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시위 (14)

[검열의 풍경①] “나도 알아, 김정은 *새끼인거”

우리는 늘 어떤 기준에 들어맞기 위해 몸과 마음을 사린다. 사회나 조직의 '다수'에 속하기 위해서는 표현 방식, 때로는 표현여부 마저 뜻대로 선택할 수 없다. 나 역시 집단에서 배척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타인에게까지 그 화살을 돌리게 만든다. 고함20은 창간 5주년을 맞이해 한국사회의 검열을 주제로 4부작 기획기사를 펴낸다. 1부에서는 뿌리깊은 '빨갱이 콤플렉스'의 영향력 앞에 함구하는 분위기를 다룬다. 2부는 '처녀성'을 은연중에 암시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겪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좌담 형식으로 담는다. 소위 '모태솔로'인 남성들은 연애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조롱당하고 바보취급을 받는다. 3부에서는 이들의 '무죄'를 변호한다. 마지막으로 락과 힙합씬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얼빠'검열과 ..

이화여대 불문과 시간강사 부당해고 논란

지난해 6월 19일 이화여대 프랑스어 수업에서 한 학생이 시험시간에 영어 시험지를 요구했다. 이화여대 불문과에서는 한국어에 능숙하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영어 시험지를 배부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였다. 당시 시험 담당이었던 남봉순 씨는 학생이 한국말로 영어 시험지를 달라고 하자, 한국어가 서투른 학생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영어 시험지를 주지 않았다. 학생은 다음날 학교에 남 씨가 시험을 못 치르게 했다고 항의 메일을 보냈고, 남 씨는 곧 해고당했다.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불문과의 ‘영어 시험지 배부’는 과거에도 몇 번이나 제기된 문제였다. 영어와 프랑스어는 통사구조가 유사하므로 영어로 시험지를 배부하면 학생들이 문제를 풀기가 더 수월하고, 사실상 답을 베끼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 씨는 트위터를 ..

노동자와 연대하는 학생들의 모임, 충남대학교 '청연'

충남대학교 정문 길가에는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시설관리노동자의 투쟁을 응원하는 현수막들이 마치 그들을 보호하려는 듯 걸려있었다. 시설관리노동자지지 수많은 현수막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다보면, 흰 바탕에 투박한 글씨가 적힌 현수막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힘내세요! 시설관리노동자, 지지합니다 ♡ - 학생지지모임 : 청연’ 노동자, 시위, 파업, 투쟁 등 무언가 노동과 관련되었다고 여겨지는 단어가 들릴 만 하면, 여지없이 고개를 돌리는 학생이 태반인 요즘이다. 이런 대학사회에서‘내가 바로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는 사람이오.’라며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학생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은 왜 현수막까지 걸어가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일까. 노동과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소신 있게 말하고, 생각을 행동으..

대중들의 시위 문화 , 립덥과 플래시몹

지난 2011년 한 해 동안 대학가에서 일어난 시위 중 가장 화두가 되었던 것은 ‘반값등록금 시위’ 이다. 많은 대학생들에게 ‘시위’라는 또는 ‘투쟁’이라는 단어는 어딘가 고루하고 무서운 것으로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등록금 시위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학생들이 많았던 것이다. 지나치게 비싼 등록금 문제에 대해 직접 체감하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하지만 등록금 시위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는 학생들 중에서도 시위의 방식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한 고민은 집회를 주체 하는 운동권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학창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했고 단과대 학생회장을 도맡았던 경희대학교 졸업생 김영수씨(29살, 가명)에게서 “현재 학생 운동이 더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대중들의 공감을 얻는 것..

[리뷰] 신자유주의와 결탁한 국가가 드러낸 얼굴, <가난을 엄벌하다>

19개국에 번역돼 호평을 받은, 피에르 부르디외의 제자 로익 바캉의 저서 정부가 청소년들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는 이유 "보이지 않는 손이 철 장갑을 끼고 나타나다" 경찰을 비롯한 교육당국이 내놓은 학교 폭력 대책을 보면 무슨 거대 폭력조직을 소탕하는 것 마냥 호들갑이다. 경찰이 학교에 ‘일진’명단을 내놓으라는 요구까지 했다. 현실에서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보는 것만 같은 이유다. 폭력을 휘두른 청소년들을 구제할 수 없는 사회악으로 규정하며 강력한 처벌을 내리면 정말 학교 폭력이 해결된다고 여기는 걸까. 다수의 교육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외신까지도 경쟁이 과도하게 벌어지는 줄 세우기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당국은 귀를 막고 애써 외면하고 있는 모습이다. 자신들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데일리이슈] 반값등록금 고연전, 뒷맛이 씁쓸한 까닭

1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반값등록금 집회가 열렸다. 집회의 정식 명칭은 ‘시민과 함께하는 반값 등록금 고연전’,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매년 개최하는 정기 연고전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600여명(경찰 추산)의 학생들이 반값등록금을 현실로 만들 것을 결의했다. 두 학교 간의 스포츠 교류 위주로만 이루어져 온 행사에 사회적 의제가 등장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왠지 그 뒷맛이 씁쓸하다. 결과적으로 이 행사가 두 학교 내에서도,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이렇다 할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세대, 고려대 두 학교의 학부생 수를 합치면 서울에 위치한 본교만을 기준으로 삼아도 3만 명을 훌쩍 넘는다. 이에 비하면 집회를 찾은 학생 수는 채 2%도 되지 않는다. 양 학교의 총..

지속 가능한, 즐거운 시위를 말한다

시위 문화가 바뀌고 있다. 엄숙하고 진지했던 기존의 시위문화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연대할 수 있는 시위 문화가 서서히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2008년 촛불 시위에도 시민들이 자유롭게 노래를 부르고 소풍 나온듯한 분위기를 연출한 적은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었다. 그러나 홍대 두리반 농성은 새로운 시위 문화를 제시했다. 두리반 식당을 운영하던 주인 부부는 홍대 주변의 재개발 강제철거에 맞서서, 세입자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식당 안에서 농성을 시작 했다. 그리고 농성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아왔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단순히 철거용역과 대치하고 투쟁 구호를 외치는데서 그치지 않고, 두리반을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는 문화 행사장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

등록금 가상 대담

의 Fabien de Sarthe기자는 지난 겨울 대학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프랑스 및 유럽 전역의 반대 시위 열풍을 보도해 2010년 프랑스 기자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기자상’을 차지한 유명 저널리스트다. 대선 공약이었던 ‘반값 등록금’이 한국 사회에서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과 1000여 명 규모의 소수의 반대 시위를 제외하고 별다른 ‘액션’이 없는 대학생들을 취재하고자 한국을 찾았다. 아래 대담은 한국 유명 사학의 재단 홍보처장 A씨와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의 저자 B가 나눈 짧은 대담이다. ⓒ 경향신문 박민규 기자 B : 사실 매년 같은 상황이 반복되다시피 하니, 기성세대는 물론이고 직접 돈을 내는 대학생들 조차도 등록금 인상폭에 무감각해진 게 사실이다. 사실 총학이나 일부 사회..

공권력, 강화되어 있는가 강화해야 하는가

조세희의 이 출간된 것은 1976년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그때는 공권력의 만용이 난무하던 시대였다. 이 소설은 ‘난쟁이 일가’로 상징되는 도시 철거민 가정의 불행과 파국, 그리고 소위 있는 자들과 이를 비호하는 공권력의 만용을 그렸다. 이 책은 지금도 서점에서 대접받는 스테디셀러이다. 그만큼 생명력이 있으며, 당시 공권력으로 인한 도시소외계층의 궁핍한 삶과 철거민들의 고통 등을 생생하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30년이 흐른 현재 우리는 ‘난쏘공’을 그저 옛 소설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그 당시 공권력의 악용. 남용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난쏘공’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권력에 대한 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공권력의 남용을 외치는 사람들을 공권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