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뉴스에 초점을 맞춰 작성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기자가 화제를 만들고 기자가 논란 키워 놓고 기자가 싸움 붙이고 기자가 화해시키고…’, ‘엄마, 저도 취직 안 되면 기자나 해 보려고요.’, ‘기자야 발로 써도 너보다는 잘 쓰겠다’ … 입사 시험이 언론고시라고까지 불리고,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어야만 겨우 기자가 될 수 있는 현실과는 동떨어지는 발언 같다고? 그러나 이것들은 실제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네티즌 댓글을 정리한 것이다. 왜 기자들이 이렇게 욕을 먹고 있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기사 같지 않은 기사를 쓰기 때문이다.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기사들

 원색적인 비난이나 노골적인 조롱을 받는 기사는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휘발성 기사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연예/스포츠 등 한정된 범위를 다루는 인터넷 매체는 쉴 새 없이 기사를 쏟아낸다. 지면에 활자화되지 않아서일까.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별 볼 일 없는 뉴스들이 많다. 네티즌들은 언론사 홈페이지를 이용하지 않고, 보통은 다양한 언론사 뉴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포털을 이용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포털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 다양한 매체가 전하는 갖가지 소식을 빠르게 접할 수 있게 도와주기는커녕, 금세 사라질 영양가 없는 뉴스들이 넘친다. 

 

▲ 연예인 SNS로 알 수 있는 단순 사실을 많은 매체에서 기사화하였다. (네이트 검색결과) 


 하루가 머다 하고 연예인들의 SNS 업데이트 상황이 올라오는 것은 기본이고, 예능 프로그램 방영 후에는 출연진이 했던 발언이 거의 빠짐없이 기사화된다. 과거에 누가 누굴 좋아했다, 그땐 감췄었지만 지금은 말할 수 있는 엄청난 과거가 있다 등의 개인사도 인기 메뉴다. 이 정도는 낫다. ‘라이벌 그룹으로 활동 중인 A군과 B군은 실은 매우 친한 사이며 함께 쇼핑도 다닌다’는 몹시 사적인 부분도 대단한 소식인 것처럼 다뤄진다. 기삿거리가 정 없을 때에는 온라인상에서는 이미 ‘쉰 떡밥’인 것들을 가지고 기사를 낸다. 이를테면 벌써 재작년에 졸업한 아이돌 가수의 졸업사진 관련 소식을 ‘마치 요새 주목받은 것처럼’ 쓰는 것이다.

뉴스 가치를 상실한 뉴스들의 범람

 
뉴스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Philip Ault는 뉴스를 ‘독자에게 흥미가 있는 것이나 중요한 사건에 대한 시의적이고 정확한 보도’라고 표현했다. 또 한국편집기자협회는 뉴스가치의 요인을 시의성, 근접성, 저명성, 흥미성, 영향성, 신기성, 인간적 흥미성, 사회성, 기록성, 국제성 등 10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기도 했다. 『기사작성의 기초』(이재경 저, 2005)에 따르면 뉴스 보도에는 3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데 정확성, 공정성, 객관성이 그것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게 되는 기사들은 과연 어떤 모습인가? 일단 Philip Ault가 언급한 '독자에게 흥미가 있는 것'에는 신경 쓰는 모양새다. 누구의 미투데이에 어떤 소식이 새로 올라와 있는지는 별로 유용한 정보는 아니지만,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이들의 소식이기에 클릭수를 보장한다. 독자의 흥미를 건드리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뉴스 가치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많은 독자들의 이목을 끌 만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기사가 양산된다.

 한국편집기자협회에서 발표한 뉴스가치의 요인 10가지를 기준으로 분석하면 결과는 더 나빠진다. 근접성, 흥미성, 저명성 정도가 고려된 기사만이 단골처럼 등장할 뿐이다. 때로 유명인의 훈훈한 일화가 등장해 인간적 흥미성을 돋우긴 하지만, 시의성, 사회성 등 주요 가치를 담은 양질의 기사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예를 들어 현재 연예계가 지닌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진지하고 심도 높은 분석이 따르는 기사는 발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금세 사라지는 일회성, 단발성 기사가 기획, 심층 보도보다 훨씬 더 많다. 

◀ 지나친 흥미 위주 기사, 단발성 기사가 많다(네이트)


 왜 기자들은 기사가 아닌 가십을 쓰는가

 가십(gossip)은 본래 잡담, 가벼운 이야기를 의미하는 말이지만 언론 분야에서 쓰일 때는 흥미 위주의 인물평 기사를 말한다. 스포츠연예신문에서부터 인터넷 연예뉴스 매체까지 많은 뉴스 공급자들은 이런 가십에 가까운 기사를 쓴다. 물론 가십은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찾길 바라는 독자들을 어느 정도 만족시켜 줄 수 있다. 그러나 진위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기사도 있고, '굳이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은 유용성이 낮은 기사도 있다. 연예인이나 준연예인 등 유명인의 사생활에 대한 소문, 험담이 가장 인기있는 재료가 되다 보니 적정선을 넘은 기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A양, B군이 등장하는 자극적인 이니셜 기사도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는 중이다.

 '강심장', '해피투게더', '놀러와', '세바퀴' 등 토크 위주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끼리 폭로전을 알아서 벌여 주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또, 연예인들 스스로 실력이나 끼로 승부하는 것보다는 구미가 당기는 가십으로 대중에게 다가서는 게 쉽다고 여겨, 데뷔 초부터 심심찮게 '언론플레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기자들은 그저 기획사 홍보자료를 바탕으로 그들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쓰기도 하고, 연예인들의 직접 발언을 그대로 옮기는 것뿐인지도 모른다. 설 특집 방송으로 전파를 탔던 SBS <용구라환의 빅매치(연출 서혜진)>에서는 연예인들과 연예부 기자가 만나 서로에 대한 불만과 궁금증을 털어 놓았던 적이 있다. 그때 연예부 기자들은 나름대로의 애환을 고백했다. 사건이 터졌을 때 해당 연예인과 연락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고, 연예인 소속사가 보낸 보도자료에 이미 과장과 허위정보가 있을 때도 있다는 것. 막상 인터뷰 기회를 얻어도 무성의하게 나올 경우가 있어 기사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대중에게 많이 노출된 기사가 벌이 역시 좋다는 사실은 이중에서도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로 꼽힌다. 높은 클릭수가 광고료 인상을 불러오기 때문에 독자가 알아서 누를 만한 기사를 쓴다는 이야기다. 몇몇 인터넷 뉴스 매체는 다음 뷰(http://v.daum.net), 네이버 뉴스 캐스트(http://news.naver.com/main/presscenter/subject.nhn) 등과 연계되어 있는데 클릭수에 따라 수익이 배분된다. 다음 뷰는 광고노출회수, 광고 클릭률이 아닌 콘텐츠의 품질 및 신뢰도에 따라 수익을 나눈다고 했으나, 평가 기준이 다음 뷰 손가락 추천수뿐이어서 부족한 감이 있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글이 올라오는 상황에서는 '정말 꼭 읽어야만 하는 글'보다는 사람들의 신경을 자극하는 '읽기 쉬운 글'이 더 많은 추천수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측은 좋은 글에 수익을 나눠주는 것이 목표라고 하였고 편집 시스템도 구축하겠다고 하니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편 뉴스캐스트는 지난 3월, 노출 기사수를 줄이고, 섹션별로 기사를 배치하는 등 개편을 시도했다. 뉴스캐스트 제도 시행 이후 선정성 논란이 불거진 데에 따른 변화다. 이는 연예, 스포츠 등 가독률 높은 기사를 많이 배치했던 기존의 언론사들이 긴장할 만한 대목으로, 가십 위주의 기사 게재를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욕하면서 보는 네티즌이 많다는 점도 가십 기사 생산의 주된 원인이 된다. '기사를 발로 썼다', '내가 써도 이것보단 잘 쓸 것'이라고 조롱하지만 결국은 그 기사를 봤고, 댓글도 달아 관심을 표한 것이니 말이다. 주요 시사 소식이 주목받지 못하고 종종 묻히는 반면, 연예인의 트위터 발언은 기사로 몇 번이고 재생산되기 일쑤다. 또, 네이트 기준으로 베플(베스트 리플) 추천수가 가장 높은 기사는 대부분 연예 뉴스 쪽이다. 보통 다른 분야 뉴스가 수백 개의 추천수로 베플이 되는 반면, 연예 뉴스는 천 단위로 진행된다. 특히 팬, 안티 구분이 선명하고 대중적 인지도도 높은 아이돌의 기사는 그 자체만으로 주목을 받기 때문에, 늘 어느 정도의 클릭수는 보장된다. 수요자의 태도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뉴스의 가치에 빠짐없이 '흥미성'이 거론되는 될 만큼, 독자의 흥미와 만족은 중요하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드가드 모랭의 “가십(gossip)은 부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스타시스템을 키우는 플랑크톤이다.”라는 말은 오늘날 가십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보여준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생산, 소비되는 뉴스도 해야 할 몫이 있다. 정확한 정보 전달과 치밀한 분석, 시기 적절한 비판, 탄탄한 기획으로 독자에게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전하는 역할이 그것이다. 아무리 상업성이 강조된다고 하지만, 언론은 본래 사회적인 요구에서부터 나왔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분별한 가십 기사는 기사를 쓴 기자를 옭아맬 뿐 아니라, 결국 언론 전체의 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기자(記者)'라는 말이 지닌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