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함. 이상을 이 이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모르겠다. 독특한 문체와 기법, 표현들로 가득한 그의 소설과 시는 우리에게 쉽게 ‘독해’라는 것을 허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그만큼 천재적이었다. 단순히 난해하기만 하고, 단순히 복잡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1930년대, 일제 치하의 경성에서 ‘시뮬라끄르’를 외친 천재 작가 이상. 그가 태어난 지 100년이 지났다. 100년이 흐른 2010년의 가을,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은 그를 위한 전시를 마련했다. “木3氏의出發(이3씨의출발)”

   

이번 전시의 특징은 단순한 ‘이상 회고전’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상이 살았던 그 시대, 즉 1930년대의 경성에서의 ‘모더니즘’을 회고하는 전시였다. 제1 전시장에서는 이상뿐만 아니라 구본웅, 김환기, 유영국 등 당시 대표 예술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고 있었다. 하지만 전시의 주인공은 역시 이상인지라 1층 제1 전시관의 대부분은 ‘이상’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의 일생을 순차적으로 돌아보며 그 때 그때의 그와 관련된 소품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이상이 참여한 잡지들과 이상이 언급된 그 때 당시의 신문들이나 그가 삽화로 참여한 소설 ‘소설과 구보씨의 일일’ 등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되었다.

 


제2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1930년대의 이상이 아닌, 21세기의 이상이 소개된다. 이상의 작품을 관통하는 ‘언어 낱말의 기호학적 의미’와 ‘시뮬라끄르’에 대해 재해석한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각 작품은 그 때와 마찬가지일 것만 같은 ‘88만원 세대’의 답답함을 담아낸 차지량의 영상 <미드나잇 퍼레이드>, 날개가 다시 돋아 날아보았을 때 그가 목적지로 삼았을 만한 정연두의 <낙원>, 그리고 ‘이상체’로 쓰인 이상의 시어들로 직접 시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정영훈의 <익명의 서사시>이다. 특히 정연두의 <낙원>은 ‘눈에 보이는 것’과 ‘실제 세상’의 괴리를 보여주는 점에서, 또 정영훈의 <익명의 서사시>는 그 기호학적 우연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상을 효과적으로 녹여냈다고 할 수 있다.

 

작품 <낙원>이 스크린을 통해 보여지는 모습(위)과 작품의 실제 모습(아래)


제2 전시장 한켠에서는 영화도 상영된다. 이상이 좋아했던 영화와 이상을 재해석한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이상이 좋아했던 영화로는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어화>, <아방가르드: 1920-30년대 실험영화>, <안달루시아의 개>, <러브퍼레이드>가 꼽혔다. 또한 이상을 재해석한 영화로는 <금홍아, 금홍아>,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날개>가 있는데, 이들 또한 각각 이상의 일상과 시, 소설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 낼 수 있다.

 


1930년대 한국의 거장, 천재 문학가 이상과 그의 작품들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주중에는 오후 2시와 4시, 주말에는 오후 2시, 4시, 6시에 전시설명이 있으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문의) 02. 760. 4608 | www.arkoartcent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