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페르마타 (316)

일하고 배우며 지역을 공부하는, 시흥 청년들의 실험

지난 7월 31일, 경기도 시흥시 대야동에 위치한 시흥ABC행복학습타운에 130여명의 대학생들이 모였다. 이들은 총 23개의 팀으로 나뉘어, 각각 시흥시의 다양한 지역 현안들에 대한 정책 제안을 발표했다. 시흥ABC행복학습타운, 월곶동, 오이도, 정왕동 등 시흥 지역 곳곳의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제안들이 나왔다. 27일부터 31일까지 1주일 내내 대학생들이 직접 도시 곳곳을 탐방하고 아이디어를 검색하고 토론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다. 단순업무 아르바이트에서 청년을 위한 교육과 참여의 장으로 행사에 참여한 130여명의 대학생들은 시흥시의 하계 대학생아르바이트 사업에 참여한 ‘알바 노동자’들로 구성되었다. 시흥시에서는 많은 대학생들에게 직장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자체예산을 확보하여 2007년부터 ..

'청년'으로 호명되기를 거부한다

"이 글의 필자인 나는 청년이 아니다." 스물일곱이라는 대단히 '청년'스러운 나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청년으로 형상화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문자 그대로 보면, 이는 불가능한 선언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는 '20대가 만드는 20대 언론'을 표방한 [고함20]에서 지난 6년간 일하면서, 또 '청년세대' 담론에 대한 논문을 쓰고, 실제 수많은 '청년층'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이 불가능한 선언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특히 청년담론을 스스로 생산하려는 목표를 가진 청년 당사자들이라면 더더욱, 스스로를 ‘청년’으로 형상화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 글은 '나는 청년이 아니'라는 선언이 왜 정당화될 수 있고 왜 필요한 것인지를 이야기하기 위해 쓰였다. 우선, '..

고함20 2014 어워드

따듯한 이불에 들어가 TV 연말 시상식을 보다 보면 문득 이대로 2014년을 보내기 아쉽다. 그래서 속 깊은 고하미들이 한 해를 되짚어 볼 수 있도록 '올해의 어워드'를 준비했다. 그냥 어워드는 아니다. 아이돌, 패션, 영화 등 다양한 분야를 혜자 부문과 창렬 부문으로 나누어 올해의 000상을 선정했다. 질소 과자처럼 더없이 실망스러운 분들에게는 '창렬'을, 혜자 도시락처럼 은혜로운 분들에게는 '혜자'를. 물론 수상자를 위한 두둑한 상금 혹은 번쩍이는 트로피는 없다. 다만 혜자 부문 수상자는 "수고했어 올해도!", 창렬 부문은 "수고해라 내년은!". 올해의 아이돌 (by. 페르마타)혜자 부문 : EXID, 규현 (공동수상) ⓒ EXID 기자의 빠심으로는 에이핑크를 혜자 아이돌로 뽑고 싶었다. 그러나 올해..

[어그로20] 일베 마녀사냥, 부메랑이 될 수 있다

SNS상에서 유명했던 훈남 수학 교사가 예능프로그램 에 출연했다. 방송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가 과거에 온라인상에 게시했던 댓글들의 내용이 세간의 도마에 올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등의 내용으로 인해 그가 ‘일베’ 회원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났고, 곧 해당 교사는 사과문을 올렸다. 한 고교생의 생활기록부에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일간베스트 정회원으로 활동’하였으며, ‘사회 진출 시 사회집단 혹은 조직에 악영향을 끼칠 확률이 높은 학생’이라고 적혀 있는 사진도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인덕대 일본어과의 한 여대생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들도 온라인상에서 커다란 비난을 받았다. 유관순, 위안부, 독립유공자, 세월호 사건 등을 희화화하고 비난하는 비뚤어진 역사인식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리..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외면해야 하나

‘연애도 돈이 있어야 한다’는 흔한 말은 진실일까? 돈이 많으면 연애에 그나마 가까워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나온 「최근 미혼 인구의 특성과 동향: 이성교제를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는 이 사실을 최소한의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서 보여준다. 설문조사에는 1500명의 18~49세 미혼 남녀가 전화조사를 통해 참여했다.미혼 인구가 '솔로일 확률'이 경제적 능력에 의해 차등 분배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대졸 이상 남성의 37.2%, 여성의 38.4%가 이성교제 중인 데 비해, 고졸 이하의 경우 남성 22.4%, 여성 24.5%만이 '솔탈'(솔로탈출)한 상태였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 하지 않고 있는 경우보다 교제 비율이 10% 이상 높았고, 연소득이 2500만원을 초..

아트스타 코리아, 그리고 무명의 청년들

작품 1. 전시장 바닥에 꿈틀대는 벌레들이 마구 돌아다닌다. 밀웜들은 자신의 예술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무명작가들을 상징한다. 뱀, 단상, 두 개의 초와 같이 무언가 경외감을 일으키는 오브제들은 무명작가들이 범접할 수 없는 초-유명작가들의 비유다. 바닥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밀웜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햄스터는, 무명작가들을 위협하는 예술계의 온갖 ‘자율성의 위협물’들이다. 작품 2. 바닥엔 사탕가루를 부셔 쓴 글씨들이 배열되어 있다. 그 글씨들은 예술가라면 누구나 꿈꿀 법한 전시공간들의 이름을 가리키고 있다. 수조 안에 있는 작가 자신은 그 안에서 자신을 알리는 작업을 수행한다. 작가가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수조 안의 물이 흘러넘치게 되고 사탕가루로 쓰인 전시공간의 이름들은 물에 녹아 버린다. 작가는 집..

연세대에 '카스트'는 실재하는가? - 또 하나의 20대 개새끼론

이 글은 “감히 연세대 동문 동문 거리는 놈들...” 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그 기사에 관한 담론들을 비판하기 위해 쓰였다. 기사는 정시냐 수시냐, 재수냐 현역이냐, 신촌이냐 원주냐에 따라서 연세대 내에서도 학생들을 알게 모르게 차별하고 배제하는 ‘카스트 제도’가 정교해지고 있다는 분석을 적고 있다. 기사의 작성자는 대학언론네트워크와의 협업에 기반해 최근 한겨레21이 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연세대학교 자치언론인 연세통의 학생기자들이 쓴 것이어서 더 큰 현장감 혹은 신뢰감을 주고 있다. (원문: http://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44939.html?_fr=mt1) 최근 소위 명문대학 내에서의 비뚤어진 차별이 여러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서울..

[데일리칼럼] 노동에도 가격이 있다

커피 전문점에서 파는 에스프레소 추출식 커피는 대표적인 ‘된장 품목’ 중의 하나다.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원두, 우유, 얼음, 컵 등의 원재료 가격 등을 분석해놓고 커피 전문점 업주나 소비자들을 비판하는 기사나 인터넷 게시글을 꽤나 자주 발견하게 된다. 고작 원가가 500원 남짓한 원가의 카페라떼를 3천원이 넘는 가격에 팔아먹는다며, 또 그런 말도 안 되는 가격의 커피를 마시면서 우아한 척 한다며 그들 사이의 사고 파는 행위의 비합리성에 문제를 제기하곤 하는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러한 비판은 아주 잘못된 인식에 기반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본래 모든 생산과 판매 행위는 ‘이익을 남기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가와 판매가 사이의 격차를 과장하여 부풀리는 식의 이런 원가 ..

조희연 후보가 자녀‘를’ 외고에 ‘보냈다’니?

하루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 본인인 아버지보다 오히려 자녀들이 더 큰 이목을 끌고 있다. 고승덕 후보의 딸과 조희연 후보의 아들이 각각 쓴 글은 온라인상에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며 선거의 방향을 바꿀 마지막 변수로 평가받고 있다. 후보들 간의 토론에서도 정책 대결보다 자녀들의 문제를 놓고 벌어진 공방전이 더욱 뜨거운 양상이었다. 조희연 후보는 고승덕 후보 장남의 이중국적 의혹을 제기했고, 고승덕 후보는 특목고․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조희연 후보에게 “두 자녀들은 왜 외고를 보냈느냐”고 반문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후보자 자녀들의 행적이나 이력을 둘러싼 논란이 이번 6.4 지방선거에서는 특별히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외고 폐지를 주장하는 후보의 자녀가 외고에 다니는 게 문제의 소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