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사건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등장한다. 살인을 테마로 한 영화들이 보이는 양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가해자의 극악무도한 행동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것이고 또 하나는 피해자 측근은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느냐 하는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살인의 추억’ 은 연달아 일어나는 미스터리 살인사건을 실감나게 카메라에 담아냈고 ‘밀양’ 은 피해자 가족이 가해자를 용서하려 애쓰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을 알려주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은 전자도 후자도 아니다. 다만, 가해자 김복남의 잔인한 살인행위를 쓸쓸히 담아내며 관객을 가해자편으로 이끌어 낸다.



김복남의 살인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

낫으로 남편의 목을 사정없이 내리치고 도끼로 나무 베듯 팔을 잘라내는 김복남(서영희)의 살인은 가관이다. 제한상영가 책정으로 논란을 빚은 ‘악마를 보았다.’ 의 칼부림과 각종 연장을 수반한 피범벅의 살인, 인육을 칼로 써는 행위보다 더욱 잔인하다. 잔인하지만 김복남(서영희)의 살인은 설득력 있다. 밤이면 남편 만종(박종학)의 동생 철종(배성우)에게 강간당하고 남편이 다른 여자와 자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복남(서영희)이 대반란을 강행하게 된 건 딸 연희(이지은)의 죽음 때문이었다. 친딸이 아닌 연희(이지은)의 몸을 범하는 남편 만종(박종학)의 만행에도 눈감았던 복남은 남편이 던진 돌멩이에 맞아 딸이 죽자, 실성하게 된다. 딸의 죽음의 원인을 은폐하고 복남의 탓으로 돌리는 섬 사람들의 입 맞추기와 친구 해원(지성원)의 무관심한 태도는 복남이 살인을 감행하게 만든다.
 


미친 듯이 감자를 캐다가 하늘의 눈부신 태양을 보고 나서 복남이가 중얼거린 대사는 온 몸을 소름에 휩싸이게 한다. “하늘을 보니 하늘이 이렇게 말하대요...” 를 시작으로 낫을 휘갈기는 복수는 시작된다. 어릴 적 추억 때문에 친구는 차마 죽이지 못하고 피범벅이 된 리코더를 불러달라고 애원하는 씬에서는 슬픔의 카타르시스가 최고조에 다다른다. ‘악마를 보았다.’의 이병헌이 약혼자를 살인한 최민식에게 행하는 복수는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그러나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은 복남이의 끔찍한 복수를 눈시울이 붉어진 채 인정할 수밖에 없게 한다.
 

출처 : http://v.daum.net/link/10112779

타인에 대한 무관심
당신은 관심지수는 얼마나 되나

지하철 폭력할머니 동영상으로 세간이 시끄럽다. 할머니가 여자 아이를 때리는 내용의 동영상은 누군가의 촬영에 의해 일파만파 퍼지게 된 것이다. 문제는 그 주위 사람들이 멀뚱멀뚱 지켜보고만 있을 뿐, 사건을 제지하지 못한 데에 있다. 이처럼 타인에 대한 무관심은 일상화되어 가고 있다. 영화 속 섬 마을 사람들이 보여주는 무관심은 소름끼칠 정도로 지나치다. 몇 년간 무관심과 방관 속에서 암묵적으로 살아온 복남이의 분노는 살인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자업자득인 셈이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하나 둘 쌓이면 살인에 버금가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영화는 역력히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에 살아남은 혜원(지수원)이 복남(서영희)이 예전에 보냈던 편지들을 뜯어보며 눈물을 흘리는 씬과 이태원 살인 사건의 목격자로 환골탈태하는 씬은 무관심으로 가득한 현대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