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문제, 우리 얘기 듣고 있긴 한거니?(http://goham20.com/758) 기사에 달린 이 댓글을 보면서 한동안 잊고 살았던 ‘20대 개새끼론’ 이라는 망령이 떠올랐다. 김용민 평론가가 썼던 ‘너희에겐 희망이 없다’는 글이 시발점이 되어서 일종의 세대책임론으로 굳어진 ‘20대 개새끼론’은 그 글이 나온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한 담론인 듯하다.
 
당시 김용민 평론가의 글을 보면서 사회 문제를 단순하게 한 세대의 책임으로 몰아가려는 글의 의도에 매우 분노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 글에 동조하는 어른이 갑자기 튀어나와서는 20대들에게 속칭 ‘꼰대질’을 하는 것을 보니까 더더욱 속이 탔다. 저 어른들처럼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를 대학생들이 거리로 안 나가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논리를 가지고 살면 세상 살기 얼마나 편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행어 하나 만들어내도 되겠다. “이게 다 20대 때문이다.”

20대들은 왜 이런 부당한 비난을 받고 가만히 있는가? 우리가 그렇게 욕먹어야 할 이유가 없는 세대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세대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386이나 그 윗세대들에게 현재 한국 사회에 대한 책임을 묻진 않겠다. 20대들이 스펙 쌓기에 몰두하면서 정치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동안, 또는 비싼 등록금에 허덕이는 동안 대체 어른들은 뭐하고 있었냐고도 묻지 않겠다. 기성세대들이 자신들의 모습은 생각하지 않고 20대에게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한심한 행태를 우리 20대가 되풀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데모 안하면 순한 양인가?



'20대 개새끼론’의 쟁점은 윗 댓글에도 나왔다시피 20대가 투표율이 낮고 데모를 안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먼저 투표율을 보자면 2008 총선 28.1%에서 2010 지방선거에서 41.1%로 투표율이 급격히 올랐다. 아직 5~60대의 투표율에는 많이 떨어지는 수준이지만 투표율이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이번 4.27 재보선에서도 젊은 층이 많이 투표하면서 야당이 승리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20대를 위한 정치권의 변변한 공약 하나 없이 투표율이 증가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각 정당에서 20대를 위한, 실천 가능한 공약을 세우는데 힘을 쓴다면 앞으로 20대의 투표율은 더욱 증가하지 않을까?

사실 투표율을 논한 것은 그나마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그런데 데모를 위해 무조건 거리로 나가라며 내모는 행태는 아무래도 수긍하기가 힘들다. 우석훈이 ‘88만원 세대’ 결론으로 바리게이트 치고 짱돌 던지라고 결론을 낸 것은 사실상 상징적인 의미로 쓰인 부분이었지만, 20대를 탓하는 사람들은 정말 실제로 짱돌을 던지고 바리게이트를 쳐야만 세상이 바뀌는 듯이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했는데 왜 너네는 그렇지 못하냐고 나무란다.

꼰대 아저씨들에게는 좀 섭섭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독재정권 시대가 아니다. 우리가 사회에 대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데모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대의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투표를 하거나, 시민단체나 대학교 내 학생운동 단체 내에서 활동을 할 수도 있다. 소셜 네트워크로도 의사표현이 가능하고, 인터넷 상의 수많은 게시판에서도 젊은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적극적이고 과격한 데모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의사를 표출한다는 것이 정말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사실 ‘20대 개새끼론’의 망령이 최근 되살아난 이유는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 20대들이 거리로 나서지 않고 온건하게 대응한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은데, 명백한 오해다. 경희대에서는 학교 측에서 일방적으로 등록금을 3% 올린 것에 대해서, 거의 모든 학생들이 나서서 등록금 인상 반대를 외쳤고 결국 등록금은 동결되었다. 또한 몇 년 동안 정족수가 모자랐던 관계로 열리지 못했던 대학교 내의 학생총회 역시 올해 들어 대부분 성사됐다. 학생총회에서는 등록금에 대한 의견이 많이 나온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심지어 ‘4.2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민·대학생 대회’가 열려서 거리에서도 등록금 투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냥 때려 부수고 불태우는 식으로 데모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세대가 아니라 계급이다

80년대처럼 엄청난 악의 세력이 있다면, 그 세력만 확실히 없애면 모든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만 우리 시대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하다. 지금은 정치적인 문제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경제적인 문제가 더 현실에 와 닿게 되고, 그 중에 하나가 등록금 문제이다. 등록금을 만약에 반값으로 줄일 수 있더라도 그 이후에도 첩첩산중이다.

독재타도 투쟁은 그 자체만으로 큰 정당성을 가지고 있었고, 부자든 가난하든 대학생이라면 독재가 나쁘다는 것을 알고, 독재 정권 때문에 큰 피해를 안 받을지라도, 삶의 자유가 독재정권 하에서는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은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등록금 문제는 다르다. 등록금 문제에 대해선, 부자 대학생과 가난한 대학생의 인식이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등록금이 비싼 것이 기분 좋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유하거나, 부모님의 회사에서 등록금이 나오는 학생이 갖고 있는 등록금에 대한 문제의식과 등록금 대출을 받고, 등록금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해야 하는 학생의 문제 인식이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 모든 학생들에게 공통적인 문제의식이 존재하던 80년대와는 다르다는 이야기다.

80년대에 비해서 대학생은 엄청나게 증가한 상태다. 80년도에는 대학 진학률이 30%에 못 미쳤으므로 대학생이 어느 정도의 사회적 지위가 보장된 특권 계층이었지만, 지금은 대학생이 20대의 80%가 넘고 있다. 대학생이 젊은 지식층으로서 사회를 선도한다는 의식을 가지는 것이 어려운 구조이다. 또한 대학생이라는 하나의 신분으로 묶여있을 뿐이지, 개개인의 삶은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여성이 한국사회에서 약자라고 해도, 높은 명예와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 차별을 경험할 일이 있었을까? 마찬가지다. 대학생이라고 하더라도 다 같이 등록금에 허덕이는 상황이 아닐뿐더러, 돈만 있으면 누릴 수 있는 자유가 더 커지는 사회에서 같은 대학생이라는 이유로 동질감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서 등록금 문제뿐만 아니라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경제적인 문제를 가장 큰 요소로 수반하고 있다. 결국 계급의 차이에 따른 문제가 생긴다. 등록금에 대한 부담을 그다지 느끼지 않는 학생들에게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 투쟁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웃긴 것이다. 등록금 문제는 20대만이 해결해 나갈 문제가 아니라, 그 등록금에 부담을 느끼는 서민 계급 전체가 공동으로 해결하려고 나서야 하는 문제이다. 

그러므로 20대에게 윽박지르면서 거리로 나가라고 해봤자, 정작 그 투쟁의 동기를 못 찾는 20대가 많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식들의 등록금 내기가 빠듯한 어른들이 비싼 등록금에 대한 불만이 많을 것이다. 결국 20대의 참여의식을 논하기 이전에, 이 문제가 단순히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계급투쟁의 성격을 가진 문제로 보아야 한다.   

 
20대여, '20대 개새끼론'에 기죽지 말자

특정 세대에 책임을 지우는 세대론은 현실을 설명하는데도 맞지 않으므로 폐기해야 한다. 사실 기성세대(특히 386 세대) 들도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등록금이 비싸지는 사회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이 20대의 사회참여가 줄어든 것 때문이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윗세대들로부터 내려온 문제를 우리가 해결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 방식이 공격적이지 못하다고 해서 뒷짐을 지고 훈계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기성세대의 냉소와 관조는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물론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20대에게 책임을 묻기 보다는, 20대를 독려하고 20대들의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려는 사람들이 차츰 많아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인터넷 상에서 노골적으로 20대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크게 여론 자체가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20대들이여, 절대로 ‘20대 개새끼론’을 펼치는 사람들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그들의 말을 듣고 기죽지 말자. 욕먹고 가만히 있는 소심한 태도가 기성세대들이 우리를 우습게 보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취업난과 비정규직의 증가로 인해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20대인데, 어른들이 우리를 도와주질 못할망정 비난을 하냐고 대들어야 한다. 언제까지 20대에게 모든 사회 문제의 책임을 전가 시킬 것이냐고 도리어 묻자. 그리고 최소한 우리 윗세대의 꼰대들처럼 자신들이 나쁜 세상을 만들어놓고, 왜 너희가 나쁜 세상을 못 바꿔 나가냐고 윽박지르는 사람들이 되지 말자고 다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