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이매진 (50)

[독립출판 연재] 잊혀져 가는 B급 일상에 대하여, B급 일상 관찰기

일상은 대개 시시하다. 다른 말로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소소하다, 대수롭지 않다, 자질구레하다, 미미하다 정도일까. 그래서 일상은 금방, 쉽게 잊힌다. 평범한 날들은 ‘평범해서’ 가장 먼저 기억에서 사라진다. 는 가물가물 스러질 법한 일상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사건이 되지 않는 일들이 토막토막 60개의 이야기로 남았다. 편집자 신주현 씨에게 지면으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 B급 일상 관찰기 표지 책날개 작가 소개란에 ‘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일을 찾는 중’이라고 쓰여 있네요.살면서 불특정의 누군가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어요. 깨알 같은 재미나 소소한 위안이라도요. 그걸 위해 제가 선택한 수단이 글이었어요. 소소하게 웃음이 나오는 글이 많았어요. 그런데 주..

[다이어리 관음기] 6화 종종거리는 M의 총총 다이어리

사람을 기억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를테면 목소리, 손짓, 걸음걸이 같은 것. M을 처음 기억하게 한 것은 단연 그의 손짓이었다. 무어라 종알대다가 누군가 톡 쏘아붙이면 M은 금세 양 검지 손가락을 빠르게 부딪히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마치 만화를 보는 것 같았다. M을 어떻게 수식해야 할까, 간단없이 고민하다가 ‘종종’이라거나 ‘총총’이라는 말이 그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부산스러운 사람은 아니지만 왠지 까치가 겅중겅중 걸어 다니는 모양새가 떠올랐다. 바지런하게 주변을 살피며 종종걸음으로 뛰는 감파른 까치가. 동사 종종거리다1. 발걸음을 가까이 자주 떼며 계속 빨리 걷다.2. 원망하듯 남이 알아들을 수 없는 군소리로 자꾸 종알거리다. 부사 총총1. 편지글에서, 끝맺음의 뜻..

[특별 주간대학뉴스] 2015 대학가 상반기 얼탱이 어워즈

대학가 소식을 일주일 간격으로 정리하는 [주간대학뉴스], 2015 상반기를 갈무리하며 [특별 주간대학뉴스]를 준비했습니다. 총 8개 부문으로 구성, 대학팀 기자들이 모여 각 부문별 1위 대학을 선정했습니다. ⓒ트위터 계정 땅콩 △땅콩 부문 조현아의 ‘땅콩’ 회항에 준하는 대학 재단의 ‘갑질’이 대학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고함20에서는 최고의 갑질을 행한 대학을 위해 땅콩상을 준비해보았다. 과연 땅콩상을 수상하게 될 영광의 주인공은? 후보 동국대, 상지대, 중앙대 1위 동국대, 상지대, 중앙대 원래는 각 부문마다 1위를 선정해야 했으나 후보에 오른 모든 대학이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갑질의 향연을 보인지라 잔칫집에 떡 돌리듯 공동수상을 택했다. 동국대의 조계종단 재단은 자기 입맛에 맞는 총장을 뽑기 위해 ..

메갈리아의 딸들, 혐오로 혐오를 지우는 방식

디씨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가 '남성 혐오'로 가득 찼다. 갤러리를 가득 채운 혐오의 문장들은 낯설고도 익숙하며, 동시에 익숙하고도 낯설다.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은 가부장제 사회 내 여성과 남성의 위치가 뒤바뀌었다는 설정 아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메르스 갤러리 속 넘쳐나는 혐오의 문장에서 객체였던 여성은 주체로, 주체였던 남성은 객체로 갈아 끼워지고 있다. 메르스 갤러리와 이갈리아의 딸들이 만나 '메갈리아의 딸들'이 탄생했다. 이곳은 메갈리아의 땅, 남성 혐오를 통해 여성 혐오를 비추는 장이다. 메르스 갤러리 게시글 캡쳐 메르스 갤러리가 원래부터 남성 혐오의 공간이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30일 홍콩에서 메르스 의심 환자 여성 2명이 격리 치료를 거부했다. 이들은 이내 여성 혐오의 먹잇감이 되어..

[다이어리 관음기] 5화 십 구문 반의 신발, S 다이어리

[다이어리 관음기] 5화 십 구문 반의 신발, S 다이어리 “내 신발은 / 십 구문 반 /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 그들 옆에 벗으면 / 육문 삼의 코가 납작한 / 귀염둥아 귀염둥아 / 우리 막내둥아.” 박목월의 시 ‘가정’에는 십 구문 반의 신발을 신는 가부장과 육문 삼 신발의 주인인 막내가 등장한다. 처음 만난 날 S는 육문 삼의 코가 납작한 신발을 신는 막내둥이 같았다. 입을 열 적마다 까르르 까르르 웃어 젖히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리고 겨울에서 여름까지의 시간이 흐른 지금, 단언컨대 S는 십 구문 반의 신발을 신는 가부장의 모습에 수렴하고 있다. 입을 열 적마다 껄껄 웃어 제끼는 S의 다이어리를 관음해보았다. 다이어리를 소개해달라.작년 12월 말부터 써온 스케줄러 겸 다이어리다. 평범하다. 먼슬..

[주간대학뉴스] 학보사 편집권 침해 몸살 外

[주간대학뉴스]는 대학가 소식을 일주일 간격으로 정리해드립니다.▷서울여대 1면 백지발행, 상지대 발행 연기… 학보사 편집권 침해 몸살▷수원여대 복직 교수에게 아르바이트생 자리 근무 지시 해 논란▷동국대 총장 퇴진 요구 2학기 등록거부 결의, 삼천배 삭발…▷고려대, 성폭력 교수 사표 수리 관행 사라진다▷한동대 대학 최초 자유학기제 도입 ▷서울여대 1면 백지발행, 상지대 발행 연기… 학보사 편집권 침해 몸살 누가? 서울여대, 상지대가언제? 5월 26일어디서? 자교 학보사에서어떻게? 발행 예정이던 신문을무엇을? 백지 발행했다. / 발행 연기했다.왜? 편집권을 침해당했기 때문이다. 편집권 침해 서울여대는 26일자 발행 예정이던 606호에 '서울여대 졸업생 143명의 성명서'를 싣고자 했다. 해당 성명서는 학내 ..

[다이어리 관음기] 4화 그 무엇도 아닌 사소한 자존, K의 낙서장

[다이어리 관음기] 4화 그 무엇도 아닌 사소한 자존, K의 낙서장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유행 아닌 유행을 타기 시작한 후로 나의 자존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몇 안 되는 친구들은 나더러 ‘자존감 폭주 기관차’라 불렀다. 나의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그렇게 생각하게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정작 내 생각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고, 시선의 사슬에 기꺼이 몸을 맡겼다. 그러던 어느 날, 이름 모를 술자리에서 몇몇 이들이 라캉이니 들뢰즈니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들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나는 멀뚱대기만 할 뿐 대화에 참여할 수 없었다. 라캉도 들뢰즈도 얼핏 이름만 들어보았을 뿐 잘 알지 못했으므로. 그때 그 자리에서 자괴감 비..

[다이어리 관음기] 3화 ‘인생은 되는대로’ 혁명가 X씨의 일일

[다이어리 관음기] 3화 ‘인생은 되는대로’ 혁명가 X씨의 일일 나는 스물세 살, 휴학하지 않았다면 벌써 졸업을 걱정해야 할 나이다. 달갑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질문의 빈칸을 채워야 한다. 공강 시간 동아리방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도, 배달 음식을 앞에 두고 나무젓가락을 두 개로 짝 가르는 순간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호로록 소리 내며 들이키는 순간에도 불현듯 물음표를 토해낸다. “아, 나 진짜 뭐 먹고 살지?” X는 나의 공허한 질문에 가장 혁명적으로 대답했던 사람이다. 그것도 아주 무심한 얼굴로 지나가는 말을 던지듯이. "X, 뭐 먹고살 거야?”"아르바이트하면서 글 쓰고 살 거야.”"아르바이트? 그렇게 살면 여러모로 힘들 것 같은데.”"정 힘들면, 죽지 뭐.” 그렇다. 정 힘들면 죽으면 된..

[다이어리 관음기] 2화 말끔한 E의 깔끔한 2주 천하

[다이어리 관음기] 2화 말끔한 E의 깔끔한 2주 천하 2화를 맞아 숫자 2에 어울리는 사람을 주변에서 찾았다. 멀리 갈 필요가 없었다. 내게 친한 친구가 두 명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중 한 명이 이미 1화에 등장했다.) E는 학업에 대한 열의로 활활 불타는 대학생이다. 나는 종종 E를 ‘내추럴본 샌님’이라 놀리곤 했다. 어깨너머로 들여다본 E의 다이어리에는 샌님의 스테레오타입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글씨들이 나란히 누워 있었다. 얼핏 보아도 다이어리에 대한 취향은 E를 똑 빼닮았고, 나름의 체계랄 것까지 있어 보였다. 이토록 좋은 인터뷰 소재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네 다이어리를 좀 관음해도 될까”하고 요청하자마자 E는 곤란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내 털어놓은 E의 한 마디는, “사실 2주밖에 안 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