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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리얼 예능 드라마 '프로듀사'의 트렌디한 성공

인스턴트는 ‘즉각적인’, ‘순간’을 의미한다. 휙휙 지나가는 트렌드들을 세세하게 짚고 넘어가기보다는, 아직 표면 위로 올라오지 않은 현상의 단면을 조악하더라도 빠르게 훑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트렌드20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연재 ‘인스턴트’는 새로운 문화 현상이나 숨어있던 현상들을 짚어내어 스케치하고자 한다. 취미, 컨텐츠, 소비 현상들을 엮어내, 생활 방식을 파악할 수 있길 희망한다. KBS2TV의 드라마 '프로듀사'가 연일 순항하고 있다. 자체 시청률 갱신은 물론 출연진의 인기에 힘입어 여러 나라로 수출, 콘텐츠 파워 지수도 장악했다. 지금은 활짝 웃고 있는 '프로듀사'이지만 처음 1,2회를 방송했을 당시에는 시청자들의 혹평을 받기도 했다. 드라마 초반의 인물 소개와 배경 설명이 시청자들의..

[뭍위에서] ⑨ "섣부른 위로가 더 큰 상처를 줄까봐 두렵다"

전○○씨*는 ##화재에서 고객 상담과 문의 업무를 맡고 있는 2년차 직장인이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과 여러 명의 새엄마, 기댈 곳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끈이었던 할머니의 죽음을 경험을 경험했다. 그 경험은 그에게 어중간한 위로가 주는 절망감을 느끼게 했다. 제 3자가 건네는 섣부른 위로는 오히려 상처와 원망하는 마음을 줄 뿐이었다. 그는 세월호 사건에서 제 3자인 자신의 추모와 위로가 유가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까 두려워했다. 그 날은 평소와 같았다. 아침부터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로 부랴부랴 출근하느라 바빴다. 지하철에서 한 숨 돌리며 핸드폰으로 확인했다. 세월호 사건이 터진 것을. 그 때까지만 해도 전원 구출되었다는 소식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바쁘게 이런 저런 상담과 민원 업무에..

[뭍위에서] ③ "지금도 세월호 당시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박○○ 씨*는 교사의 길을 가기 위해 사범대 졸업 후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이다. 쉽게 속마음을 터놓지 않으며 방어적인 성격이다. ‘어렵고 괴로운 것은 피해가자’는 생각이 강하다. 그런 그에게도 세월호 사건은 피해갈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되었고 그는 때때로 세월호 사건을 예고 없이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당시 교생실습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아침은 늘 출근 준비로 바빴다. 핸드폰을 하고 있다가 포털 기사로 확인했다. 하지만 제대로 인식하지는 못했다. 아침 시간 기사들은 오보도 있었고 정확한 정보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원 구조’라는 말 때문에 일종의 해프닝인 줄 알았다. 하지만 퇴근 후에는 사건이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확실한 정황을 알게 된 것도 퇴근 후였다. 재난 보도를 챙겨보지는 않는다. 방..

환장미 넘치는 면접 질문들

면접상황에 질문을 받았다. “연인과 왜 헤어졌나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면접 상황에서 구직자들의 상식부터 인성까지 전부 시험대에 오른다. 가지각색의 질문은 사생활을 캐묻는 것부터 굴욕감이나 수치심을 안겨주는 것까지 도를 넘고 있는 모습마저 보인다. 도를 넘은 질문에 누구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며 원하는 인재를 위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질문들에 대답해야 하는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책과 특강까지 나타났다. ⓒ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대체 왜 그렇게 살았니 왜 남들 다 가는 해외 연수를 가지 않았나?학점이 좋지 않은데, 공부를 열심히 안 한 듯?학점이 좋은데, 학교 다닐 때 공부만 했나?대학시절 공백 기간이 있는데, 왜 그런가요?졸업하고 나서 아직까지 취업을 하지 못한 이유가 있나요..

짧은 바지 때문에 성폭행 당한 남자? '억압받는 다수'

※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스포주의) 우리 사회는 종종 각종 수치를 증거로 여권의 신장과 평등을 자신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모든 영역에서 소외받던 여성들이 사회 전반에 참여하여 능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보다 ‘살만해졌다’는 이유로 여성을 향한 억압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다. 수치와 같은 거창한 사례를 찾지 않아도 여성들은 일상생활에서 ‘여성’이기에 억압당하고 있다. 프랑스의 단편영화 '억압받는 다수'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얼마나 당연하게 이루어지는지 보여준다. ⓒ 영화 카메라는 한 남자의 일상을 쫓아간다. 남자는 유모차를 끌고 우편물을 확인한다. 꽤 다정하고 평범한 남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남자를 둘러싼 일상은 이상하다. 남자에게 인사를 건네는 여자는 상의를 탈..

[청년연구소] 한국과 닮은 독일의 세대론

해외에서도 청년과 20대들에 대한 담론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청년연구소는 2월 한달 동안 해외 청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공부합시다! 청년문제를 떠올릴 때 독일은 쉽게 연상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많은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외치는 동안 독일은 대학등록금을 전면 폐지했다. 한국의 청년들이 최악의 고용시장에서 고군분투할 동안 독일은 특유의 직업교육 정책으로 낮은 실업률의 대표가 되었다. 이런 점을 보면 독일은 청년 정책이 잘 이뤄지고 있으며 '답이 없는' 청년세대와 '이기적인' 기성세대가 대립할 일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현재 청년세대를 둘러싼 독일의 세대 담론은 한국의 것과 닮아있다. 독일 안에서도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는 대립하고 정치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청년들을 향해 혀를 찬다. 이상..

말할 수 없는 비밀, 직장 내 성희롱

지난 2014년은 각종 성희롱, 성추행 사건이 많았던 한해였다. 국회의원과 정치인, 교수 등의 못된 손과 말은 국민들에게 비난과 조롱을 받았다. 화제가 된 높으신 분들뿐 아니라 직장 내 성희롱 및 성추행 사건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여직원 성추행 사건이 있었고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20대 계약직 여성이 직장 내 성희롱, 성추행으로 인해 자살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서울시향의 박현정 대표의 성희롱 및 폭언 사실도 밝혀졌다. ⓒ 여성신문 끊임없는 직장 내 성희롱 및 성추행에 대한 보도가 많은 이들의 경각심을 깨운 것은 사실이다. 정부 기관과 기업들은 예방교육과 신고센터를 내세우며 성희롱, 성추행 근절을 위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직장 내 성희롱 및 성추행도, 이에 내포하는 권력관계..

어그로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마음 깊숙하게 모두가 ‘예’를 말할 때 ‘아니오’를 외칠 개성과 용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정부, 기업, 언론에서 나오는 거대한 목소리를 마치 진리인 듯 떠받들며, 그것을 벗어나는 자들을 비정상으로 낙인찍는다. 이 때문에 개인은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이런 발언을 하면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라는 자기검열로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의견을 다수의 의견에 묻어왔다. 이것이 고함20의 연재 ‘어그로20’가 시작된 이유다. 어그로20은 2014년 3월부터 약 10개월 동안 매주 화요일에 발행됐다. 사회 이슈, 교육, 연예 등 카테고리를 가리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논란이 될 만한 주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였다. 단순히 어그로 만을 끌기 위함은 아니었다. 한 방향으로 주도된 ..

[청년연구소] 멘토가 주는 그 씁쓸함에 관하여

'청년'과 '20대'에 대한 인상비평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청년이슈팀의 [청년연구소]는 청년과 20대를 주제로 한 다양한 분야의 학술 텍스트를 소개하려합니다. 공부합시다! 어느덧 멘토 열풍도 시들해진 듯하다. 한때 브라운관에 쉴 새 없이 등장하던 멘토나 특강 프로그램은 자취를 감췄다. 눈에 보이는 유행은 지났지만 여전히 멘토들은 존재하고 특강 또한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여러 대학에서 행해지는 ‘선배’라는 이름을 내건 강의와 기업들이 청년들을 대상으로 주관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얼마 전 SBS 도 ‘내 인생을 바꾼 물음’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 CBC뉴스 현재 청년세대들에게 ‘자기 계발’이라는 말은 지겨울 정도로 익숙하다. 경쟁의 논리와 성공을 향한 압박에 내던져진 청년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