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좋아하는데다가, 요즘 방송되고 있는 ‘2NE1 TV’, ‘슈퍼스타K’ 등의 프로그램을 좋아하기 때문에 M.net 채널을 즐겨보곤 한다. 정말 아무 것도 하기 싫을 때 침대에 누워 보기에 딱 좋은 채널이라고나 할까?

언제부턴가 M.net은 20대라는 세대를 가지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물론 최초의 음악 전문 채널이었던 미국의 MTV 이래로, 음악 전문 채널은 ‘젊음’과 그 궤를 같이 해 왔고, M.net 역시 매우 젊은 채널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M.net의 20대 마케팅은 정말이지 너무 ‘오버’하고 있어서, 중간 광고 때마다 나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M.net을 안보면, M.spirit이 없으면 20대가 아니다’라고? 글쎄다. M.net은 스스로 20대의 대표채널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 M Spirit이 없으면 20대가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는 M.net. 출처 : 엠넷닷컴(http://mnet.com/)

20대의 모습을 비췄던 M.net의 프로그램들을 생각해 보자. ‘러브 파이터’, ‘X-boyfriend’, ‘아찔 소개팅’,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내려와’, ‘총각 연애하다’. 이 프로그램들을 만든 M.net이 20대의, 20대에 의한, 20대를 위한 방송을 만들었다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나름대로는’ 평범한 20대들을 전면에 내세웠던 M.net의 프로그램들은 20대들의 솔직함을 넘어선 ‘막장스러움’을 부각시키며 선정적이고 파격적인 요소들로 시청률을 높여 온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에 의해 20대들의 문화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M.net은 스스로 20대들의 방송임을 이야기하면서, 20대에 대한 왜곡, 과장된 시선을 프로그램에 주입하여 왔다. 이는 자본의 논리 하에서 20대들을 ‘이용’해 시청률을 높여온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한마디로 20대라는 세대를 문화 자본의 들러리로 전락시킨 것이다.

행사가 1주일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재방송을 계속하고 있는 M.net 20's choice는 이러한 ‘20대 들러리 만들기’의 결정판이었다. 20대의, 20대에 의한, 20대를 위한 시상식, 20대가 주인공인 시상식을 자처했던 20's choice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 M.net이 열고 있는 20대 대중문화 시상식 '20's Choice'. 출처 : 엠넷닷컴(http://mnet.com/)

먼저 20대의 선호도 조사와 20대만 참여한 온라인 투표 결과만으로 수상자를 정하기로 했던 당초 취지에도 불구하고, 20대의 온라인 투표와는 판이하게 다른 수상 결과가 나와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게 했다.

총 7개 부문에서 20대 네티즌의 선택과 실제 수상자가 달랐는데, 이를 두고 M.net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결과 아니냐는 논란이 많다. 예를 들어, 현재 M.net과 관계가 틀어져 모든 M.net의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스타들은 수상 명단에서 고스란히 제외되어 있다.

슈퍼주니어의 경우 Sorry, Sorry가 HOT 온라인송 부문의 온라인투표에서 38%로 1위를 차지했으나 2NE1의 Fire에게 수상의 영광을 내주었으며, HOT 퍼포먼스스타 부문의 온라인투표에서도 36%로 1위를 차지했으나, 26%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2PM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현재 2NE1과 2PM의 경우 M.net 채널을 통해 방송되고 있는 2NE1 TV, Wild Bunny에 출연하고 있다.


▲ 2NE1과 2PM이 출연 중인 M.net의 프로그램 <2NE1 TV>, <Wild Bunny>. 출처 : 엠넷닷컴(http://mnet.com/)

심지어 HOT 걸그룹스타일 부문에서도 소녀시대가 선보였던 마린룩이 29%로 온라인투표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던 반면에, 실제 수상은 14%로 4위를 기록했던 아이템인 ‘핫팬츠’에게로 돌아갔다.

물론 20대 선호도 조사라는 공개되지 않은 수상자 선정 방식이 있기는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수상 상황으로 인해 20대가 시상하는 대중문화 시상식이라는 이름은 허울일 뿐, 실제로는 M.net이 자신들의 사업에 ‘20대’라는 단어를 이용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20대가 주인공인 시상식이었던 ‘20's choice’는 다른 시상식과의 차별성을 갖지 못하면서, 20대를 오히려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20's choice’는 시상 부문에만 약간 차별성이 있었을 뿐 후보가 공개되는 시점에서부터 의문을 낳았다. 굳이 20대의 트렌드를 반영한다는 말을 넣지 않고, 대한민국 국민의 모든 선택이라는 ‘Korean's choice’라는 말을 넣었어도 같은 후보들이 나왔을 것이다.

이렇게 차별성 없는 후보는 결국 ‘20대만의 문화가 전혀 없다’라는 단상의 강력한 증거가 된다. ‘20대라고 해 봐야 쟤들이 술 빼고 초딩이랑 다른 게 뭐냐’라는 말에 대답할 말이 없게 되는 것이다.

여러 모로 씁쓸한 시상식이었다. 정말 M.net이 20대 문화를 선도하면서도 20대들의 사랑을 받고 싶다면, 20대에 대해 좀 더 연구하고 20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M.net도 ‘20's choice’도 20대를 들러리로 전락시켜 이용하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