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부터 8월 18일까지 [고함20]은 아마추어 저널리즘에 관한 프로그램 <마이 리틀 저널리즘(마리저)>을 진행합니다. <마리저>는 강의와 세미나를 통해 아마추어 저널리즘의 경계선을 긋는 것부터, 아마추어 저널리즘이 할 수 있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서 알아보려 합니다.


지난 7월 28일 진행되었던 마이리틀저널리즘 3주차 프로그램에서는 감언이설 기자가 생각하는 ‘아마추어저널리즘’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기성언론이 존재하지만 아마추어 저널리즘은 무엇인지, 저널리즘의 맥락에서 같은 것인지, 아마추어이기에 다른 것인지. 아래는 감언이설 기자가 ‘기성언론과 아마추어저널리즘, 정말로 달라요?’라는 제목으로 진행했던 세미나의 정리입니다. 


 

아마추어 저널리즘이란 말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말은 아닙니다. 수많은 ‘저널리즘’ 단어들이 생겨났듯이 아마추어 저널리즘 역시 그 종류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아마추어 저널리즘은 흔히 이야기하는 ‘대안언론’ 혹은 ‘뉴 미디어’ ‘대안 미디어’ 그 자체가 될 수도 있고, 그들의 저널리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마추어’이기에 무시 받는 저널리즘

 

‘소속이 어디세요?’
기자로서 자주 마주치는 질문이 입니다. 취재에 있어서 소속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겠죠? ‘아마추어 저널리즘은’ 취재의 어려움뿐 아니라, 아마추어이기에 받는 압력 또한 존재합니다. 게시물을 내려달라는 이야기, 기자와 협상하려는 태도는 아마추어 저널리즘 차원에서 너무도 익숙합니다.

  

고함 20에서도 이는 예외가 아닙니다. 교회로부터 명예훼손 고발의 협박을, 출판사로부터 기사를 내려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2012년에는 ‘국토대장정’ 관련 기사를 두고 소송논쟁이 있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오직 기사를 잘 못써서일까요? 정말 기성언론이 같은 사안으로 기사를 썼어도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요? 모든 언론과 저널리즘이 직면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아마추어 저널리즘은 이에 더욱 취약합니다.

  

'아마추어 저널리즘'의 층위에서 글을 쓴다는 것

1.https://www.facebook.com/goham20/posts/941929849171895:0
샘 앤 파커스의 성폭행 관련 잡담회 내용을 다룬 고함 20 최근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명예훼손’을 끼칠 우려가 있다며 쌤앤파커스의 요청으로 열람이 금지되는 일이 있었다.

2.다이버시티<누블롱 라 베리테 운영 중인 삼류기자 인터뷰> https://diverity.co.kr/7479/

  

‘아마추어’지만 저널리즘이다

  

시사인 기자 고재열 씨는 ‘기자는 전달하는 데에 있어서 전문가이지 많은 분야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더 많이 알아서’ 프로기자가 아니라 더 잘 전달하기 때문‘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아마추어 저널리즘 역시 ’잘 전달‘한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많은 아마추어 저널리즘들 또한 저널리즘 준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법률 또한 일정의 저널리즘 의무를 강요합니다. 2012년 8월 20일에 공정거래위원회는 표시, 광고 공정화에 관한 고시 일부를 개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블로거의 대가성 글도 공정위의 기준에 맞춰 광고임을 표시해야만 합니다. 네이버 역시 ‘광고주의 후원을 통한 글 작성 시 후원 사실을 명시’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파워블로거 자격을 상실하도록 했습니다. 블로거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책임지지 않는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는 블로거나 여타 아마추어 미디어들도 일정의 저널리즘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시사전문 파워블로거 아이엠피터 씨의 경우 현직 언론사 기자들도 그의 자료를 인용할 정도이지만 아마추어 저널리즘에 속합니다. 그는 보좌관이나 정치를 하다가 물러난 취재원들에게서 정보를 얻으며, 일주일의 3일은 국회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습니다. [고함20]의 경우에도 정식 취재요청을 하고, 인터뷰와 취재를 위해 사전조사 과정을 거칩니다. 최근 문제가 되는 ‘기사 베끼기’나 ‘무단 도용’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 아이템 선정부터 최종 탈고에 이르기까지, 출처 표시가 되지 않은 점이 있나 확인 작업을 거칩니다.

  

프로의 ‘저널리즘’은 아마추어의 것과 다른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1인 미디어나 블로거, 대안 언론사들은 각기 준칙을 가지고 저널리즘에 입각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물론 ‘홍보불응’을 무기로 기업이나 개인에게 영업장에 협박을 하거나, 단순 짜깁기로 이루어진 콘텐츠, 아예 사실관계가 다른 콘텐츠를 생산하는 곳이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기성언론은 그 점을 비판하며 아마추어 저널리즘과 차별적인 위치에 서고자 합니다. 하지만 기성언론 역시 아주 기초적인 저널리즘을 지키지 않는 일이 잦습니다. 파워블로거들의 잘못된 행태를 꼬집는 ‘파워블로거지’라는 말이 있듯, ‘기레기’라는 말 역시 ‘저널리즘’을 잊은 기성언론의 행태에서 비롯된 단어입니다.

  

저널리즘의 기초는 저작권 베끼지 않기입니다. 사진을 베끼지 않고 아이템을 베끼지 않고, 더 크게 보면 기사를 베끼지 않는 것. 즉, 기자의 생각을 베끼지 않는 것이 저널리즘의 시작입니다. 그러나 기성언론의 ‘기사 베끼기’는 ‘프로저널리즘’뿐 아니라 ‘아마추어저널리즘’인 대안언론과 학보사를 대상으로 빈번히 일어납니다. 속칭 ‘우라까이’입니다.

  

[고함20]의 기사 역시 ‘베끼기’를 당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본지가 인터뷰한 어떤 인터넷 언론사 사회부 기자는 “우리나라 기자들 사이에서 기사 아이템이 부족할 때 각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나 학보사 사이트를 뒤져 아이템을 찾는 것은 매우 일상화되어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언론수용자의식조사에 따르면 언론인에 대한 신뢰도는 2010년 3.22점(5점 만점)에서 2013년 2.81점, 2014점 2.68점으로 갈수록 떨어져 가고 있습니다. 최근 메르스 사태에 관련하여 마찬가지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보수용자가 신뢰하는 출처로 ‘언론’을 선택한 응답자는 29%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기사 베끼기 뿐 아니라, 상위 검색어 내용을 기사에 반복 노출하여 기사를 작성하는 어뷰징, 보도내용의 증거가 되는 사진에 대한 간단한 검증도 없는 오보 등의 지점에서 기성언론은 비판받아오고 있으며, 그 결과는 신뢰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점은 기성언론이 비판받고 고민하는 지점, ‘프로’저널리즘이 고민하는 지점은 아마추어 저널리즘이 고민하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지난 2015년 5월 13일 미디어 오늘 창간 20주년 기념으로 연린 심포지엄 <한국 언론의 미래를 묻는다>에서는 ‘추락한 한국의 저널리즘과 복원을 위한 해법을 다뤘습니다. 심포지엄에서 도출해낸 해답은 ’기자‘. 즉, 기자가 저널리즘 복원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자는 스스로 똑똑해지고 정직해져야 하고, 윤리성과 전문성을 시스템으로 구현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언론의 크기가, 역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콘텐츠를 생산하든 윤리적이고 전문적인 기자가 콘텐츠를 생산함이 중요합니다. 아마추어 저널리즘이라고 무시를 받는 대안미디어들 역시 기자의 윤리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성언론과 대안미디어, 아마추어 저널리즘의 저널리즘은 다르지 않습니다.

  

 마이리틀 저널리즘 3강 세미나

 

아마추어 저널리즘에는 전문성과 다양성이 있다

  

아마추어 저널리즘으로 꼽히는 미디어들 중에서는, 종합 언론사의 형태를 취하지 않고 한 분야에 전문적인 내용만을 전달하는 미디어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종합적인 내용을 다루되, 각 분야에서 전문가들을 필진으로 두고 글을 기고 받는 형식을 취하는 미디어도 존재합니다.

  

[메디컬뉴스],[더기어],[일다],[뉴스타파],[뉴스페퍼민트], [ize],[블로터]등의 미디어는 각각 의료, 기술, 여성, 탐사보도, 외신번역, 문화, IT와 같은 영역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고 각각 내용에 맞는 전, 현직 전문가를 비롯한 필진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잡지 쪽에서도 다양한 아마추어 저널리즘을 엿볼 수 있습니다. 대전 지역의 청년을 위한 잡지 [BOUSH]나, 잉여들의 이야기를 담는다고 표방한 [월간잉여], 20대 시사주간지 [바이트]등이 그 예시입니다.

  

대안 미디어로 꼽히는 [ㅍㅍㅅㅅ]나 [슬로우 뉴스] 경우, 소속 기자들이 글을 작성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전문가 필진들에게 글을 기고 받아 미디어를 운영합니다. 이런 미디어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글을 작성할 뿐 아니라 최신 경향의 컨텐츠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팟빵에서 분리된 [직썰]의 경우에도 다양한 미디어와 필진에게 글을 기고 받는 동시에 내부 필진 역시 유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고함 20 또한 다양한 목소리를 담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획 [그럼이만]을 진행하며 20대 100명을 인터뷰했습니다. 과연 기성언론에서는 20대 100명의 목소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할까요?

  

맺으며

  

아마추어 저널리즘과 프로 저널리즘을 구분해 간단히 다뤄 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지적했듯이, 아마추어저널리즘이란 말은 일단 정식적으로 존재하는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프로저널리즘’을 표방하는 기성언론의 이야기처럼, 기성언론이 프로 저널리즘이고 뉴 미디어가 아마추어 저널리즘이라고 할 때, 정말로 ‘아마추어 저널리즘’이 프로저널리즘과 구분이 필요할 정도의 존재인가 의문이 듭니다.

  

기성언론은 ‘아마추어 저널리즘은 저널리즘 교육을 받지 않는다’라거나 ‘정보력에서 떨어진다’, ‘전문성이 없다’라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고함20] 역시 저널리즘 교육을 수습 때 진행함은 물론 월 1회씩 다양한 주제를 갖춰 세미나 형태로 진행합니다. 반대로 그들의 저널리즘 교육은 ‘사스마와리’로 일컬어지는, 인권파괴에 가까운 도제식 교육이 아니었는가 생각해봅니다.

  

전문성 역시 아마추어와 프로 저널리즘을 가르기 힘들어 보입니다. 뉴 미디어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 글을 기고받아 큐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전문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더불어 한 분야에 집중하거나 기성 언론사에서 꺼내기 힘든 부분을 잡아내 다양성 역시 획득하고 있습니다.

  

저널리즘은 기성언론, 프로만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저널리즘에 있어서는 프로라는 말조차도 어색합니다. 저널리즘의 해답은 기자에게 있습니다. 저널리즘이 소속된 매체에 의해 부여받은 ‘자격’을 갖춰야만 소유할 수 있는 성질인지 다시 재정립해야 할 것입니다.

 

 

녹취. 사미음(blue9346@naver.com)

정리. 압생트(9fift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