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디스전 (2)

힙합 디스전을 바라보는 언론의 불편한 시선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1999년, 한국 힙합 씬(계)에 일대 소란이 일었다. 약관을 갓 넘은 듯 한 재미교포 청년 둘이 소위 ‘본토 힙합’이 뭔지 보여주겠다며 당차게 내놓은 이란 앨범 때문이었다.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즉각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어느 새 그들은 매니아 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힙합 씬의 스타로 자라났다. 이 그룹은 한 땐 ‘드렁큰 타이거’라고 불렸으며, 지금은 멤버 ‘DJ shine'의 탈퇴로 솔로로 활동 중인, 한국 힙합의 1세대 ‘타이거 JK'이다. 독특하고 공격적인 보이스 컬러와 가사만큼 매력적이었던 건, 그들이 바로 힙합의 본 고장인 ‘미국’에서 왔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장르의 표피적인 이식 탓에 ‘힙합’이라는 모양새만 간신히 갖추고 있던 국내 힙합 씬에, 거의 최초로 본토..

[데일리칼럼] 지금의 랩배틀에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

시간을 거슬러 600년 전, 역사에 길이 남을 ‘언어배틀’이 있었다. 이방원과 정몽주가 벌인 ‘시조배틀’이 바로 그것이다. 이성계는 새로운 국가의 건설을 위해 아들 이방원으로 하여금 고려의 대신 정몽주를 설득하라고 명한다. 이방원은 정몽주에게 ‘하여가(何如歌)’를 읊어 정몽주가 고려를 단념하도록 권한다. 그러나 우리가 역사 교과서에서 배웠듯이, 고려의 충신 정몽주는 이방원에게 ‘단심가(丹心歌)’로 답하며 고려에 대한 본인의 마음이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을 확인시켜준다. 시제를 현재로 돌려보자. 또 다른 언어배틀에 대한 포털의 검색 순위와 유투브, SNS의 반응이 뜨겁다. 유명 랩퍼들이 가세한 ‘랩배틀’ 때문이다. 방송에 나와서 흥겨운 힙합 음악을 부르거나 공연장에서 랩을 노래하던 이들이 서로에게 ‘디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