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케이블TV의 역사를 다시 쓴 슈퍼스타K2의 열기가 종영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Top 11 멤버들이 광고, 예능, M.net 음악프로그램 등을 종횡무진하며 수많은 이슈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탓도 있겠지만, 이들의 존재감은 역시 음악차트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현재 온라인 음원차트에서는 슈퍼스타K2의 우승자인 허각의 활약이 매우 돋보인다. 백지영, 2AM, 소녀시대, 카라, 싸이 등의 음원강자들 사이에서 뒤처지지 않는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첫 미니앨범에 수록된 신곡인 ‘언제나’, 리메이크곡인 ‘하늘을 달리다’와 ‘행복한 나를’까지 세 곡이 멜론을 제외한 모든 음원차트에서 모두 10위 안에 들어있다. 이 결과, KBS 뮤직뱅크 K-차트에서 ‘언제나’가 10,777점으로 차트 사상 최고 음원점수를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허각 뿐만 아니라 강승윤, 존박, 장재인, 박보람 등이 부른 노래들도 차트 상위권을 점령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은 슈퍼스타K2의 이러한 승승장구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는 듯하다. 슈퍼스타K2의 Top 11을 아이돌들과 비교하며 화려한 비주얼을 앞세운 아이돌보다 슈퍼스타K2 출신 가수들을 치켜세우는 시각이 팽배하다. 지상파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소식으로 인한 동정심까지 더해져, 이들은 전무후무한 가요계의 실력파로 추앙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이들이 정말 ‘실력파’라는 말을 붙일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슈퍼스타K2 Top 11, 정말 최고의 실력파인가?

많은 사람들은 슈퍼스타K2 Top 11을 두고 최고의 실력파라 칭한다. 새로운 음악 장르를 개척했다는 둥, 소름끼치는 음악을 들려주는 유일한 가수라는 둥 엄청난 열광과 찬사를 쏟아낸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완벽한 실력파인가? 사람들이 그렇게 실력파라 치켜세우는 그들은 <슈퍼스타K> 출신이다. 

<슈퍼스타K>는 어떤 프로그램인가? 바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Top 11을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그들의 노래실력이나, 무대매너, 외모 등이 프로의 그것에 비해서 뒤떨어질 수 있는 게 당연하다. 아직 다듬어지기 이전의 원석이라고 볼 수 있는 그들은, 트레이닝이라고는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1달 정도밖에 받지 않은 상태이다. 아직 덜 다듬어진 그들의 보컬은 오디션 과정에서 끊임없이 심사위원들에게 지적받곤 했다. 음정이 흔들리거나 가사의 발음이 부정확하거나 호소력이 떨어지거나 하는 문제점들은 소위 ‘레전드급’의 몇 번의 무대를 제외하고는 항상 드러났던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실력파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Top 11이 노래를 부르는 가수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대중매체가 만들어낸 ‘스타’이기 때문이다. 참가자 한 명 한 명의 오디션 과정과 그의 가정사, 일상적 모습 등을 화면을 통해 지켜보면서, 많은 대중들이 노래 이면에 감춰진 참가자들의 인간적 매력을 발견하고 그 과정을 통해 ‘스타’가 탄생한 것이다.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이었던 윤종신은 허각을 두고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노래를 잘 부르긴 하지만, 허각이 가수가 되었을 때 경쟁해야 할 사람들은 김태우, 김조한, 김연우 등 우리나라의 가창력 1인자들이라고 말이다. 실제로 Top 11이 보여줄 수 있는 실력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 아티스트들이 우리나라에도 꽤나 많이 존재하는 것이다. 장재인, 강승윤, 존박, 김지수 등이 하는 음악의 희소성에 대해서 언급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인디 레이블이나 아직 덜 주목받은 가수들 중에서도 이들보다 더 자신만의 음악성을 가진 아티스트를 한 트럭은 찾을 수 있다. Top 11이 상업적으로 더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음악성이 더 뛰어나서가 아니라 다만 화제의 인물, ‘스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슈퍼스타K2 Top 11, 정말 아이돌보다 나은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은 물론이거니와, 슈퍼스타K2의 Top 11은 음악적 실력으로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이 비난하는 아이돌과 비교해서도 딱히 큰 차이가 없다. 타고난 잠재력이 Top 11에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수년간의 트레이닝을 거쳐 자신의 것을 기본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만큼의 역량을 갖춘 아이돌이 그들에게 뒤떨어진다는 생각은 사람들의 섣부른 편견이다. 

MR제거 영상이나 무대 위에서의 음이탈 영상 등이 떠돌면서 아이돌의 노래 실력에 대한 의문점이 생길 수밖에 없기는 하다. 하지만 과거 립싱크 시대의 아이돌에 비해 2, 3세대 아이돌은 기본적으로 탄탄한 실력도 갖추고 있다는 것 역시 인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무대를 라이브로 소화해야 하는 요즘의 가요계 현실상 일부 소수의 기획사를 제외하고는 상품으로 만들어진 아이돌이라고 해도 기본적인 실력은 탑재한 멤버들로 구성하고 있다. 현재 아이돌류 최강의 자리에 있어 쉽게 동네북의 자리에 오르고 하는 소녀시대 멤버들만 살펴봐도, 태연, 제시카, 티파니, 써니 등이 솔로곡을 통해서 보여준 역량은 사실상 슈퍼스타K의 Top 11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실력에 대한 편견보다도 더 우스운 현상은 Top 11이 부른 곡들을 들으며 ‘이게 진짜 노래지’라고 하면서 아이돌이 부르는 댄스넘버를 무작정 ‘비슷하게 찍어낸 노래’로 폄하하는 경향이다. 하지만 Top 11이 공개한 음원들은 까놓고 말해 90%는 아이돌이 부른 노래들의 턱밑에도 못 쫓아가는 수준이다. 단체곡 ‘The Dreamers'를 제외한 유일한 신곡인 우승자 허각의 ’언제나‘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그의 화제성과 보컬 능력, 그리고 시장에서의 뛰어난 성적으로 인해 추앙받고 있지만 사실상 코드 진행만으로도 표절 논란이 벌어질 정도로 세상에 널린 곡이다. 차라리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음악을 끊임없이 받아들여 새로운 시도를 하는 아이돌 음악 작곡가들, 예를 들면 지누(Hitchhiker), 신사동호랭이, 스윗튠 등의 음악이 신선하기로는 더욱 신선하다고도 할 수 있다.

아이돌의 음악이건, 슈퍼스타K2의 음악이건 결국에는 음악성을 1번에 놓고 만든 음악이 아니라 상업적으로 ‘팔기’ 위해 음악을 만들었다는 한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과거에 SG워너비류의 소위 ‘소몰이 R&B’가 아무리 욕을 먹어도 끊임없이 만들어졌던 것도, 요즈음의 아이돌 음악, 후크 송 등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이유도 결국에는 잘 팔리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 Top 11의 음원도 마찬가지다. 이문세의 음악을 새롭게 해석했든, ‘하늘을 달리다’나 ‘행복한 나를’이 새로운 버전으로 탄생했든 슈퍼스타K는 새로운 음악을, 덜 주목받았던 음악을 시도했다기 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슈퍼스타K2 Top 11, 한국 음악계를 구원할 수 없다

2010년 가요계의 가장 큰 화제였던 <슈퍼스타K2>를 두고 한국 음악계를 구원할 존재라고 칭하는 등 큰 주목을 하고 있다. 그러나 ‘슈퍼스타’들이 만들어내는 음악, 이어 공중파의 유사한 프로그램에서 발굴될 새 가수들이 만들어낼 음악 역시 결국에 상업적 목적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들은 아이돌 시장의 파이를 줄이고, 새로운 ‘오디션 아이돌’ 시장의 파이를 늘일 뿐 음악계의 고질적 문제 자체를 개선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상업적 음악자본의 술수에 놀아나기 보다는, 진짜 각자의 작업실에서 세상에 자신의 음악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많은 뮤지션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게 좀 더 바람직한 리스너의 자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