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인문학 (21)

나는 침묵했다 : 인문학 숙청을 바라보며

“나치는 우선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므로. 그 다음엔 사회주의자들을 숙청했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었으므로. 그 다음엔 노동조합원들을 숙청했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그 다음엔 유대인을 숙청했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줄 이들이 아무도 남지 않았다.” -마르틴 뉘밀러, 건국대 예술 계열 과 통폐합 반대 시위가 한창이다. 비단 건국대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중앙대 구조조정과 동국대 문예 창작학과 폐과 통보를 두고 학생들은 반대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올해 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구조조정 문제로 학교와 학생 간에 대립은 존재했다. 그 대립 때마다 학생들은 총장..

[어그로 20] 인문학으로 멋만 부리는 기업들

[어그로] : Aggravation(도발)의 속어로 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다. 게임 내에서의 도발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에게 적의를 갖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자극적이거나 논란이 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을 끄는 것을 "어그로 끈다"고 지칭한다.고함20은 어그로 20 연재를 통해, 논란이 될 만한 주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론에 정면으로 반하는 목소리도 주저없이 내겠다. 누구도 쉽사리 말 못할 민감한 문제도 과감하게 다루겠다. 악플을 기대한다. 올 하반기 채용은 ‘인문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평가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빈말은 아니었던 건지 각종 공채와 직무검사에서 한자부터 역사까지 인문학의 모습이 나타났다. ⓒ 이투데이 기..

대학 구조조정, 대학생·전문가·국회의원이 공동 대응한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월 4일,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학평가에서 인문학, 예체능계열의 취업률 지표를 반드시 없애겠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전국의 여러 대학에선 인문학, 예체능 관련 학과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 대전에서만 해도 목원대 독일언어문화학과, 프랑스문화학과, 배재대 국문학과, 독일어문화학과, 프랑스어문화학과, 한남대 독일어문학과, 철학과 등 많은 학과의 통폐합 및 폐지가 결정됐다. 잇따른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 여론은 거세졌다. 구조조정 대상 학과 학생들은 피켓을 들고 시위를 펼쳤다. 김난도 교수도 지난 7월 3일 가진 ‘김난도의 내일’ 출간 기념 기자 회견에서 “취업률 등 계량화한 자료만 갖고서 대학을 평가하는 건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의 발언은 이..

[사설] 학과 구조조정, 문제는 잘못된 대학평가 기준

매년 대학가에서 학과 구조조정이 논란의 중심이다. 작년에 동국대, 서경대, 원광대, 대진대 등에서 학과 통‧폐합이 이뤄진 데 이어, 올해는 중앙대와 배재대, 국민대 등이 강도 높은 학과 통‧폐합 및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 및 폐지되는 학과들을 보면, 청소년학과, 비교민속학과, 국어국문학과, 독일어문학과, 프랑스어문학과 등 주로 순수학문의 범주에 속하는 학과들이다. 구조조정에는 일관된 방향이 있는 셈이다. 1차적으로 대학교의 처사를 비판한다. 대학교는 기본적으로 종합 교육기관이다.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다. 어떤 학문이든 간에 이러한 기본적인 목적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인문학은 인문학대로, 사회학은 사회학대로, 물리학은 물리학대로 나름의 역할..

[D-26] "인문 시민이 되기를 권합니다" <스무살, 정의를 말하다>의 저자 고재석 씨

정치란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생활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요? 영어에 소질이 없어 토익 600점 넘기가 어려운 20대부터, 맞벌이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부, 본업 말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예술계 종사자들까지. 대선을 100일 앞두고, 100일 간의 릴레이 20대 인터뷰를 시작해 20대의 진짜 삶을 정치권과 사회에 전달하겠습니다. 취지에 공감하신다면, 여길 클릭해 고함20과 20대의 목소리를 후원해주세요! 스물여섯, 병역 의무를 마친 남자 대학생이 대학을 졸업할 만한 나이다. 보통 취업을 준비하는 나이에, 대학 시절 책을 읽고 틈틈이 써둔 글들을 모아 졸업과 함께 책을 낸 사람이 있다니. 평범한 대학생은 아니었구나 싶다. 취미로 글을 쓰거나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하더라도 어디 책 한권..

[기획] 대학과 인문학 - ② 대기업 CEO, 인문학에서 답을 찾다

언젠가부터 인문학은 취업과 관련이 없는 학문이 되었다. 캠퍼스에는 경영학이나 국제통상학 같은 실용학문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많아졌고, 문·사·철과 같은 인문학을 배우려는 학생들은 줄어들었다. 경영학과가 아닌 학생들 중 기업에 취업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필수적으로 경영학과를 복수전공하고, 경영학과 수강신청은 경쟁률이 치열하다. 대학생들은 인문학이 이렇게 천대받는 이유를 ‘취업이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말은 맞는 말일까. 대학생들의 말과는 달리 몇 년 전부터 대기업CEO들은 인문학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통섭(統攝ㆍConsilience)형 인재를 찾고 있다. 기업인들의 말에 따르면 인문학을 배워야 통섭형 인재가 될 수 있다는데, 먼저 통섭형 인재가 무엇인지부터 이야기해보자. 통섭(統攝) 통..

[기획] 대학과 인문학 - ① 시장논리에 지배당한 대학, 인문학의 위기를 가져오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지난 24일 발표내용은 심각했고 또 식상했다. 1999~2011년 사이 인문계열 학과의 수가 평균 20% 감소한 것이다. 통폐합의 대상이 된 인문계열 학과들 즉, 철학, 사학, 각종 어학과들이 처한 비관적 상황은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다. 군대를 갔다 오니 학과가 없어져있었다는 학생의 하소연은 물론, 비인기 학과 교수 정원에 대한 학교의 부정적 태도에 “교수 임용을 포기하고 요리사를 하며 책이나 쓰고 싶다”는 강사의 한탄(서울 K대 한문학과 배모씨. 03년 기사 중 발췌)도 있었다. 인문학을 대하는 학교의 부정적 태도는 학생들이 밟아나가는 커리큘럼에도 나타난다. 건국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김규식씨(25)는 "필수 이수 과목에 인문학이 없다 보니 우리 학과 학생들은 컴퓨터공학..

[대학가 구조조정] ②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 - 기준부재, 전략부재, 소통부재의 세박자

[대학가 구조조정] ① 구조조정의 바람, 기업을 넘어 대학까지 휩쓰나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을 부추긴다 2012년 현재 학과 구조조정 논란은 국립대와 사립대, 수도권대와 지방대를 가리지 않고 대학사회 전체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전국적인 구조조정의 흐름은 일부 대학 또는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그 중심엔 교육부의 정책이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학자금대출 제한대학, 경영부실대학 등을 선정하며 대학들에게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강제하고 있다. 사립대의 경우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15%를 선정한 뒤 그 중에서도 부실이 심한 순서에 따라 학자금대출 제한대학, 경영부실대학, 대학 퇴출의 순서를 밟겠다고 선언했다.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선정된 대학은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의 신정자격이 제한되..

[대학가 구조조정] ① 구조조정의 바람, 기업을 넘어 대학까지 휩쓰나

기업 구조조정? 이제는 '대학 구조조정' 97년 IMF구제금융 위기는 우리 기억 속에 지우지 못할 흔적을 남겼다. 환율이 치솟자 대기업은 줄지어 도산했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수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다. 구조조정은 대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에 성공했고 이후 한국의 대기업들이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다. 그러나 해고당한 사람들의 삶은 구조받지 못했다. 2001년 IMF 관리체제는 마무리 되었지만 구조조정의 결과는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회와 개인에게 큰 상처를 남았다. IMF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이젠 기업이 아닌 대학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경영부실대학퇴출이라는 방법을 통해 부실대학 자체가 폐쇄되는 경우도 종종 있으나 구조조정의 일반적인 모습은 대학 내에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