주의를 공부하고 실천하려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과 더불어 젠더에 기반을 둔 억압에 작용하는 구조들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작업도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회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세미나, 연대성명 및 연대 행동 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어떤 것들을 하고 계시는지.

분기당 주제를 잡아 3~5회의 정기적인 세미나와 더불어 의제가 생길 경우 연대 성명 및 연대 행동, 3.8 여성의 날 행사 참여 및 기획 등 여성의제 연대, ‘달맞이’(2013년 사회대 여성주의 축제) 등 여성주의 문화행사 등을 하고 있습니다. 또 교내에서 사회대 학생회칙 개정을 함께하였고, 학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공동대책위원회에 결합하며 내규 제정, 교육자료 만들기 등에 함께하였습니다.

관악 여성주의 학회 달 세미나 공지 중 하나. ⓒ 관악 여성주의 학회 달 페이스북

 

비단 여성주의 이슈라고 불리는 부분뿐만 아니라 노동을 포함한 여러 이슈에도 함께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련된 내부 의견이나 기조 같은 것도 있나요?

노동과 여성주의는 떼놓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우리 대학생들이 곧 노동자이거나 예비노동자이며, 젠더에 기반을 둔 억압이 구체적으로 행해지고, 또 억압을 재생산하는 구조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노동 의제, 사회 문제 등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의제에 함께할 수는 없어서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이나 회의를 통해 회원들 간에 상의한 뒤 결합할 수 있는 의제들을 결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안에 움직이려면 그만한 동력이 있어야 하는데, 달은 충분한 동력이 있는 편인지 궁금합니다.

음... 동력이 있는 편이겠죠? 사실 학회가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회원들이 들어오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으며 큰 사업의 경우 몇십 명의 학우들이 함께하기도 하니까 활동 별로 관심도는 다르지만 아직은 동력이 있는 편입니다. 서울대 내 여성주의 학회, 교지 등이 전부 사라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여성주의 학회 달의 학내 인지도나 페미니즘에 관한 인식은 어떤가요?

학내 인지도는 꽤 있는 편입니다. 좋은 것일 수도 있고 나쁜 것일 수도 있는데 아무튼 성폭력 사건 등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여성주의 학회가 아직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습니다. 여성주의에서 권위를 주장한다거나, 미시적인 실천에 국한되는 등의 일을 조심하면서 인지도를 넓히기 위해 어느 정도 노력 하고 있습니다만 역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한정되어 있고, 요즘은 여성주의 자체에 대한 기대가 줄어드는 것 같아 조금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세미나가 하나의 주제 아래 밀도 있게 진행되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 주제 선정이나 프로그램 등을 고민할 때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내부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도 궁금해졌어요.

세미나는 주로 교내 사회대 학생회실이나 자치공간을 이용합니다. 세미나 주제는 그때그때 회원들 상황에 맞춰서 배우고 싶다는 것을 하거나,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식입니다. 여성주의에서 실천도 중요하지만, 역사나 이론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서 그런 부분들을 유의하고 커리큘럼을 짜 왔던 것 같습니다.

 

관악 여성주의 학회 달 세미나 때. ⓒ 관악 여성주의 학회 달 페이스북

 

최근 사회 여러 측면을 보면서 달 내에서도 고민이 많이 늘었을 것 같아요.

사실 여성주의 이슈들이 많이 없는 상황인데, 올해 유독 여성주의에 대한 관심이 많이 쏟아졌던 거 같습니다. 아직 많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인 교내 교수-학생 간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폭력, 성희롱 문제들도 그렇고 데이트폭력도 그렇고 이런저런 이슈들이 많습니다. 달에서는 신입 회원들과 이야기할 때 최근의 여성혐오와 여성혐오에 대한 혐오, 그리고 이로 인한 ‘여성주의자’에 대한 혐오 등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았는데 이런 지점들을 앞으로 더 이야기하면서 방향을 찾아보려 합니다.

 
서울대는 큐이즈(학내 성소수자 동아리)도 있잖아요. 큐이즈와는 맞닿는 지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혹은 다른 여성주의 학회나 교지 등과 교류가 있으신지도 궁금해요.

다른 학교 학회나 교지들과 교류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네요. 큐이즈와는 상시적인 교류는 없지만, 행사 등에서 함께 하는 수준의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달 회원들 몇 명 차원에서 서울 퀴어퍼레이드도 다녀왔네요.


앞으로 달이 가고 싶은 길이나 방향이 있으시다면?

사실 여성주의보다도 운동 전반에서 학생들이 학내에서 파편화되고 개개인의 삶에 매몰되는 것이 조금 걱정됩니다.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제 개인적인 삶이 있고 밥 벌어 먹고살 걱정을 매일 하면서 사는데... 파편화되고 개인화 되면서 스스로가 삶에서 정치의 주체로 서지 못하고, 더 나아가서는 끊임없이 자기 검열을 하면서 살게 되는 것이 좀 무섭네요. 학회에서는 여성혐오 정서가 요즘 점점 힘을 얻는 것 같은데, 루저들의 문제라는 기사가 나오기는 했지만 저는 그것보다는 좀 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표현 방식의 차이이지 ‘루저들’만 여성 혐오적 성향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정서가 기회를 잡거나 정치적 동력을 얻으면 집단적인 파시즘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우울한 일들이 많지만 그래도 자신의 해방과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주의를 공부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공부하고 실천하려는 단위가 있다는 점에서 행복하네요. 앞으로도 관악 여성주의 학회 달과 건강한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여성주의자들의 활동에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정리. 블럭(blucsha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