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으로 온 나라가 난리다. 신문, 방송에서 떠들어대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당장 길거리에도 G20을 홍보하는 온갖 현수막들을 찾아볼 수 있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G20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초등학교 축제를 개최하여 논란이 되기도 했고, 정치권과 시민 사회 등 모든 정치 세력들이 G20이라는 이슈에 매달려 논쟁을 벌이고 있다.

G20의 경제 효과가 올림픽 개최보다 큰 수준이라느니, G20이 사실상 노동자들을 죽이는 회의라느니 이야기가 많지만 사실상 보통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로 골치만 썩힐 뿐이다. G20의 경제 효과가 크다고 하더라도 그 부가 내 것이 되는 건 아니며, G20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일단 체감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G20에 관심이 있건 없건 서울시민들은 이번 G20으로 인해 이틀 동안 쥐 죽은 듯이 살아야 할 판이다. 기본적인 자유마저 빼앗긴 채로 말이다.




승용차도 타지 말고, 쓰레기도 버리지 말라?

교통 흐름을 알려주고, 각종 캠페인이 벌어지는 도로 위의 전광판. 어느 날 버스를 타고 집에 가던 길에 한 캠페인을 보고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승용차를 이용하지 맙시다.’ 정말 이상한 문구가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 승용차 요일제를 준수하자는 얘기도 아니고, 승용차 이용을 줄이자는 얘기도 아니고, 대중교통 이용을 늘립시다라는 얘기도 아니다. 승용차를 이용하지 말란다.

며칠 후, 걸어가면서 정확하게 그 문구를 확인해보니 11월 11일과 11월 12일은 G20 정상회담 기간이니 승용차를 이용하지 말라고 정확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귀하신 외국 정상님들이 오시니 미천한 서울시민들은 승용차를 주차장에만 놔둬야 하는 건가. 승용차 이용을 자제하여 교통 체증을 줄여보자 뭐 이런 완곡한 말투도 아니고, 거의 ‘시키는’ 수준으로 들어가니 보는 사람 기분이 상하지 않을 수 없다.

황당한 일은 같은 날 하나 더 일어났다. 집에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봤는데, 정말 황당한 공지를 본 것이다. G20 정상회의 기간 중 음식물쓰레기 배출을 자제해 달라는 공지였다. 말이 자제지, 실제로 배출하지 말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11월 9일 오후 10시 반 이후에는 음식물쓰레기 수거를 하지 않을 것이라 한다. G20 정상 분들은 고귀하셔서 음식물쓰레기 냄새 맡으면 한국을 이상한 나라라고 보기라도 하시는 건가. 혹은 그 분들이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음식물쓰레기가 있는지 없는지 감시하기라도 하신다는 건가. 뭐 이렇게 부자연스러운 일까지 해 가면서, 시민 자유는 제한하고 난리를 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G20 회의 기간이 1주일이라도 됐다간, 온 국민의 집을 아주 그냥 쓰레기장으로 만들 기세다.




G20 정상들은 장학사, MB정부는 교장?

학창 시절이 생각난다. 초, 중, 고등학교를 거치며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날은 ‘장학사 오시는 날’이었다. 교육청에서 장학사가 오실 예정이라며 수업 시간에도 몸가짐에 신경을 쓰고, 청소를 더 철저히 할 것을 주문하는 방송이 뻥뻥 나왔었다. 장학사 오는 날, 그 전 날에만 온 교실을 뒤집고 다니며 여기가 더럽네 저기가 더럽네 주문하는 교장선생님이 참 이해가 안 갔었다. 평소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도대체 왜 저렇게 호박에 줄을 긋고 있는지 말이다. 학교 선생님들이야 어떤 평가를 받으니까 그렇다고 쳐도, 도대체 내가 왜 수업까지 빼가면서 청소에 동원되어야 하는지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온라인상에서 유행하고 있는 '장학사 오신 날' 이미지
(이미지 출처 : http://cafe.naver.com/ileader/2416)


일개 학교의 이야기도 아니고, 국가의 이야기다. 주권 국가의 자존심 따위는 하나도 없고, 다른 나라에서 온 그 분들에게 굽신굽신이 하늘을 찌른다. 외국인들한테 잘 보이기 위해 승용차도 이용하지 말고, 음식물쓰레기도 버리지 말고, 무조건 먼저 다가가서 ‘May I help you?’ 물으라 한다. G20의 성과나 경제적 효과를 떠나서 이건 말도 안 된다. 심지어 우습다. 오죽하면 외국인들도 우리나라의 호들갑을 가지고 비아냥대겠는가. 그들은 어차피 겨우 이틀 동안 삼성역 주변에서만 머무를 텐데 말이다.

현실을 호도하고 과장해서, 모든 세계의 눈이 서울의 곳곳을 향하고 있다고 하는 정부. 그렇게 외국인들에게는 굽실대면서 한국의 시민들은 자기들이 동원해서 ‘부릴 수 있는’, ‘까라면 까는’ 사람들로 보는 나랏님들의 모습이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