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의 청년실업은 문..철 전공의 과잉공급 때문이라는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박 장관은 25청년실업이 심각하다지만 이는 일자리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 때문이며, 반도체, 휴대전화 공장 등 기업의 일자리 수요 자체는 아주 많다고 말했다. 지금의 청년실업은 취업 안 되는 전공을 선택한 학생들 탓이라며 대학생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박 장관의 발언은 모든 문제를 개인 탓으로 돌리는 현 정부의 초지일관한 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높은 대학 진학률로 인해 눈만 높아지고’, ‘도전 정신은 부족한우리나라 청년들은 이러한 발언 속에 묻어나는 정부 인사들의 재앙에 가까운 현실 인식에 대해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51일 청년공동행동은 121주년 세계노동절 맞이 기자회견에서 박 장관의 해임과 청년노동권 보장을 촉구했다. 청년 실업은 문..철 전공의 과잉공급 때문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며, 이는 정부 정책의 실패에서 기인했다는 것이다.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일자리 수요가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청년들은 왜 그렇게도 많다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헤매고 있을까. 대기업 프렌들리 정책에 힘입어 연일 배를 불리고 있는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은 신규 고용 창출에는 관심이 없고 비정규직 확대나 해외 공장 설립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대기업 취업 인구는 청년 구직자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취업 시장에 뛰어든 청년 구직자의 대다수는 결국 중소기업이 흡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한 지 오래인 중소기업은 원가에도 채 못 미치는 원자재 값을 강요하는 대기업의 횡포와 열악한 근무 환경, 자금난, 인력 부족 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대통령부터 눈을 낮추어 유망한 중소기업으로 가서 꿈을 펼치라고 앞장서서 말하는 상황은 차라리 코미디에 가깝다.

수백만의 청년들이 치솟는 등록금과 생활비, 우승열패의 무한경쟁 구도에 신음하고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에는 관심이 없고 청년인턴제와 같은 임시방편적 대책만을 내놓는 정부의 행태는 그들을 더욱 좌절하게 한다. ‘미스매치의 근본적 원인은 문..철 전공의 과잉 공급이 아니라 이 모든 상황을 조장한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있는 것이다. 엉뚱하게 인문학과 인문학 전공자들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은 그동안 수없이 자행된 정부의 책임 전가레퍼토리 중에서도 가장 한심한 수준이다.


인문학 = 돈 안 되는 학문?

대학은 진리 탐구라는 본연의 가치를 잃고 취업사관학교로 전락한 지 오래다. 바늘구멍 같은 대기업 취업문을 뚫기 위해 대학생들은 학점 관리, 영어 점수 등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기업에서 선호하는 경영학, 경제학과 같은 전공에의 쏠림 현상은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인문학과 같은 순수학문은 대학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박 장관의 발언은 현실을 무릅쓰고 자신이 원하는 학문을 하기 위해 대학에 입학한 꿈 많은 청년들에게 먹고 살고 싶으면 공부를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인간과 삶에 대한 본질적인 통찰을 제공하는 인문학의 가치는 돈 안되는 학문이라는 딱지에 가려 빛을 잃는다. 이처럼 당장의 실용성만을 중시하는 몰지각한 태도는 정부 인사들의 천박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들의 눈에 대학은 기업에서 곧장 써먹을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일 뿐이며,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다.


인문학은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정부는 인문학으로 인해 청년실업률이 높다며 책임 전가를 할 것이 아니라
, 100만명이 넘는 청년실업자들을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청년실업의 원인이 되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뚜렷한 가치도 없이 눈 먼 실용을 부르짖으며 애꿎은 청년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식의 발상밖에 하지 못하는 정부 인사들에게 인문학 교양 서적 일독을 권하고 싶다. 그들의 협소하고 경직된 현실 인식을 뜯어고칠 상상력,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인문학적 상상력의 가치는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