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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인 파리 - '길'을 통해 마주한 현재

언제나 그랬다. 주변 모두가 목에 걸고 다니는 MP3를 위시리스트에 추가할 때 CDP를 구매했었고 핸드폰으로 시계 기능을 대신할 때 유독 빨간 손목시계를 팔에 채웠었다. 이외에도 남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워크맨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었고 1970년대 혹은 1980년대의 노래들을 찾아 하루 온 종일 재생했다. 이렇듯 나는 언제나 시대와 조금 간격을 두고 걸었다. 다소간의 시간을 들여 찬찬히, 경험해보지 못했던 과거를 동경하며 말이다. 시간여행의 서사를 지닌 우디 앨런의 새 영화 에 매력을 느낀 이유도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중 과거를 동경하는 길에게는 더욱 더. 이야기는 길(오웬 윌슨)과 약혼녀 이네즈(레이철 맥아덤스)의 파리 여행으로 문을 연다. 집필을 위해 파리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하길..

마이클 패스벤더, 그의 눈빛이 더욱 깊어진다

그는 시선을 잡아끄는 외모의 소유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한번보고 잊혀 질 안개같이 흐릿한 선의 배우도 아니다. 34살 이라는 생물학적 나이와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외모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음영이 두드러지는 굴곡, 미간과 이마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주름들은 색바랜 느낌을 풍긴다. 하지만 스크린 속에서 그는 세월이라는 관성의 법칙을 벗어난 것처럼 느껴진다. 아, 마이클 파스벤더 얘기다. 마이클 패스벤더는 독일 태생 아일랜드 배우이다. 배우로서 그는 마치 한 장의 백지와 같다. 어떤 색을 입히든 어떤 그림을 그리든 모든 것을 흡수해버리는 새하얀 백지 말이다. 얼마전 개봉한 에서는 인간에 의해 창조된 로봇 데이빗으로, 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가슴아파하는,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로체스..

이런 팟캐스트 어때요? -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과 <고전적 하루>

팟캐스트가 한국 시장에서 주목을 받게 것은 오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이하 )라는 이름을 내걸고시작한 정치 토크쇼가 그 시발점이었다. 는 순식간에 팟캐스트라는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그 후 순식간에 팟캐스트는 우리네 삶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된 컨텐츠가 되었다. 하지만 본래 팟캐스트의 목적과는 달리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놓친 라디오 방송들을 다운받아 듣기 바빴다. 또한 열풍은 팟케스트를 정치 콘텐츠에 치우치게 만들었고 수많은 아류를 생산했다. 그렇다면 팟캐스트의 특징을 잘 살린, 날 것의 미디어를 표현하고 있으며 참을 수 없이 가볍기(?)까지 한, 그런 콘텐츠는 없을까. 은 소설가 김영하가 만들어 간다. 짧으면 삼일에서 길면 네 달의 업로드 주기를 자랑하지만 벌써 40회를 맞이한 ..

잠시만 안녕, 보코-<보이스 오브 코리아>에 빠지게 된 이유

이것은 운명이 아니었을까. 어려서부터 나는 목소리에 약했다. 말 그대로 ‘약했다.’ 목소리만 듣고 마음에 품었던 사람을 세기에 다섯 손가락만으로는 부족하니 이만하면 말다했다. 그 시작은 아마 중학교 2학년 때였을 것이다. 당시 배우 최강희가 진행하던 라디오를 듣다가 팝칼럼니스트 김태훈의 목소리를 듣고 그와의 결혼을 결심했었다. 그것도 지극히 일방적으로. 하지만 얼마 못가 다른 목소리에 반했고 그렇게 나는 여러 명의 ‘목소리’를 거쳤다. 그러니 내가 (이하 보코)에 빠지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제목부터 ‘Voice'였다. 게다가 ’오직‘ 목소리만 본다니! 넘쳐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 허우적대다 진이 빠진 내가 외면할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었다. 시작부터 달랐다. 오직 목소리에만..

"모르겠어요. 왜 좋은 대학에 가려고 하는지"

고등학교 3학년이 있는 집은 쥐 죽은 듯 고요한 침묵을 유지한다. 학부모들은 온갖 다양한 문제집을 사다 나른다. 만약 고등학교 3학년을 충실히(?) 보내지 못한 이가 있다면 그는 ‘재수생’으로 이름을 바꿔 다시 한 번 학업에 열중한다. 왠지 모를 불편한 눈빛들과 부담감들을 견디며. 그런데 12년의 교육과정을 지나온 그들은 뭐가 더 필요해서 이토록 대학에 집중하는 것일까. 차별‘있는’ 대한민국 한국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서 대학에 입학하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지난 25일 연봉정보사이트 페이오픈은 2011년 등록된 연봉정보 중 주요 10개 업종의 고졸, 대졸의 연봉 자료를 비교해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업종에 따라 많게는 1,779만원에서 적게는 668만원에 차이가 났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

25살의 젊은 시인 이이체, 그의 이야기를 듣다

그는 2008년 [현대시]에서 ‘나무 라디오’외 네 편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그의 첫 번째 시집 는 문학과 지성사의 2011년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리고 그의 나이, 스물하고도 다섯. 그는 이이체다. 짙어지려는 초록을 시샘한 바람이 겨울의 자리를 쉽사리 내어주지 않으려던 3월의 중반, 세상의 모든 바람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두툼히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나타난 그와의 시간을 적는다. 그, 시를 만나다 유희경, 최정진등 또래 시인들과 비교해도 그는 어리다. 어린 나이에 등단한 비범함에는 남다른 유년 시절이 숨어 있을 것이라 추측한다. 다양한 시들 사이에 파 묻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을 거라고 쉽게 짐작해 봄직하다. 하지만 어렸을 적, 그는 시와 친하지 않았다. 그나마 읽은 이해인, 원태연시인의 시는 그..

<화차> - 차경선의 이야기

*아래 글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순제작비 16억의 영화는 어느새 200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이선균과 김민희의 앙상블이라는 이름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테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 토대가 되었다는 것은 무시하지 못할 요인이다. 는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이야기다. 변영주 감독은 “원작 소설의 무겁고 어두운 공기를 관객에게 그대로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10번이 넘는 시나리오 탈고 작업과 2년 넘게 메워지지 않았던 여배우의 자리는 그의 고뇌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오랜 시간 걸쳐 관객을 만나게 된 영화는 여타 범작들과 다르다. 그녀가 사라졌다 영화는 소설의 이야기와 맥을 공유한다. 선영(김민희)과 문호(이선균)는 결혼을 앞두고 있다. ..

'당신의 마음을 충전합니다', 힐링 캠프는 뭐가 다른가?

연일 화제다. 예능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들던 최민식의 묵직한 존재감하며 G-드래곤과 대성의 심경고백까지, 얘깃거리다. 하루에도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선보이지만 유독 눈에 띈다. 매주 월요일 밤 11시 15분 SBS에서 만나볼 수 있는 말이다. 말 그대로 풀이해보자면 ‘야영 치유’쯤 될 법한 이 프로그램은 ‘당신의 마음을 충전합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묘한 조합, 색다른 존재감 예상치 못한 조합이었다. 지난해 7월 중순 방송을 시작한 의 MC진은 달랐다. 어떤 프로그램에서든지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치던 이경규, 단아함의 상징이던 한혜진, 어느새 역경과 고난의 아이콘이 된 김제동까지. 언뜻 보기에 이들은 ‘요양’이라는 단어와 한없이 가깝거나 멀어 보였다. 다른 한편으론 오랜 예능생활로 다져진 이경규..

'노출 전쟁', 몸을 보여주기 위해 음악을 이용하나

가요계에서 더 이상 SES의 귀여움도 핑클의 청순함도 찾아보기 힘들다. 모두 ‘섹시’라는 코드로 통일되어 있다. 채 5분도 안 되는 시간동안 자신을 어필해야하는 그들은 치열하다. ‘치열함’은 남녀노소 구분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가운데 노출과 선정성의 측면이 존재한다. 언젠가부터 이 문제는 데뷔 혹은 컴백과 함께 대두되고 있다. 누가 더 섹시해보일 수 있는지 경쟁적으로 뽐낸다. 그들 모두 노골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며 ‘어딘가’ 부각시킨다. 바야흐로 노출 전성시대 여자가수들의 선정성 논란은 지루하다 못해 진부한 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다. 조금이라도 선정적으로 비치는 무대나 의상을 입고 대중 앞에 서면 사방에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검색어 순위나 쏟..