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애플리케이션으로 찾아보니 약속시각에 7분 정도 늦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마음이 초조해진다. 친구에게 미리 연락을 해둘까? 아니, 친구도 늦을지 모르니까 미리 말하지 말자. 이런저런 가능성을 재보고 있는데 자꾸만 뭔가가 머리를 친다. 뒤돌아보니 누군가가 커다란 가방을 휘두르고 있다. 승객이 내리기도 전에 타려하는 사람, 새치기하는 사람, 큰 소리로 전화통화를 하거나 음식을 섭취하는 사람에 대해서 우리는 그에 합당한 비난의 눈길을 가해 왔다. 은근한 요청의 눈길 뿐만 아니라 그들을 '비매너'라고 칭하며 자제를 촉구하는 것도 가능하며 주변 사람들의 공감도 쉽게 받아낼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야기했을지도 모르는 감정 소모를 조금이나마 줄여나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