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북한의 연평도 폭격으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사망했고, 연평도에 건설현장 인부였던 민간인 김치백씨, 배복철씨도 목숨을 잃었다. 6. 25. 전쟁 이래로 가장 심각한 사건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나라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만한 사안인 만큼 희생된 장병들과 민간인에 대한 추모의 물결과 북한에 대한 분노도 거세다.

하지만 나는 이런 추모의 분위기 속에서 다른 사건사고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이 만큼의 관심을 받았어야 했지만 잊혀진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도 잊혀질 사람들이 이러한 추모열기와 심술궂게 맞물렸다. 군 사고로 희생되고 변변한 보상조차 받지 못한 수많은 장병들과 건설 현장 사고로 죽은 많은 인부들 이야기다.

보도되지도 않은 수많은 군 사고와 자살

연평도 도발이 일어나기 전에도 이번 11월엔 유난히 군 사고가 많았다. 10일 해군 고속정 침몰로 3명의 장병이 사망, 실종되고 12일 공군 정찰기 추락으로 조종사 2명이 사망했으며 17일에는 남한강에서 선박이 전복되어 4명의 장병이 사망하였다.


군 사고로 많은 군인들이 목숨을 잃는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그중 1, 2위를 다투는 것은 자살과 자동차 사고다. 주로 군대 내에서의 폭력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혹은 제대로 수리되지 않은 군 차량으로 험준한 지역을 주행하다 발생하는 사고가 많다. 분명 잘못된 군 문화와 안전 불감증 등의 내부 문제다.

하지만 군대에서의 죽음은 개죽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보상은 소홀하다. 이번 사건처럼 국민들의 관심이 쏠려 있는 경우 대부분의 정치인이 조문을 하고, 보상 문제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지만, 다른 군사고의 경우 경위를 제대로 알 수도 없고 보상은 고사하고 죽은 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무관심은 군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당연시 여기는 풍조도 한 몫 한다. 군에서 사고가 나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그저 그들을 ‘운이 없다.’라고 치부할 수는 없는 문제다. 우리가 연평도 도발로 사망한 두 장병에게 뭐 휴전 상태에선 어쩔 수 없지. ‘운이 없네’라고 말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군대에서 일어나는 사고사의 경우 보상금은 3650만원이고 전사시 보상금은 1억 8000만원이다. 사람 목숨을 돈으로 측정할 수는 없겠지만, 이 금액 그들에 대한 관심과 예우의 크기를 단편적으로 나타낸다. 누구나 목숨은 하나고, 어떤 20대 청춘이 그것을 잃었다는 것이 중요한 사실이다. 그 죽음의 원인이 군 사고였는지 북한의 포탄이었는지는 그 죽음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것이 아닐 것이다.

산업 현장에서 일어나는 또 하나의 죽음

지난 29일 4대강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40대 인부 한 명이 공사현장 위에서 추락한 거푸집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4대강 공사 현장에서는 2009년 11월부터 1년간 총 6명이 사망하였다.


건설 현장에서 바쁜 일을 쉴새 없이 하다 보면 용접 마스크를 쓸 새도 없이 일을 하곤 한다. 그런 날은 각막에 상처를 입어 눈물이 계속 나기 때문에 연고를 발라줘야 잠을 잘 수 있다. 일을 하다 보면 그런 식으로 안전 장비 없이 해야 하는 경우들이 생긴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 다니다 백혈병을 얻은 이들도, 밀려드는 작업량에 맨 손으로 정체도 모르는 화학 약품을 만져가며 일을 했었다. 그렇게 죽은 이들이 22명이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방송되지 않는다. MBC에서 이를 다룬 프로그램을 제작하다 사측 의 지시로 제작이 중단되었고 SBS<그것이 알고 싶다>는 자체적으로 취재를 중단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언제나 일용직이라 노조도 없는 현장 인부들은 노동자 중에서도 최하층이라 죽음 이후도 공평하지 않다.

왜 연평도 포격으로 죽은 이들을 보며 이들 생각을 했을까. 난 이들의 죽음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똑같이 억울한 죽음, 다른 누군가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희생된 이들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어떤 이들은 버려지고 어떤 이들은 선택 받았기 때문에 씁쓸한 기분이 들었는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