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불량한생각 (50)

언론은 왜 어린 선수에게 반말을 할까

언론이 난데없이 가족놀이에 빠졌다. 웃어른이 아랫사람을 하대하듯, 언론은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을 향한 기사 제목에 반말을 쓰고 있다. 2월 12일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결승에서 이상화 선수가 우승하자, 다음날 조선일보는 "상화야 이제 맘놓고 웃어"라며 친오빠 행세를 하더니, 2월 19일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한국 선수들이 역전승을 거두자 동아일보는 “맘고생 심했지? 실컷 울어”라며 선수들의 아빠라도 되는 양 다독이는 모양새를 보였다. 21일 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 은퇴 경기에서 은메달을 수상하자 "넌 만점"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신문 1면에 배치하여 수능을 치른 자녀를 대하는 부모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평소에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언론은 선수들이 메달을 획득하..

주체성을 잃어버린 20대에게 들려주는 누군가의 고백

20대는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지난해 말 대학가에서 시작했던 떠오른 '안녕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은 '안녕'하지 못한 20대들이 서로를 위로했다. 왜 20대는 안녕하지 못할까. 처음 대자보를 작성한 주현우씨는 대자보에서 "침묵하길, 무관심하길 강요받은 것이 우리 세대 아니었나요?"라며 동세대가 갖는 문제를 강조했다. 이것은 지금의 20대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20대가 각자의 주체성을 가지고 살아가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오죽하면 20대는 스스로를 호명하지 못한 채, 누군가가 대신 호명하는 이름으로 불리고 힐링 또는 멘토를 찾아 방황하겠는가. 안토니오 알타리바가 쓰고 킴이 그림을 그린 은 주체성을 잃은 채 침묵과 무관심을 강요받는 20대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주..

규제 법안 만능주의에 빠진 국회와 국회의원

가끔,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자주 나는 한국의 대의민주주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한다. 국민을 대신하여, 국민의 표를 받아 선출된 이들이 국회의원이다. 그들은 금빛 배지를 검은 양복의 왼쪽 가슴에 달고 국회라는 곳에서 국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벌인다. 이름하여 대의민주주의다. 그러나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벌이는 의정활동을 보고 있자면 과연 국민을 위한 입법활동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아니 도대체 저들이 국민을 ‘대신’할 자질이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지난 18일 전체회의에서 한 개의 놀라운 법안을 통과시켰고, 한 개의 불가사의한 법안을 거론했다. 통과한 법안은 ‘공교육 정상화 촉진·선행교육 규제 특별법’이다. 법안은 박..

기자가 지킬 것은 기계적 객관성이 아니다

지난 18일 인터넷언론 '프레스바이플'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이계덕씨는 프레스바이플의 임금체납 문제에 대해 '오늘의유머'사이트에 폭로했다. 하지만 이계덕씨가 오늘의유머에 올린 글들은 프레스바이플이 기자들의 임금을 체납했다는 문제보다, 민주당 당직자가 프레스바이플 소속 기자의 취재와 편집권을 침해했다는 문제를 부각하는 데 작용했다. '을지로위원회 총괄팀장'이라는 민주당 당직자가 프레스바이플이라는 언론사의 기획위원을 겸하고 있다는 이계덕씨의 설명은 의혹을 더하기에 충분했고, 자극적인 소재였다. 이런 의혹은 다른 곳으로 확산했다. 한 트위터 유저는 인터넷언론 '미디어스'가 "언론의 탈을 쓴 기관지"라고 언급했다. 미디어스 역시 프레스바이플과 마찬가지로 "취재역량도 열악하고, 기자들도 대부분 통진당, 노동당 당원..

'자랑스런 삼성인상'에 가린 삼성의 부끄러운 일상

지난 9일 삼성은 제 20회 삼성인상 시상식을 열었다.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과 모범으로 삼성의 임직원의 본보기가 되는 인재를 격려하기 위한 차원에서 삼성인상을 수여한다고 삼성은 말한다. 수상자로 짐작건대, 삼성이 말한 뛰어난 업적과 임직원의 모범이란 ‘실적’이다. 성공과 이익창출, 그것이 삼성이 ‘삼성인’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작년 최대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 직원이 20명의 수상자 중 11명이나 되며, 이외의 수상자들도 모두 원비 절감, 순익 증가, 시장 확대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했다. “미래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을 통해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입니다.” 1993년 회장에 취임한 삼성 이건희 회장은 곧바로 다음 해에 삼성의 ‘신경영’을 몸소 실천하는 임직원을 선별하여 삼성..

"갈등 해결사" 국회를 향해 박수만 치는 언론사들

2013년의 마지막 날 조간신문들의 1면은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 소식이 장식했다. 이를 소개하는 기사들의 논조는 대동소이했다. 노사문제에 있어서는 언제나 데칼코마니처럼 입을 똑같이 맞추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3대 보수언론과 더불어 한국일보 역시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 결정을 공공개혁으로 연결 짓는 것에 글을 보탰다. 가장 건조하게 소식을 전한 것은 한국일보였다. 한국일보는 “철도파업 철회 31일 업무복귀”라는 단편적인 사실만을 담은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 기사의 내용 역시 제목과 마찬가지로 간략한 사실관계만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한국일보는 이후 5면에서 철도파업 철회와 관련된 기사를 연이어 실으면서, 이번 철도파업 철회를 공공개혁의 시작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일보는 최장기간 철도파업을..

[데일리칼럼] 국민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국토교통부 트위터 계정

2013년 연말, 하나의 계정이 트위터에서 폭주하여 많은 이들의 타임라인을 뒤덮고 있다. 주인공은 국토교통부의 공식 트위터 계정이다. 국토교통부 공식 트위터 계정은 철도노조가 지난 12월 파업을 결정한 이후, 지속해서 철도노조와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과 관련된 트윗을 작성해왔다. 국토부 계정은 국토교통부의 정책이나 입장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교통공사 측의 주장과 의견을 담은 트윗터 글을 작성하여 철도노조와 철도 민영화 반대를 외치는 이들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토부 계정은 지난 12월 24일부터는 “철도 파업 바로 알기”를 해시태그로 설정한 트윗을 게시하기 시작했다. 첫 게시글부터 파문이 일었다. 해당 글에 담긴 영상은 대학가에서 들불처럼 번진 ‘안녕하십니까’ 대자보를 패러디한 화면으로 ..

철도노조의 파업은 ‘합법’인가 ‘불법’인가

철도노조가 파업을 결정한 뒤 떠오른 화두는 파업의 합법성 여부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수시로 수서발 KTX는 '민영화'와 무관하다는 답변을 앵무새같이 반복한다. 따라서 '철도 민영화 반대'를 위한 철도노조의 파업은 ‘불법’이라고 말한다. “불법파업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수천 명을 직위해제한 10일에 이어, 현재까지 7,843명이 직위해제 됐다. “파업 관행 반드시 근절할 것”이라던 서승환 장관이 내놓은 현 사태에 대한 해결책이다. 노동3권의 일환인 노동자의 파업권 행사는 대법원 판례로 제한을 받고 있다. 2001년 대법원은 ‘정당한 파업의 목적’을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노사 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노동3권에 대해 명시하고 ..

한비자도 울고 갈, 박근혜식 '법치주의'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법치를 확립하고 역사 교육도 보편적인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배워야.” 엔하 미러, 싸이월드, 디시인사이드를 출처로 둔 역사 교과서도 검정교과서로 인가해주는 정부 수장의 말. “정부가 국민 신뢰를 얻으려면 공직 부정부패를 없애고 공정한 법질서 확립으로 법치를 세워야 한다.” 정부 지지율과 국가 신뢰도가 하락 추세에 있는 최고행정권자의 말. “어떤 경우라도 헌법을 부인하거나 자유민주주의를 부인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단호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 대선 이후 1년 동안 불법 선거 논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당선자의 말. 각하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대한민국만큼 법치를 강조하는 나라도 없다. 법가사상을 집대성했다는 한비자가 지하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을 본다면, 시종일관 법치를 강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