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60년대에 시행했던 경부고속도로 사업은 성공 그 이상이었다. 경부고속도로는 한강의 기적,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는 대한민국을 이룩해내는 원동력이 되었고, 경제발전과 산업화의 상징이 되었으며 지금도 후손들이 이를 통해 매일같이 산업발전에 이바지하며 여가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현재 경부고속도로의 성공으로 인해 혜택을 받는 이들은 따로 있는 것 같다. 바로 악착같이 4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그 주인공이다. 정부는 대운하와 4대강 사업을 말할 때면 이따금씩 경부고속도로를 들먹이며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의 성공 신화를 거울삼아 4대강 산업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즉 고속도로 건설 당시 ‘ 반대했지만 결과가 좋았고, 대운하와 4대강도 좋을 것 ’ 이라 말하며 반대하는 이들을 ‘ 반대를 위한 반대 ’를 하고 있다고 몰아세운다.

이와 같은 주장을 하는 그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과연 두 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비교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것이다. 또한 그들이 진정 본보기로 삼고자 하는 것이 성공적인 후생인가, 아니면 경부고속도로 건설 과정인 것인가.


산업화 초기 시대와 현재의 단순 비교, 멈춰야 한다.

4대강 사업 찬성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경부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할 당시 반기를 드는 자들은 분명히 존재 했다. 즉 고속도로 사업 계획 당시 여당과 야당, 국민들의 반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만큼 반대의 여론이 심한 것은 아니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계획이 발표된 직후 월간 <세대>(1968.1)에 각계인사 100명에게 찬반여부를 물은 결과 무조건 찬성이 68%, 조건부찬성 27%, 반대 5%였다. 사실 이 당시 국민의 뜻은 존재하지 못했다. 군부 독재시절인데다 여론조사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고속도로’는 국민들에게 낯설고 생소했을 것이다. 그러나 경부고속도로를 만들 때와 현재 4대강 사업을 견준다면 이미 40여년이 흘렀다. 현재는 인터넷의 발달로 4대강과 관련한 모든 정보가 폭넓게 퍼져있다. ‘ 집합 지성 ’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이러한 논리로 ‘4대강 살리기’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는데도 찬성 여론이 높지 않은 것이다. 즉 산업화 초기시대의 운송과 물류를 위한 찻길 사업과, 지식정보화시대의 치수사업을 단순 비교하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다.




지난 16일 이 대통령은 매스컴을 통해 새로운 일은 다 반대가 있을 수 있으며, 반대가 있다고 하여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나라는 발전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참으로 ‘60년대’ 스러운 발언이다. 더 이상 시민들의 의식은 그가 내뱉은 발언의 수준이 아니다. 40년 전처럼 몇몇 엘리트들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긍하기에는 시민들의 지식이나 의식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발전과 손해의 문턱 정도는 구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혹여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들이 발전에 가깝다 할지라도 국민의 동의가 없는 발전을 해서는 더 이상 국민의 동의가 없는 발전은 발전이 아니다. 발전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정부의 안하무인 태도는 40년 전에 끝났어야 했다.



경부고속도로의 성공이 남겨준 ‘빨리빨리 세계관’

경부고속도로 건설 과정에서 싹을 틔운 ‘하면 된다. 와 ‘빨리 빨리’의식이 한국인의 머리와 가슴에 새겨지면서 이후 놀라운 양적 성장을 이룩하는 코드가 된 한편, “무조건 이루면 장땡이다” “큰일을 하려면 사소한 문제는 잊어라”등의 처세술이 꽃피게도 했다. 그 덕분에 현재 4대강 건설 사업에서 일어나는 인명피해에 있어 정부는 ‘어쩔 수 없는 사고’로 치부해 버리고 만다. 각종 사고에 있어서도 정부는 경부고속도로 사업을 운운하며 국책사업에서 벌어지는 필연적인 문제로 여기고 마는 것이다.

경부고속도로 사업은 엄청난 속도로 진행됐다. 이러한 난공사에 77명이 숨지는 인명피해가 일어났을 뿐만 아니라 부실공사로 인해 1990년 말까지 보수비만 1,527억 원으로 건설비의 4배가 들어갔다. 이러한 잘못된 추진 과정이 버젓이 남겨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경부고속도로의 속도전을 본보기로 삼아 대통령 임기 내에 성과를 내겠다는 무모한 욕심으로 4대강 공사를 밀어 붙이고 있다. 이는 경부고속도로 시절에도 이랬으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 사고쯤은 국책사업이기에 감안해야 한다는 태도로 보일 뿐이다.




40년이 흐른 현재 경부고속도로 사업을 시행한 것을 옳았다고 판단한다 해서 정책의 추진 과정까지 옳았다고 말 할 수 없다. 고속도로 건설 이후 일단 길부터 닦고 보자는 식으로 그 길이 꼭 필요한 길인지, 그 길에 문제점은 없는지 따위는 나중에 고민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이 현재까지 뿌리내리고 있다. 그런 세계관이 성수대교와 산풍 백화점 무너지게 했고, 현재 온갖 소통을 거부하며 경부고속도로를 밀어붙이던 시절을 방불케 하는 일 추진방식이 4대강 사업을 통하여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어쩌면 훗날 우리의 자녀들이 4대강의 성공 스토리를 짚어 보면서 mb의 과감했던 정책 추진을 감동하고 존경할지도 모른다. 비록 그 당시 많은 이들이 반대를 했지만 경부고속도로와 같이 4대강 사업을 통해 현재 우리는 모두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잘못된 것이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한다하여 옳은 것이 될 수는 없다. 즉 현재 벌어지고 있는 비윤리적, 반인륜적 행위들은 성공과 실패의 기로를 떠나서 판단되며 비판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또한 그 안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환경파괴와 수많은 인명피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